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부들이 제기한 ‘가족관계등록법’ 헌법소원
헌재, 생부 평등권은 기각했지만 아이 ‘출생등록될 권리’ 인정
국회, 2025년까지 개선입법해야...개정 없으면 효력 상실

김지환 '아빠의품' 대표 ⓒ홍수형 기자
김지환 ‘아빠의품’ 대표 ⓒ홍수형 기자

비혼부를 돕는 비혼부, 김지환 ‘아빠의품’ 대표가 헌재의 가족관계등록법 헌법불합치 결정에 대해 “그동안 주장해 온 아이의 기본권을 인정받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는 김 대표 등이 가족관계등록법 제46조 제2항에 대해 낸 위헌확인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고 30일 밝혔다.

가족관계등록법 제46조는 ‘혼인 외 출생자의 신고는 모가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민법은 출생신고된 아이가 혼인 관계인 남편의 자녀로 추정하도록 하고 있다. 즉, 생부가 아닌 친모의 남편 자녀로 추정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회적으로 비혼부는 자신의 아이의 출생신고를 할 수 없다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 혼인 외의 내연관계에서 아이가 출생한 경우에도 신고 과정이 복잡해지는 상황이다.

이에 생부들이 자신들과 아이 명의로 헌재에 위헌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아이들의 출생등록 권리와 생부의 평등권 등이 침해됐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헌법재판소. ⓒ뉴시스
헌법재판소. ⓒ뉴시스

헌재는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이 되지 않는다면 독자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아동으로서는 이러한 관계 형성의 기회가 완전히 박탈될 수 있다”고 출생등록 권리가 사회적 기본권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는 ‘출생 후 아동이 보호를 받을 수 있을 최대한 빠른 시점’에 출생과 관련된 기본적인 정보를 국가가 관리할 수 있도록 등록할 권리”라고 했다.

나아가 “생부는 모의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되는 자신의 혼인 외 자녀에 대해 곧바로 인지의 효력이 있는 친생자출생신고를 할 수 없다”며 “실효적으로 출생등록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를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친모가 혼인 중에 내연 관계를 통해 아이를 출산한 경우, 혼인 관계의 파탄을 우려해 출생신고를 꺼릴 수밖에 없는 사회적 환경도 감안됐다. 또 생부가 아닌 친모의 남편이 출생신고를 할 가능성도 적다고 했다.

김지환 '아빠의품' 대표 ⓒ홍수형 기자
김지환 '아빠의품' 대표 ⓒ홍수형 기자

다만 헌재는 생부들의 청구는 기각했다. 헌재는 “남편 아닌 남자인 생부에게 자신의 혼인 외 자녀에 대해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지 아니한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봤다.

아울러 “입법자는 출생등록을 실효적으로 보장하면서도 법적 부자관계의 형성에 혼란이 생기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할 일차적 책임과 재량이 있다”며 국회가 오는 2025년 5월31일까지 개선입법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령이 개정되지 않을 경우 이 조항의 효력은 상실된다.

이번 헌법소원을 제기한 김지환 아빠의품 대표는 “(헌법소원을) 의뢰한 입장에서 너무 감사한 결정이다. 출생신고가 지금까지는 부모의 권리나 의무로만 보여졌는데, 이번 헌재 결정으로 아이가 태어나서 국적과 기본권을 취득하는 건 아이가 당사자(인 문제)라는 걸 인정받은 것 같다”며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났는데 재판을 받아야만 출생신고가 된다는 게 해당 아이에겐 인권, 평등권 침해가 된다고 주장했었다. 그걸 그대로 인정받아 (그동안) 지극히 당연한, 맞는 말을 해왔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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