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어X색다른의원, 8일 ‘색다른 토크하셰어’ 개최
성소수자·장애여성·유병경험 여성
질·자궁 관련 의료·일상의 차별경험 나눠

지난 8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누구나(NUGUNA)에서 열린 ‘색다른토크하셰어’ 행사 현장.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제공
지난 8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누구나(NUGUNA)에서 열린 ‘색다른토크하셰어’ 행사 현장.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제공

“지울 거죠?”

서지원 장애여성공감 활동가가 첫 임신 후 대학병원에 갔다가 받은 질문이다. 뇌병변장애·언어장애가 있는 중증장애인인 그에게 병원은 차별과 편견에 무방비하게 노출되는 공간이다. 한 의사는 그의 말을 자르곤 “보호자가 얘기하라”고 했다. 동행한 남편에게 위로하듯 “착하다, 고생한다”고 말한 의료인도 있었다. 진료실엔 장애여성의 몸을 고려한 설비가 마련되지 않아 불편했다. 둘째를 임신했을 땐 불편한 병원에 매번 가는 대신 집에서 혈압과 체중을 쟀다.

장애여성, 성소수자, 유병경험자 등 다양한 여성들이 모여 질·자궁과 관련해 의료현장 안팎에서 겪은 불평등을 고백했다. 지난 8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누구나(NUGUNA)에서 열린 ‘색다른토크하셰어’ 행사다.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와 성·재생산 건강 전문 의원 ‘색다른의원’이 함께 마련했다. 패널인 서 활동가, 노동운동가 김모 씨, 허주영 시인·문학연구자, 트랜스젠더 여성 박에디 씨를 포함해 60여 명이 참석했다. 최예훈 색다른의원 원장·셰어 기획운영위원이 사회를 맡았다.

트랜스젠더 여성 박에디 씨는 편안하고 믿을 만한 의료 서비스를 원한다. 2022년 1월 태국에서 장의 일부를 활용해 질을 만드는 수술(S상결장 질 재건)을 받았다. 질이 좁아지거나 짧아지지 않도록 다이레이션(dilation, 확장 작업)이 필요하다. 정기적으로 질 내부를 세정해 노폐물을 빼내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평생 매일 2회가량 봉을 삽입해야 한다. 너무 고통스러워서 포기하는 트랜스젠더도 많다. 어떻게 하면 몸의 긴장을 풀고 더 수월하게 다이레이션을 할 수 있을지 조언해주는 의료인은 없었다.

“다들 ‘그래야 성관계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들 하더군요. 내 몸인데, 내가 아닌 타인을 위해 수천만원짜리 수술을 받고 고통을 견뎌야 하는 건가요? ‘아파도 네 선택이잖아, 여자의 특권, 행복이니까 피 나도 참아야 한다’고 말하는 다른 언니들을 보며 고통을 견디지 못하는 난 진짜 여자가 아닌가 싶었어요.”

노동운동가 김모 씨는 직장생활 스트레스로 자궁근종 등 질병을 얻었다. 과로와 번아웃으로 제때 건강을 돌보지 못했고, 결국 자궁과 난소까지 적출해야 했다. 그는 담당 의사가 사전에 자신에게 의료 절차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고, 한쪽 난소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미리 동의를 구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환자를 무시하는 듯 위압적으로 굴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의사가 환자의 몸을 임의적·차별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다양한 정보와 선택지를 제공해야 한다고 봐요. 기계 부품이 아니잖아요.”

지난 8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누구나(NUGUNA)에서 열린 ‘색다른토크하셰어’ 행사 현장.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제공
지난 8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누구나(NUGUNA)에서 열린 ‘색다른토크하셰어’ 행사 현장.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제공

이날 참석자들은 안전하고 편리한 의료와 돌봄의 사각지대에서 살아가는 소수자들의 현실을 토로했다. 장애여성이 월경을 하면서 겪는 차별과 불편, MTF 트랜스젠더(남성으로 태어났으나 스스로를 여성으로 정체화하는 사람)가 성 확정 수술과 회복 과정에서 겪는 고통과 편견 등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가 오갔다.

자신을 ‘부치’로 정체화한 레즈비언 허주영 시인은 “콘돔, 젤 사용법 등 ‘피임’ 위주의 성교육이 아쉽다”며 “바깥의 것들을 상상하고 경험을 공유하는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셰어와 색다른의원은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올해 총 세 차례에 걸쳐 ‘색다른 토크하셰어’ 행사를 연다. 다양한 사람들의 성과 재생산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의료현장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담론과 법·정책을 제안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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