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남녀가 동등한 일을 한다는 것이다. 가령, 남군은 40㎞를 행군하고 여군은 20㎞를 행군한다거나, 동 계급에 있어 여군의 보수가 더 적다거나 하는 일은 결코 없다. 하지만 군대는 남녀가 똑같아질 것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여성성을 발휘하는 것이 (군대)리더십에 있어 더욱 큰 효과를 낳을 수 있다” (한 여군발전단 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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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6일은 여군이 창설된 지 54주년이 되는 날이다. 인간으로 치면 지천명(知天命)을 넘긴 무르익을 대로 익은 나이다. 그렇다면 여군의 발전도 세월의 무게에 비례할까.

우선 남군 69만1000여 명에 비해 여군은 고작 3500여 명이다. 여성 장군은 오직 1명에다 간부급 비율은 남군의 2.3%에 불과하다. 여군 대 남군 비율에 있어 미국 14.8%, 프랑스 13%에 비해 아직 한참 멀다는 느낌이다.

그런데 왜 여군의 외형적 확장에 우리는 이토록 즉각적이고 거의 자연발생적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철저한 남성 중심적, 여성 배타적 조직으로 상징되는 '군대'의 장벽을 여성이 뚫고 진출한다는 사실이 곧 남녀평등 지수를 높이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에서일 것이다. 한편으론 여군 역시 군사력에 기반한 힘의 논리에 의해 '군사안보'를 최우선으로 하는 군대에 속한 존재이기에 단순한 평등논리로만 잴 수 없는 복잡한 딜레마가 있지 않느냐는 문제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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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학자들은 미국을 비롯한 서구의 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서는 이미 이 같은 '여군' 딜레마가 논의된 지 오래라고 한다. 여군의 존재는 남녀평등 지수를 높이는 가시적 효과에다 군대의 절대적 남성성을 희석시키며, 여성도 군대에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함으로써 참정권에 이어 남녀동등 시민권 확보에 어느 정도 기여하는 긍정적 측면이 분명히 있다.

군가산점제 폐지 논란을 둘러싼 홍역을 한 차례 치른 한국의 페미니스트들도 상당수가 군대를 폐지할 수는 없을 것이란 전제 아래 “이젠, 여자도 남자와 함께 군대를 가자”란 도발적 주장을 하기도 한다. 여성이 군대에 가는 행위 자체가 바로 가부장제의 한 축을 해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쯤에서 페미니스트 권김현영 씨가 든 실례는 여군 딜레마에 어느 정도 해결 단서를 제공한다. 독일 녹색당의 안젤리카 베이 의원이 군축과 징병제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하면서 한편으론 여성들의 전투부대 배제에 대해 항의하는 여군들의 소송을 지원하고 있다는 것. 그에 따르면 이는 “군대에 대해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굴면서 동시에 여군들이 겪고 있는 군대 내 성차별 문제를 간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갈등과 분쟁 그리고 평화 갈구의 한가운데 놓여 있는 군대의 딜레마를 풀어나갈 수 있는 여군들의 특화된 리더십을 기대한다.

박이은경 편집국장pl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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