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정

이롬라이프 부사장

우리는 저마다 서로가 리더가 되려는 시대에 살고 있다.

리더를 역할로 보는 것이 아니라 신분상승의 개념으로 보기 때문에 리더십은 오해되고 종종 왜곡되거나 무시되어진다. 리더십은 반드시 팔로십(followship)과 함께 있어야 한다.

우리는 리더를 만들 줄도 모르거니와 리더를 따르는 법도 배우지 못한 것 같다. 싸움으로 보는, 혹은 서바이벌 게임으로 보는 한 리더가 되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이 가질 집단 패배의식은 관리되지 못한 채 사회갈등과 비정상적 표출로 이어질 것임이 분명하다.

여성들은 오랫동안 팔로십의 자리에서 일을 해왔다.

어머니, 아내의 역할은 대부분 조력자의 역할이지만 실제로 집안의 자녀문제와 갈등문제의 조정자로서, 또 문제해결자로서 조용히 그 영향력이 축적된 것이다. 실제로 집안의 리더는 아버지였지만 누가 자식에게 더 큰 영향력을 가지는지 생각해 보라!

내가 하는 사업은 우리끼리 말로 '조직사업'이다.

여성이 리더이며, 또 다른 여성을 키우고 그들의 성장이 자신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이다. 내가 알고 있는 많은 아줌마들은 경쟁보다는 그들의 영역에서 지혜롭게 협력하며 서로 돕고 서로 성장한다. 조력자에 의해 리더가 만들어진다.

어쩔 수 없이 협력과 양보, 희생을 요구받던 아줌마들은 그래서 관계도 잘 형성하고 의리도 있고 사람에 대해 책임질 줄도 안다. 이쯤 되면 리더의 자질이 충분하다. 몰라서가 아니라 그렇게 행동하지 않기에, 리더십은 말해서 되는 게 아니다. 인간을 이해하고 사랑하면 생기는 게 리더십이다.

모성애를 바탕으로 오랜 시간 구조적으로 헌신을 요구받아온 우리나라 여성들은 그래서 원하든 그렇지 않든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리더로 훈련받고 준비된 셈이다.

우리는 이제 양(量)의 시대에 사는 게 아니라 질(質)의 시대에 살고 있다.

없었던 것도 아닌데 리더십을 새삼 얘기하는 건 리더십의 질에 관해 새롭게 조명해야 할 때이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갖고 있는 소프트 파워는 리더십의 질적 차원인 것이다.

나는 역량이 비슷한 사람들이라도 팀에 따라 전략을 실행에 옮기고 수행하고 관리하는 능력이 차이가 나는 것을 흥미롭게 관찰해왔다. 탁월성은 한 개인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수렴과 효율적 팀워크에서 비롯된다는 걸 실감하게 되었다.

탁월한 팀의 리더는 모든 걸 앞서서 해결하는 사람이 아니라 팀원들이 일을 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뿐 아니라, 그들의 얘기를 귀담아 듣고 놓친 부분을 슬며시 챙기는 사람이다. 또 기꺼이 헌신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자기 야망이나 탐심이 아니라 조직의 가장 밑바닥에서 헌신하겠다는 자기 비움과 겸손이 있을 때 조직은 성과를 만들어낸다.

리더십은 더 이상 책 속에 있지 않다.

눈을 열고 어머니와 아내를 보라! 그리고 여자들로부터 배우라!

멋지게 상생하는 방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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