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건물에 설치된 전력량계 모습. ⓒ뉴시스
서울 시내 한 건물에 설치된 전력량계 모습. ⓒ뉴시스

주택용 전기요금에만 누진제가 적용되고 있지만 이는 '정당하다'는 대법원이 판결했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30일 전력 소비자 87명이 한전을 상대로 낸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누진제는 전기사용자 간에 부담의 형평이 유지되는 가운데 전기의 합리적 배분을 위해 도입된 경우"라며 "설령 누진제가 구 전기사업법의 목적과 취지를 달성하는 데 가장 적합한 요금방식이라고 보기에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원심이 주택용 전력에 시간대별·계절별 차등요금제를 도입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단정한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전기요금 산정·부과 기준을 정할 때는 전문적이고 정책적인 판단도 필요하지만 기술 발전과 환경 변화에도 즉각 대응해야 한다"며 "정책에 따라서는 시간대별·계절별 차등요금제 등 다양한 방식의 전기요금제가 누진요금제와 함께 활용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 전기요금에는 주택용·일반용·산업용·교육용·농사용 등 사용 용도별 차등요금제가 적용되지만 전기를 많이 쓸수록 단가가 높아지는 누진제는 주택용에만 적용된다.

누진제는 1970년대 초 석유파동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해 전기 공급량이 부족해지자 국가 차원에서 산업용 전력을 확보하고 가정용 전력 소비를 줄이기 위해 도입됐다. 시간이 지나고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주택용에만 누진제를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곽상언 변호사(법무법인 인강)는 2014년부터 주택용 전기요금에 누진제를 적용한 것은 부당이득이라며 한전을 상대로 반환 소송을 제기해 왔다. 이번에 결론이 나는 사건은 곽 변호사가 대리한 14건 중 3건이다

1·2심에서 모두 소비자가 패소했다. 법원은 전기료 기본공급약관 작성·변경이 전기위원회 심의, 기획재정부 장관 협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인가 등의 절차를 거친다는 점을 들어 누진제의 정당성을 인정했다.

한정된 '필수공공재'인 전기가 소득수준이나 계층에 따라 공급이 편중되는 것을 막고 전기요금을 통해 전력사용량이 많은 가구와 그렇지 않은 가구 사이에 소득 재분배를 실현하는 등 사회적·정책적으로도 누진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한전이 지위를 남용하지 않았다고 봤다. 한전이 관련 규정을 준수해 기본공급약관을 작성하고 인가받았다면 약관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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