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서울 전세권 설정 등기 1000여건 달해
빌라 전세 거래 건수, 전년보다 6083건 줄어

지난 5일 서울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에 붙은 매물. ⓒ연합뉴스
지난 5일 서울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에 붙은 매물. ⓒ연합뉴스

이른바 ‘빌라왕 전세사기’ 피해가 속출하면서 세입자들의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올해 공시가격까지 하락하면서 빌라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 보증보험 가입도 쉽지 않아 전세 대신 월세 매물을 찾는 상황이다.

“공시지가가 하락한 데다, ‘빌라왕 전세사기’ 등 전세 사기 문제 때문에 전세를 들어가지 않고, 보증보험 가입도 어려워지면서 전세를 갈 수 있는 세입자마저 월세 매물을 찾거나 아파트를 더 선호하는 추세다.”

서울 은평구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A씨는 최근 부동산 상황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10월 사망한 ‘빌라왕 전세 사기’의 여파가 여전히 부동산 민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취지다.

빌라 거래 건수를 봐도 지난해와 차이가 확연하다. 대한민국법원 등기정보광장을 살펴보면, 지난달 빌라(다세대‧연립, 단독‧다가구) 전세 거래량이 7229건으로, 지난해 3월 1만 3312건과 비교하면 6083건 줄었다. 월세 거래 건수도 지난달 1282건으로, 지난해 3월 2764건에 비하면 1482건 줄었다.

확 줄어든 빌라 전월세 거래

최근 이직하면서 집을 구하기 위해 부동산을 찾은 직장인 B씨는 “부동산 중개인들이 빌라왕 전세 사기 여파로 빌라 전월세 매물 자체가 귀하다고 말할 정도로 살기 괜찮은 집을 구하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전세 보증금 보호를 위해 ‘전세권 설정 등기’를 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4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전세권 설정 등기 건수는 903건, 지난 2월에는 939건으로 1000여건에 달했다. 지난해 12월엔 804건, 11월엔 648건, 10월엔 604건이다.

이를 두고 부동산업계에서는 지난해 전세 사기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세입자들이 전세 보증금을 지키기 위한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사 후 확정일자를 받고, 전세권 설정을 하면 임대차 계약이 끝날 때 전세보증금을 돌려받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보증금 지키려 ‘전세권 등기’ 늘어

전세권 설정 등기는 임대차 계약 체결 시 임대인(전세권설정자)의 동의가 필요해 절차가 조금 더 까다롭긴 하다. 하지만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으면 임의경매를 실행할 수 있는 권한을 쥐게 된다. 임차 계약 만기 때 임대인의 동의나 소송제기 없이 신속하게 경매를 진행할 수 있어 세입자들이 자신의 보증금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쓰고 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전세권 설정 시 향후 보증금 미반환 시 임차권등기명령을 거치지 않고 바로 전세권에 기한 강제경매를 신청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실질적 효과는 대항력(전입신고와 점유만으로 성립)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특별히 더 두텁게 보호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전세권 설정 시와 해지 시에 비용도 발생한다. 보증금의 보호를 위해서는 월세 비중을 늘려서라도 매매시세 대비 전세금의 비중을 가능한 한 낮추고 선순위 권리가 없는지를 잘 살피는 것이 더 실효성이 높아 보인다”고 조언했다.

전세권 등기는 임대인 동의 받아야

전세권 설정 등기는 소유자인 집주인의 동의와 집주인의 인감증명서‧주민등록초본‧등기권리증이 있어야 한다. 사전 준비는 입주일 이전까지 끝나야 한다. 등기신청 수수료(건당 1만 5000원, 인터넷 신청 시 1만 3000원), 등록면허세(전세보증금의 0.02%)를 온라인으로 납부하고, 등기소에 제출할 등기신청서를 작성하면 된다. 납부 절차가 마무리되면 전세 계약 시작일에 전세금 잔금을 지급하면서 미리 작성한 위임장에 임대인 서명이나 날인받으면 된다. 전세권 설정등기는 보증금 액수에 따라 통상 법무사 대리 비용까지 수십만원 가량을 지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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