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원의 에코해빗]
나와 내 아이를 위한 에코해빗
반만 사고 오래 쓰기

지난 19일 서울마라톤 현장에 버려진 일회용 쓰레기. ⓒ환경단체 와이퍼스
지난 19일 서울마라톤 현장에 버려진 일회용 쓰레기. ⓒ환경단체 와이퍼스

드디어 마스크 착용이 전면 해제되고 오랜만에 ‘자유의 봄’을 맞았다. 그동안 중단됐던 행사들이 속속 다시 시작됐고, 얼마 전 서울에서 4년 만에 큰 마라톤대회가 열렸다. 긴 팬데믹 후 건강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면서 3만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성황리에 종료됐다.

그런데 대회가 끝나고 한 환경단체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마라톤 코스 길가에 빼곡하게 버려진 엄청난 양의 일회용 종이컵과 페트병, 기념품 비닐, 홍보용 폐현수막 더미까지... 단 하루의 행사에서 너무 많은 쓰레기가 나왔다. 이날 참가한 사람들이 음료를 한 잔씩 마셨다면 3만 개, 세 잔씩 마셨다면 10만 개가 넘는 종이컵이 길거리에 버려진 것이다.

음료와 생수를 협찬했던 기업에서는 ‘ESG 경영의 일환으로 친환경 종이컵과 무라벨 생수를 공급했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종이컵과 페트병은 다 재활용되는 것이니 수거만 잘하면 되지 않냐’는 댓글도 봤다. 그런데 재활용만 되면 이렇게 많이 쓰고 버려도 괜찮은 것일까.

우리가 먹고 쓰는 모든 것은 생산과 유통, 재활용을 포함한 폐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자원이 소요되고, 많은 탄소가 배출된다. 꼭 써야 한다면 친환경, 재활용 가능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지만 가장 좋은 선택은 처음부터 필요한 만큼 쓰고 적게 버리는 것이다. 마라톤 대회에서 발생하는 대량 쓰레기는 계속해서 지적된 문제다. 코로나19로 오랫동안 미뤄왔던 대형 행사가 줄줄이 열리기 시작하는 이때, 마라톤 대회뿐 아니라 모든 행사에서 어떻게 하면 자원을 덜 쓰고 쓰레기를 덜 배출할 수 있을지 꼭 고민해야 한다.

2022년 구글코리아 ‘올해의 검색어’ 1위는 ‘기후변화’였다. 올해의 검색어란 전년도보다 가장 많이 검색량이 크게 늘어난 단어를 의미한다. 그만큼 기후와 환경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문제의식이 크게 늘었다. 그런데 우리는 그에 비해 막상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배출한 탄소를 다른 누군가, 또는 과학이 다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고 있는(믿고 싶은) 상황이다.

지난 3월 20일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6차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폭 줄여야 하지만 이대로는 세계 각국이 세운 감축 목표로는 달성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인류는 살얼음판 위에 있고, 그 얼음은 빠르게 녹고 있다. 기후 시한폭탄이 똑딱거리고 있다”라며 “지구 표면온도 ‘1.5도’ 제한을 달성하려면 대대적이고, 신속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미 다가온 기후위기는 ‘먹고사는’ 문제를 넘어서는 ‘죽고사는’ 문제다. 개인과 기업, 국가, 전 세계가 함께 협력해야 하고 모든 부문의 전방위적 변화가 절실하다. 가정, 학교, 회사, 공공시설에 이르기까지 모든 장소에서 줄일 수 있는 자원에 대한 ‘진단’과 ‘성찰’, 그에 맞는 ‘실행’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사용하는 에너지, 구입하는 자원, 배출하는 쓰레기의 총량을 줄여야 한다.

지금 내 생활의 모든 부분에서 줄일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불필요하게 많이 사고 쉽게 버리던 습관에서 벗어나 반만 사고, 산 것을 오래 쓰고, 적게 버리는 것부터 신경 써 보자. 에코해빗은 멀리 있는 북극곰을 위한 것이 아닌 나와 내 아이들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시작이다. 내 아이를 살얼음판에 걷게 할 엄마는 이 세상에 없을 테니 말이다.

하지원 대표 ⓒ에코맘코리아
하지원 대표 ⓒ에코맘코리아

[하지원의 에코해빗] 연재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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