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2022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78명이라는 통계청 보도 이후 사회 곳곳에서 저출산을 타개하기 위한 대책을 요구하는 글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한 파격적이고 획기적인 대책을 요구하였고, 3월 28일 7개 부처 장차관이 모두 참여한 가운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전체 회의를 직접 주재하였다. 이렇게 대통령이 저출산고령사회 위원회를 직접 주재한 것은 2015년 이후 7년만의 일로 정부당국의 위기감과 높은 관심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전체회의에서는 저출산 대책의 목표를 ‘결혼·출산·양육이 행복한 선택이 될 수 있는 사회환경 조성’으로 삼았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5대 핵심과제로 촘촘하고 질높은 돌봄과 교육, 일하는 부모에게 아이와 함께 할 시간 보장, 주거지원 강화, 양육비용 경감, 임신부터 영아기까지의 건강 지원 등을 제시했다.

위원회 발표에 대한 대체적인 평가는 기존 저출산 대책과 유사하며 양적으로 확대된 측면 이외에는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특히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에서 발표되는 내용에 대해서는 전폭적이거나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도 비교적 긍정적 평가를 해왔던 통상적 관례와 달리, 여당내에서도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파격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는 볼멘소리들이 나왔다.

이와 같은 평가들을 보며 저출산 문제가 과연 한 두 개의 파격적인 대책으로 해결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여당 국민의 힘에서 나온 소위 ‘파격적’인 제안들은 그 안에 담고 있는 비상식성에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다. 30세 이전에 자녀를 3명 이상 낳으면 남성의 병역을 면제하자는 안이나,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지 않는 월 100만원 이하의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도입하여 여성들의 경제활동을 북돋우자는 가사근로자법 개정안 등이 그것이다. 남성의 경우 대학교와 군대를 마치면 보통 27세가 되는 점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으며, 국가적으로 필요한 인구증가를 위해 한 개인의 생애주기를 빠르게 재조정하라는 강제가 느껴지기까지 한다. 낳은 아이는 누가, 어떻게 키울 것인가라는 고민에 이르면 이 제안은 파격적인 대책이 아니라 한 번도 아이를 직접 길러본 적이 없는 정치가들의 무지가 만든 것이라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또 일하는 여성의 가사와 육아문제를 지원하겠다는 취지로 제안된 외국인 가사도우미 대책에는, 국제노동협약 위반이나 인권 등의 문제 이외에도, 부모의 역할을 돈만 벌어오면 된다고 여겼던 60, 70년대 남성들의 시각으로 퇴행했음이 보인다. 믿고 안심할만한 공적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저녁이 되면 집으로 돌아와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보다는, 정치권이 앞장서서 질 관리가 어려운 외국인 가사도우미에게 아이를 맡기고 부모는 늦은 시간이라도 가리지 않고 일하도록 하자는 것은 파격적인 대책이 아니라 시대를 거스르는 대책이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파격적인 대책이 아니라 일-생활 균형을 가능케 하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다. 부모들이 여전히 바라는 것은 믿고 맡길만한 공적 서비스 확충이고, 직장인 중 45.2%가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는 조사결과는 우리나라의 현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더 파격적인 대책이 아니라, 있는 대책이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감시하고 견인하여 실효성을 담보해야 하겠다. 명목적으로 존재하지만, 실제 이용하는데 너무 많은 장벽이 있는 제도는 무용지물과 다를 바 없다. 정치인들은 놀랄만한 대책을 가져오라 요구하기보다는 현장에 나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대책을 찾는 노력을 강구하기를 바란다.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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