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겸손 리더십-정현백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삶 속의 평화를 실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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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이후 남과 북이 적대감으로 똘똘 뭉쳤던 시절, 여성들은 '평화'란 화두를 꺼내들고 냉전 기운으로 가득 찬 한반도에 온기를 불어넣기 시작했다. 80년대 원폭피해자 돕기, 군축, 국방비 절감 운동과 함께 91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부상한 반전운동을 주도한 이들은 여성들이었다.

정현백(52·성균관대 사학과 교수)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여성들의 감수성'이 평화 운동을 이끌어왔다”고 단언한다. 그는 “여성들이 생물학적으로 남성보다 평화운동에 더 적극적이란 증거는 없다”면서도 “육아 등 가정 내 돌봄 노동 경험이 많은 여성들이 가부장 문화에서 성장한 남성들보다 평화 감수성이 높은 것은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2000년 6월 열린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전 국민적으로 평화분위기가 확산됐다”며 “통일에 대한 논의보다 평화체제 정착이 현재 우리 사회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평화체제 정착을 위해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이 없어지고 민주적인 사회가 돼야 한다”며 “폭력적이고 군사주의적인 문화를 없애는 것이 일상 생활에서 평화운동을 실천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성균관대에서 교편을 잡은 정 대표가 사회 문제에 적극 뛰어들게 된 것은 80년대 중반이었다. '지식인으로서의 빚 갚음' 의식이 '사회참여'의 가장 큰 원인이 됐다. 한국여성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여성과 사회' 편집인으로 일한 것을 시작으로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창립 과정에 참여하며 활동 영역을 넓혔다.

그는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의 조건을 치열함, 전문성, 겸손”이라고 꼽았다.

'학자'와 '운동가'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쉽지 않았다. 정 대표 스스로도 “두 가지 일을 병행하다 보니 모두 못 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웃으며 말하지만, 현실이 자신을 필요로 할 때 외면하지 않겠다는 마음은 지금껏 변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가끔 “왜 이렇게 나 자신을 혹사시킬까”란 회의에 빠지기도 한다. 그때마다 정 대표는 “인간은 스스로 만들어 놓은 의미의 그물 망에 갇혀 사는 존재”라고 주장한 한 역사인류학자의 말을 되새김질한다고 전했다.

사회운동 체화 리더십-이김현숙 대한적십자사 부총재

“대중 평화의지 끌어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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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운동가 출신 이김현숙 대한적십자사 부총재는 나이 50에 본격적으로 평화운동을 시작했다. 한국평화연구원 원장, 민화협 여성위원회 위원장,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자문위원을 거쳐 현재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이사장, 통일교육협의회 상임의장, 대통령통일고문회의 고문 등의 직위가 시사하듯 우리나라의 대표적 여성 평화운동가이다.

그는 “평화가 단순히 '무력이 없는 상태'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평화로워지기 위해서는 사회정의가 제대로 실현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며 평화를 저해하는 네 개의 커다란 기둥으로 군사주의, 가부장제, 환경파괴, 빈곤을 꼽았다. 여기에 더해 제대로 된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마음의 평화까지 있어야만 한단다. 즉 그에게 평화운동은 모든 사회운동의 출발점이자 도착점이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 구체적으로 풀어내야 할 평화운동으로 통일운동을 꼽았다. 즉 “내적인 분단을 해소함으로써 세계적인 패권질서를 해소하는 것, 그것이 현재 한반도에서 이루어져야 할 '좁은 의미'의 평화운동”이라는 것이다. 이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운동가들이 정세를 제대로 파악하고 국제 연대를 제대로 이루어 내는 것, 마지막으로 대중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되어야 한다.

그는 평화운동의 가장 어려운 과제로 “대중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 어떻게 대중에 뿌리내린 운동을 할 것인가”를 꼽았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평화운동이 대중에게 다가가기 힘든 이유로 우리 사회의 이데올로기적 통제와 평화운동에 대해 가지는 소위 '색깔'에 대한 두려움을 들었다. 상대적으로 이런 두려움이 적은 신세대들의 운동방식, 그들의 발랄함과 색다름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모습을 보면서 고민하는 운동가로서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운동가는 시대의 발전으로 보상받는다. 자신의 영역에서 묵묵히 전문성을 쌓으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이김현숙 부총재는 “내가 발 벗고 나서지 못하는 대신 평화운동을 위해 적은 돈이라도 조금씩 후원함으로써 관심을 표하면서 운동가들을 응원해 주는 것, 그것이 바로 일상의 평화운동이다”라고 강조했다.

'과정'의 리더십-김숙임 평화를만드는여성회 공동대표

“평화는 마음을 여는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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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만드는여성회(평화여성회) 김숙임 대표는 척박한 한국 평화운동사에 작지만 큰 발걸음을 내디딘 여성주의 평화운동가이다. 최근 김 대표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 시민단체, 정치인과의 연대를 모색하고 국내에서는 남북여성 교류를 위한 협력체계 구축에 한창이다. “여기저기 일 벌이는 사람을 싫어하는데 어쩌다 보니 내가 그런 사람이 됐다”는 김 대표는 방위비 삭감을 위한 연대 모임부터 대인지뢰대책회의, 평화박물관 사업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곳이라면 빠지는 곳이 없다. “여성은 가부장적 군사주의의 전략적 희생물이 될 수밖에 없다”며 여성주의 평화운동의 필연성을 지적한 김 대표는 여성이 평화운동의 주체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90년대 초부터 평화운동에 몸을 담아왔지만 가시적인 성과물도, 뚜렷한 결과도 보이지 않았던 길에 대해 회의를 느낄 만도 하다. 그러나 김 대표는 '평화는 과정'이라고 단호히 말한다. 평화를 실천한다는 것은 “끝나지 않는 분쟁 가운데 서서 갈등 해결을 위해 다리를 놓는 것”이라며 “평화운동을 하는 사람부터 스스로 평화를 얻지 못하면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운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열정과 패기로 위태위태하던 자신의 젊은 날을 다스려준 고 이우정 선생님을 삶의 표상으로 꼽은 김 대표는 이제 대선배로서 평화를 이끌어갈 다음 세대를 위한 조언을 빼놓지 않았다. 신생 평화단체들이 평화운동의 지평을 넓혀주었기 때문에 지금 평화운동에 뛰어드는 청년들에게 “여러 평화운동 중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밀도 높은 평화를 만들어가며 일상에서, 단체에서, 사회에서 평화주의자가 돼라”고 당부했다.

이김현숙, 심영희 씨와 함께 평화여성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숙임 대표는 91년'방위비 삭감을 위한 연대모임'으로 평화운동에 뛰어들었다. 96년 평화여성회를 창립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민족화해협력국민협의회 여성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특별취재팀=임현선·김엘리·이현숙·서김현지 기자

사진=이기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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