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CEDAW 선택의정서 비준 반대에 대하여

신혜수

유엔여성차별철폐위 위원

멕시코의 후아레즈라고 하는 미국과의 접경 공장지대에서 91년부터 이상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공장에서 일하고 밤늦게 집으로 귀가하는 길에 젊은 여성들이 하나 둘 실종되기 시작한 것이다. 종적을 찾을 수 없던 여성들은 한참 뒤 황량한 벌판의 모래 속에서 시체로 발견되곤 하였다. 공장에 다니는 딸을 둔 집집마다 공포에 떨었지만 치안을 담당하는 지역의 경찰은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수사에 열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 지역에서 발생한 이런 실종, 살인 사건들은 10년이 넘도록 계속되어 2002년까지 300여 건이나 되었다. 이 사건은 멕시코를 넘어 미국의 언론에도 보도되었고, 남미 인권기구에서도 관심을 갖고 개입하기에 이르렀다. 공장지역과 마을을 오가는 버스운전사가 범인으로 지목되어 두 명이 구속되었지만 그 뒤로도 사건은 멈추지 않았고, 버스운전사는 조사과정에서 고문을 받아 혐의가 조작되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내가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위원회)에 멕시코의 여성단체와 미국의 여성단체로부터 이 사건에 대한 조사를 요청하는 서한이 접수되었다. 위원회에서는 두 가지 사항에 초점을 두고 토의하였다. 즉 접수된 실종, 살인사건에 대한 정보가 믿을 만한 것인가, 그리고 이 사건이 여성차별철폐협약(CEDAW협약)에서 보장하고 있는 권리에 대한 심각한, 또는 조직적인 침해에 해당되는가 하는 것이었다. 결론은 둘 다 그렇다는 것이었고, 2003년 10월에 두 명의 위원을 멕시코에 파견하였다. 물론 멕시코 정부의 허락을 받고서다. 두 명의 위원은 1주일간 광범위하게 경찰, 검찰, 실종자 가족 등 관련자들을 만나고 조사보고서를 작성하였다.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서는 조사보고서를 바탕으로 수사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여성들에 대한 보호 등 필요한 제반 조치들을 취할 것을 멕시코 정부에 요구하는 권고사항을 결정하였고 이를 멕시코 정부에 보냈다. 그리고 멕시코 정부가 위원회의 권고를 잘 이행하는지에 대한 후속모니터링이 앞으로 있을 것이다.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서 이러한 조사가 가능했던 것은 멕시코가 여성차별철폐협약 뿐만 아니라 그 협약에 딸린 선택의정서를 비준했기 때문이다. 선택의정서는 그 당사국의 여성들에게 두 가지를 보장해준다. 개인 진정절차와 위원회의 조사권이다. 해당국에서 모든 국내절차를 다 거치고도 차별이 해소되지 않으면 개인들이 위원회에 진정해서 구제를 요청할 수 있다. 또 멕시코의 예처럼 심각하거나 조직적으로 자행되는 여성인권 침해에 대해서는 위원회에서 조사단을 파견할 수 있다.

한국은 선택의정서를 아직 비준하지 않았다. 99년에 선택의정서가 유엔 총회에서 제정된 지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법무부가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택의정서를 비준하면 한국여성들이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진정할 것이 두려워서, 또 호주제 때문에 위원회에서 조사라도 나오지 않을까 염려하기 때문이다.

선택의정서는 베이징여성대회의 결실이었다. 그리고 이를 제정하는 4년간의 과정에서 한국정부는 아주 적극적이고 진보적인 입장이어서 국제적으로 호평을 받았다. 열심히 참여해서 제정해 놓은 선택의정서를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법무부가 반대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는 한국이 이미 비준한 여성차별철폐협약을 잘 지키지 않겠다는 말과 똑같기 때문이다. 새로 출범한 17대 국회의 39명 여성의원이 힘을 합쳐서 한국여성들에게도 국제적인 여성인권장치를 보장해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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