ⓒKB국민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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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중소형 알뜰폰 업체의 정책지원금을 늘리고 알뜰폰 시장 루키로 부상하는 KB국민은행의 알뜰폰 브랜드 리브엠 견제에 나서기 시작했다.

지난 12일 KB국민은행의 리브엠이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의 심사를 거쳐 정식 승인받게 됐다. 이에 알뜰폰 시장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알뜰폰 시장에 금융권이 진입하게 되면서 중소형 알뜰폰 사업체들은 바싹 긴장하고 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은행 알뜰폰’을 비판하는 성명문을 내놓기도 했다.

리브엠의 정식 승인을 반가워하지 않는 건 알뜰폰 업체·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뿐이 아니다. 이통3사는 승인이 나기도 이전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알뜰폰 7개사 ‘0원 요금제’ 내놔

알뜰폰 비교 사이트 ‘알뜰폰허브’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알뜰폰 7개사에서 32개 상품에 ‘0원 요금제’를 내놓았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소규모 자본을 가진 알뜰폰 업체들이 근거 없이 0원 요금제와 같은 가격 출혈 경쟁을 벌일 수는 없다”면서 “3월부터 이통사에서 주는 정책지원금(리베이트) 규모가 늘어났다”고 밝혔다.

알뜰폰 업계에서는 리브엠 승인 소식과 발맞춰 SK텔레콤이 정책지원금을 먼저 늘렸는데, LG유플러스도 SK텔레콤에 발맞춘 상황으로 보고 있다.

정책지원금은 이통 3사가 자체적으로 알뜰폰·유통업체의 가입자 유치에 따라 주는 금액을 의미한다. 이통 3사는 자사의 통신망을 이용하는 알뜰폰 업체로부터 ‘도매대가’를 받는다. 이를 추가 재원으로 확보하기 위한 이유와 동시에 리브엠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풀이된다.

SK텔레콤은 정부의 민생안정 대책 일환인 알뜰폰 활성화와 중소기업 상생 취지에 동참한다는 의미로 지난 3일 알뜰폰 영업팀을 신설했다.

LG유플러스는 11일 진행한 ‘5G 중간요금제 기자간담회’에서 “오는 30일에 알뜰폰 자회사 두 곳과 추가 사업자가 (중간요금제를) 출시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알뜰폰 시장도 지키겠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K리브엠의 신규고객 유치 위한 전략

은행권의 알뜰폰 사업은 ‘부수업무’다. 금융위도 이를 고려해 은행법(제27조의2)에 따라 은행이 부수업무로 간편·저렴한 금융-통신 융합서비스(통신요금제 판매)를 영위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리브엠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 2019년 10월 서비스를 시작해 지난 2월에는 40만명을 돌파했다. 이통 3사의 자회사를 제외하고서라도 알뜰폰 업체 중에 5순위 안에 든다.

하지만 이런 성장에도 불구하고 리브엠은 2020년 139억원, 2021년에는 184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일각에선 KB국민은행이 리브엠을 통해 알뜰폰 시장에 진입하는 이유를 ‘락인효과’로 본다. KB리브엠을 통해서 이익을 거두기보다 신규 가입 고객을 중장기에 걸쳐서 은행 고객을 사로잡겠다는 것으로 보고 있다.

KMDA는 리브엠에 대해 “도매대가 3만 3000원의 음성·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24개월간 최저 2만 2000원에 제공한다”며 “가입자 1인당 최소 24만원을 손해 보는 장사를 지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즉, 리브엠의 영업손실보다 신규 고객 유치가 더 큰 이익이라는 전략적 판단에 사업을 운영하는 것이다.

KB국민은행뿐 아니라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일부 은행은 알뜰폰 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알뜰폰 시장에 간접 진출했다. 이에 이통사 사이에선 긴장감이 흐른다.

리브엠에 위기의식 느낀 이통3사

2020년 12월 87%를 차지했던 이통3사의 점유율은 지난 2월 기준으로 83%로 떨어졌다. 알뜰폰 시장이 없었던 시점을 고려하면 무려 17%나 알뜰폰 시장에 빼앗겼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의 이동전화번호이동자 수 현황에 따르면 2018년 알뜰폰으로 번호이동을 한 가입자수는 99만명에서 작년에는 197만명으로 두 배 가량 불어났다.

알뜰폰 업체에서 알뜰폰 업체를 이동한 경우를 고려하더라도 이통 3사에서 알뜰폰으로 순 유출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올해 1분기만 하더라도 이통3사에서 알뜰폰 업체로 순유출된 가입자는 30만 8889명에 달한다.

지난해 이통 3사는 유출된 가입자에 비해 좋은 실적을 보이고 있다. 이통 3사의 영업이익은 4조 3834억원으로 1년 전보다 증가했다. SK텔레콤은 1조 6121억원으로 16.2%, KT는 1조 6901억원으로 1.1%, LG유플러스 역시 1조 813억원으로 0.4% 증가했다.

본업인 통신에서 가입자당평균수익(ARPU)이 높은 5G 가입자 비중을 전체 가입자 중 53.5%(611만명)까지 늘리면서 호실적을 달성한 것.

이런 와중에 통신업이 ‘부수업무’에 불과한 은행권이 싼 값으로 5G 가입자 확보에 박차를 가하면 본업마저 잃어버릴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이동통신사는 은행권 진입에 본업인 통신업에 대한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KMDA는 입장문을 통해 “과기정통부는 기존 이통사 자회사에 부과한 등록조건에서 도매대가 이하의 상품을 출시하지 못하도록 했는데, 금융위도 은행들에 도매대가 이하의 상품을 출시하지 못하도록 하는 동일한 조건을 반드시 부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기정통부는 이통사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등록조건을 이통사 자회사에 부과했는데, 금융권 알뜰폰의 시장점유율도 규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위는 통신업계가 요청한 ‘도매대가 이하 요금제 출시 제한’, ‘점유율 규제’와 같은 요구사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통신업계에서 금융위의 요청한 규제내용만 파악했다며, 현재 단계에서는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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