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들 “사생활 전혀 안 지켜져” 이용 꺼려
국회의원 “어린 학생들은 같은 성별 출입할 수 있는 공간 필요”

영국 옥스퍼드대 서머빌 칼리지 학부생들이 학내에 성중립 화장실을 설치하기로 했다. 사진은 미국 샌디에고 공항의 성중립적 화장실. ⓒ위키피디아
사진은 미국 샌디에고 공항의 성중립적 화장실. ⓒ위키피디아

영국의 한 학교 ‘성중립 화장실’에서 남학생들이 여학생을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여학생들은 성중립 화장실이 사생활 보호가 전혀되지 않아 평소 이용이 꺼려진다고 말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영국 코번트리에 있는 칼루돈 캐슬 학교에 재학 중인 13세 여학생이 성중립 화장실(성별 구분 없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 사용 중 남학생으로부터 폭행당했다고 보도했다.

성중립 화장실을 사용 중이던 피해 학생은 “한 무리의 남학생들이 억지로 화장실에 들어오려고 했다. 문을 막아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해당 학생은 남학생들이 열어젖힌 문에 머리를 맞고 팔에 멍이 드는 등 피해를 입었다. 이후 치료와 엑스레이 촬영을 위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사건 소식을 접한 피해 학생의 어머니 젬마 브레넌(40)씨는 “사건 경위를 듣고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곧장 알아차릴 수 있었다. 평상시에도 화장실 걸쇠가 부서져 있어, 여학생들이 공용 화장실을 마음 놓고 이용할 수 없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측이 극소수의 요구를 우선시하기 위해 여학생들의 안전을 등한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칼루돈 캐슬 학교의 9학년 교실이 있는 복도에는 성중립 화장실만 마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학생은 “모든 소리가 모두에게 들리기 때문에 사생활이 전혀 지켜지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어떤 학생들은 여자 화장실이 없어 생리할 때가 되면 학교에 나오는 것이 꺼려진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영국 국회의원 존 헤이스 역시 해당 사건에 대해 “아직 어린 나이의 학생들은 같은 성별만 출입할 수 있는 사적인 공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논평했다.

학교 측은 폭행을 가한 남학생이 학칙에 따라 제재받았으며, 전반적인 성 중립 화장실 시스템 역시 재정비하겠다고 밝혀 논란 진화에 나섰다. 사라 켄릭 교장은 교내에 설치된 모든 성중립 화장실의 걸쇠를 수리했으며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 교직원에 의해 관리·감독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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