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들의 침묵'모티브 된 FBI 분석관 레슬러의 '살인자들과의 인터뷰'

'연쇄살인범'용어 첫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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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양들의 침묵'
78년 어느 날 당신은 살해된 여성의 시체를 보게 된다. 희생자의 이름은 테리 월린. 22세로 임신 3개월이었다. 그는 가슴에서 복부까지 칼로 베어졌으며 특히 벌어진 복부에서 창자 일부가 나와 있다. 희생자의 입 안은 동물 배설물로 꽉 차 있었으며 범인이 희생자의 피를 요구르트 병에 담아 마셨다는 증거가 발견되었다. 소름끼치는 범죄현장에서 당신이 몸서리치고만 있을 때 누군가가 나타나 “범인은 25∼27세 가량의 백인 남성으로 정신병력이 있으며 영양실조 환자처럼 깡마른 외모를 하고 있다. 실직상태로 군복무 경험이 없고, 고교 혹은 대학 중퇴. 하나 혹은 그 이상의 중증피해망상 환자이다”라고 추측한다. 이런 예측을 할 수 있었던 주인공은 FBI 범죄심리분석관 로버트 K 레슬러이다. 그가 범인에 대한 묘사를 할 수 있었던 근거는 바로 '범인 프로파일링'기법. 즉 범행현장, 희생자, 여타 증거구성요소를 면밀히 검토해 작성하는 당시 신생 학문과 그 동안의 현장 경험이었다. 그는 결국 범인에 대한 수사망을 좁혀 범인을 검거했다. 범인은 28세의 백인 남성인 리처드 체이스로 그의 예측 사항 가운데 90% 이상이 일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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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K 레슬러는 '연쇄살인범'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소설가 토머스 해리스가 그의 수사 경험담을 모티브 삼아 베스트셀러 소설 '양들의 침묵'과 '한니발'을 집필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런 레슬러는 흉악한 범죄자들의 범죄심리를 분석, 92년 '살인자들과의 인터뷰'를 내놓았다. 국내에선 최근 출간되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흉악한 범죄 그 자체를 흡사 영화처럼 긴박하게 서술하고 있고, 테리 월린의 경우처럼 희생자들의 상태나 주변 여건 몇 가지만으로 범인을 분석하는 작업을 소개한다. 또한 저자가 교도소를 직접 찾아가 살인범과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눠 범인의 특징과 내면 상태를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한다.

그는 살인범들이 '왜 살인을 저질렀는가'에 초점을 맞춰 살인범들의 내적 상태와 살인범들을 그렇게 만든 가족 혹은 사회의 잘못을 지적한다. 그는 “결함이 있는 가정과 사회는 범죄적인 행동과 환상을 키우는 온실 같은 환경을 만들어내 결국에는 무시무시한 비극을 불러온다”고 주장한다.

또한 그는 타인에 대한 무차별적인 분노를 표출한 살인자들이 '비뚤어진 성 관념'과'어린 시절의 불우함'이라는 두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분석하고 범죄 분야에 있어 과학적이고 심리적인 연구를 통해 잠재적 살인자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임영현 기자 sobeit3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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