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시장 묘소 1일 오전 7시 모란공원으로 기습 이장
모란공원 인근 종사자 “보통은 새벽에 이장 안 해”
오후 3시 안장식에 이종걸 전 의원 등 최측근 모여

박 전 시장의 배우자 강난희는 “시장님께서 엄청 반가워하시는 것 같다. 우리 시장님 외롭지 않게 자주 찾아와달라. 드리고 싶은 말씀 너무나 많은데 다음 기회에 같이 모여 이야기하자”고 말했다. ⓒ박상혁 기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배우자 강난희씨는 1일 안장식에서 “우리 시장님 외롭지 않게 자주 찾아와달라. 드리고 싶은 말씀 너무나 많은데 다음 기회에 같이 모여 이야기하자”고 말했다. ⓒ박상혁 기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묘소가 1일 남양주 모란공원 민주열사묘역에 이장됐다. 당초 이날 오후 3시 이장된다고 알려졌으나 이장은 유족들의 요청으로 이날 오전 7시 진행됐다. 모란공원 인근 상점 종사자는 “이장 담당자가 평소와 달리 아침 일찍 가게를 찾아 ‘박 전 시장 유족 측의 요청으로 아침 7시에 유족 6명과 함께 이장을 했다’고 말했다”며 “원래는 이렇게 이른 시간에 이장을 하는 일이 없다”고 밝혔다.

이장식을 진행하기로 했던 오후 3시에는 박 전 시장을 추모하는 안장식이 열렸다. 안장식에는 이종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대표상임의장, 오성규 전 서울시 비서실장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당원과 박 전 시장 지지자 등 최측근 수십 명이 참석해 기독교 예식과 불교 예식 순으로 치러졌다. 기독교 예식을 진행한 전모 목사는 “박 시장님은 가장 예수님과 부처님을 닮으신 분”이라며 박 전 시장을 추켜세웠다.

이장식을 진행하기로 했던 오후 3시에는 박 전 시장을 추모하는 안장식이 열렸다. 안장식에는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전 국회의원, 고한석 전 비서실장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박원순 팬클럽 등 박 전 시장의 최측근 수십 명이 추모행렬을 이었다. ⓒ박상혁 기자
1일 오후 3시 남양주 모란공원에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추모하는 안장식이 열렸다. 안장식에는 민주당원, 지지자 등 최측근 수십 명이 참석했다. ⓒ박상혁 기자

안장식이 끝나고 박 전 시장의 배우자인 강난희씨는 “시장님께서 엄청 반가워하시는 것 같다. 우리 시장님 외롭지 않게 자주 찾아와달라. 드리고 싶은 말씀 너무나 많은데 다음기회에 같이 모여 이야기하자”고 말했다.

박 전 서울시장은 2020년 7월 8일 비서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다음 날 숨진 채 발견됐다. 박 전 시장의 사망으로 사건은 공소권 없음 처리됐으나,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지난 2021년 1월 직권조사를 벌인 결과 박 전 시장이 성희롱에 해당하는 언동을 했다고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여성신문이 박 전 시장의 이장 소식을 보도하자 여성단체와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100여개 시민단체들은 “박 전 시장 묘의 모란공원 이장은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민주열사’ 묘역으로의 이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새삼 궁금하지 않다. 성폭력 문제제기 이후 훼손된 ‘명예’의 복구를 민주진보의 이름으로 실행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묻는다. 민주열사 묘역 안장 기준은 무엇인가, 무엇이 민주화운동인가, 민주화운동에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 성평등은 의제가 아닌가, 이는 누가 판단하고 누가 결정하는가”라고 했다.

△[단독]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민주화의 성지' 모란공원으로 이장 https://naver.me/Gd1M41eJ

우리나라 최초의 사설 공동묘지인 모란공원은 고인이 된 민주화운동가와 노동운동가가 안장되는 묘지로 유명하다. 노동운동에 힘쓴 전태일 열사·이소선 어머니를 비롯해 YH 여성 노동자 김경숙, 민주화운동가 박종철, 통일운동가 문익환, 노회찬 국회의원 등 150여 명이 이곳에 묻혔다.

하지만 사설 묘역이기 때문에 유해 안장에 대한 조건은 따로 없다. 박 전 시장 유족 측은 이장 하루 전인 지난 31일 모란공원 측에 이장 의사를 전달하고 비용을 지불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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