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보도를 위한 저널리즘 원칙 점검’ 토론회
「젠더보도 가이드라인」 쟁점·향후 과제 등 다뤄
‘하지 마라’ 넘치는 가이드라인... 대안 개발은 기자 몫
외부 모니터링, 기자 (재)교육 반영 등 제언 이어져
“이상을 제시하고 사회변화 이끄는 첫걸음 되길”

언론노조 성평등위원회가 11일 오후 ‘성평등 보도를 위한 저널리즘 원칙 점검’ 토론회를 개최했다. ⓒ언론노조 제공
언론노조 성평등위원회가 11일 오후 ‘성평등 보도를 위한 저널리즘 원칙 점검’ 토론회를 개최했다. ⓒ언론노조 제공

전국언론노동조합 성평등위원회가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성평등 보도를 위한 저널리즘 원칙 점검’ 토론회를 열고, 지난달 발간한 「젠더보도 가이드라인」의 의의와 실제 현장 적용에서의 문제를 나눴다.

언론노조 윤창현 위원장은 토론회 시작에 앞서 “가이드라인이 현장에서 실효성을 가질 수 있냐는 의문도 있을 수 있지만, 낡은 인식과 관행을 바꾸는 데 벽돌을 한 장씩 쌓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 가이드라인이 전체 언론계 모든 데스크의 책상에 상시 비치되고 그것이 언론 보도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젠더보도 가이드라인」의 의도와 쟁점, 향후 과제는 무엇일까. 제작에 참여한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김수아 교수는 “여전히 ‘유의할 점’에 초점을 둔 내용이라 아쉽다는 반응이 많았지만, 일단 출발하는 데 의의를 두고자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젠더보도 가이드라인의 취재시 확인하기 체크리스트. ⓒ언론노조
「젠더보도 가이드라인」의 취재 시에 확인하기 체크리스트. ⓒ언론노조

대안 제시보다는 ‘하지 말라’로 이루어진 가이드라인의 내용상 한계에 대해서는 “새로운 상상력이 항상 필요할 것 같다”며 “한국 드라마에는 왜 이렇게 남자가 여자 손목을 끌고 가는 장면이 많냐는 문제가 제기되자, ‘마녀의 법정’과 같은 몇몇 드라마에서 다른 방식으로 신체 표현을 만들어 냈고, 문제 표현은 점점 줄고 대안이 형성되는 과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고민들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좋은 사례들을 습득할 수 있는 공간을 어떻게 구축하고 누가 관리할 것인가가 여전히 남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 홍남희 교수는 “가이드라인이 잘 쓰이려면 모니터링이나 점검하는 자리가 필요하다”며 “데스크 교육, 신입 기자 교육에 가이드라인을 반영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발언하는 SBS 류란 기자. ⓒ언론노조 제공
발언하는 SBS 류란 기자. ⓒ언론노조 제공

기자들이 현장에서 겪는 젠더 보도 시 고충과 제안도 이어졌다.

SBS 류란 기자는 “성폭력 보도 시 2분짜리 뉴스 리포트에서 무슨 이미지를 보여줄 것인가, ‘직접적으로 범죄 상황이나 피해자 정보가 연상되는 이미지를 쓰면 안 된다’까지는 좋은데 그럼 뭘 쓸 수 있는가. 입건되지 않은 사건이면 나무만 보여줄 순 없지 않나”라며 “가이드라인 위주로만 논의되면 기자가 뉴스를 만들 수 없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언적인 체크리스트에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무슨 어려움이 벌어지고 있는지 귀 기울이고 대화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오예진 기자는 “모든 것에 앞서서 광범위한 합의가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각각의 언론사, 데스크에서 각개전투를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예를 들어 ‘저출산’이라는 단어의 경우, 사회부에서 ‘저출생’이라고 쓰기로 부장과 해당 기자가 합의해도, 그 결정이 정치부, 산업부, 경제부로 퍼져나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연구가 흔적과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언론사들의 전반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발언하는 MBC 조효정 기자. ⓒ언론노조 제공
발언하는 MBC 조효정 기자. ⓒ언론노조 제공

MBC 조효정 기자는 데스크가 있음에도 계속해서 젠더보도 ‘사고’가 발생하는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제도와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이 모든 일이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이다. 결국 기자 개개인에 대한 교육이 되지 않으면 이런 상황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기는 힘들다”며 “신입 기자 교육을 기자협회, 언론노조 등에서 하고, 특히 사회부처럼 문제 되는 보도를 많이 다루게 되는 부서나 팀의 데스크급 이상의 기자들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재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외부에서 모니터링을 통해 문제 되는 기사 책임 보직자에게 메일을 보내 성인지 감수성에 위배되거나 2차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기사 등에 대해 계속해서 지적해주고 의식을 향상시켜 나가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언론노조 김수진 성평등위원장은 “이번 토론회를 시작으로 미디어가 성차별을 재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평등에 대해서 이상을 제시하고 사회 변화를 이끌 수 있기를 바란다. 그 첫걸음이 젠더보도 가이드라인 발간이었다. 이것이 잘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 성평등위원회의 일이고 그걸 위해서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부터 관심있는 언론인이나 일반 시민 누구든 언론노조 홈페이지에서 해당 가이드라인을 내려받을 수 있다.

언론노조가 발간한 젠더보도 가이드라인. ⓒ언론노조 제공
언론노조가 발간한 젠더보도 가이드라인. ⓒ언론노조 제공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