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레이디'로 폄하됐던 한 여성과학자의 전기 '로잘린드 프랭클린과 DNA'

DNA에 얽힌 남성과학자들의 노벨상 사기극 폭로

결정적 주역인 로잘린드 프랭클린, 37세에 요절

반세기 지나 재평가 작업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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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년 12월, 제임스 와슨, 프랜시스 크릭, 모리스 윌킨스는 스톡홀름의 노벨상 수상대에 나란히 섰다.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밝힌 것이 수상 이유였다. 이후 그들은 생명의 비밀을 밝힌 주역으로 지금까지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제임스 와슨은 이중나선을 밝히기까지의 숨가쁜 여정을 소개한 '이중나선의 출간'으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르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들 중 그로부터 4년 전 난소암으로 서른일곱이라는 젊은 나이에 사망한 여성과학자 로잘린드 프랭클린이 이중나선 발견에 결정적 역할을 한 주역이라는 사실을 언급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직도 '여성' 과학자, '여류' 소설가 등 '여자'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며 여성들이 제2의 성으로 취급받는 현실에서 로잘린드 프랭클린은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진 과학의 중심에서 홀로 싸운 외로운 선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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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 연구로 X선 분석에 관한 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었던 프랭클린은 킹스칼리지에서 윌킨스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이중나선의 악연에 뛰어들게 된다. 당시 킹스칼리지의 학장이었던 랜들의 초빙으로 DNA X선 분석을 책임지게 된 프랭클린.

그는 DNA가 이중나선일 가능성이 있다는 결정적 증거를 제공하는 X선 사진을 얻어냈음에도 확증이 없는 것은 모두 가설에 불과하다는 과학자적 믿음으로 연구를 계속했다. 하지만 윌킨스는 아무런 사전 허락도 없이 그의 사진들을 분석했고 심지어 그것들을 케임브리지의 와슨과 크릭에게 보여주었다. 프랭클린은 자신의 연구기록이 유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고 마침내 와슨과 크릭은 '이중나선' 발견을 공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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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킹을 신지 않은 로잘린드와 동료들(1949년, 리옹) <'로잘린드 프랭클린과 DNA' 양문출판사>
로잘린드 프랭클린이 사망함으로써 과학사의 뒤안길로 묻힐 뻔했던 이 놀라운 이야기는 와슨의 '이중나선' 출간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그는 프랭클린을 연구업적을 독식하려는 욕심 많고 고집 센 여자 다크 레이디(Dark Lady, 여성을 폄하하는 말)로 지칭한다. 생전의 그를 알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했고 비로소 프랭클린은 다시 조명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저 '성실하고 훌륭했던 연구자' 정도의 낮은 평가를 받던 프랭클린은 브렌다 매독스의 이번 전기를 통해 제자리를 찾게 될 것이다. 브렌다 매독스는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우수전기상, 국제작가협회(PEN) 은상 등을 수상한 세계적인 전기작가이다. 매독스는 풍부한 이야기와 균형 잡힌 시각의 이 전기를 쓰는 과정에서 로잘린드 프랭클린의 사적인 편지들을 모두 보았고 또한 크릭, 와슨, 윌킨스를 포함하여 그의 삶에 등장했던 중요한 과학자들을 일일이 인터뷰했다.

이미 이 세상을 떠났기에 프랭클린 자신은 이중나선을 둘러싼 이야기를 두고 아무런 말을 할 수 없게 된 후에도 와슨과 크릭은 자기 변명을 하기에 바빴다. 즉 자신들은 그의 데이터를 생각하기 위해 사용한 것이지 훔치기 위해 사용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구구한 변명이야 어쨌든 분명 프랭클린의 X선 사진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그의 업적이 제자리를 찾는 데는 반세기가 넘게 걸렸다. 사후에 프랭클린의 명성은 다시 한번 재평가되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그녀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를 제작했고 영국 전통유산회 등 많은 단체에서 그를 기념하고 있다.

그걸로 된 것일까? 마지막 질문이 남아 있다. '로잘린드 프랭클린이 살아 있었다면 노벨상을 탈 수 있었을까?' 답은 그리 간단치 않다. 노벨상 수상 통계를 보면 여성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2001년 노벨상 100주년 기념식에서 도로시 호지킨은 상을 수상한 유일한 영국여성으로 남아 있었다. 또한 펄서를 발견한 천문학자 조슬린 벨은 그녀의 교수가 노벨상을 타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겪었다. 그의 수상이유는 '조수의 관찰에서 그 의미를 알아본 공로'였고, 이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도 수록되어 있다.

이는 단지 과학계에만, 또 노벨상에만 한정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여러 분야에서 또 일상에서 여성이 차지하고 있는 몫은 아직까지 너무나 열악하다. 로잘린드 프랭클린의 극적인 생애와 업적은 그런 상황에서 전개된 것이기에 더 가치 있는 것이다.

나도선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울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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