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혁의 세계는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과 러시아,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으로 신냉전체제가 굳어지고 있다.

이번주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러시아 국빈방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우크라이나 기습 방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을 둘러싼 중국, 러시아와 서방의 공방 등이 동시 다발적으로 벌어졌다.

미국의 언론들은 아프리카와 중남미 등 남반구에서도 미국의 이익이 위협받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 푸틴을 엄호한 시진핑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를 국빈방문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환담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의 거리는 1m 이내로 푸틴이 다른 나라 정상들과환담할때의 거리 5m 이상 떨어져 있는 것과 대조를 보였다. ⓒ러시아 외교부 트위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를 국빈방문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환담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의 거리는 1m 이내로 푸틴이 다른 나라 정상들과 환담할 때의 거리가 5m 이상 떨어져 있는 것과 대조를 보였다. ⓒ러시아 외교부 트위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번주에 러시아를 국빈방문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가장 친한 친구' 시 주석을 극진하게 대접했다.

시 주석은 도착 직후 연설에서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유엔 중심의 국제체제를 수호하고, 유엔 헌장의 목적과 원칙에 기반한 국제관계 규범과 국제법을 토대로 한 세계질서를 수호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타스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각) "어제와 오늘 제한적으로 참석하고 대표단이 참여한 협상은 따뜻하고 우호적이며 건설적인 분위기에서 이뤄졌다"고 말했다

시진핑 주석은 푸틴에게 "전통적인 환대와 따뜻한 환영"에 감사했다 그는 이번 협상을 "솔직하고 우호적이며 생산적"이라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은 21일(현지시각)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우리는 군사적, 정치적, 기타 이익을 얻기 위해 다른 국가의 정당한 안보 이익을 훼손하는 모든 국가와 그들의 연합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우리는 책임감 있는 대화가 우크라이나 위기의 해결을 위한 최선의 방법임을 강조하며, 국제사회는 이와 관련해 건설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중국의 평화안은 전쟁을 끝내기 위한 기초가 될수 있다"며 "서방과 우크라이나가 준비가 돼 있으면 추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푸틴과 시진핑은 환담 때 거리는 1m도 되지 않는 작은 사각 테이블을 옆에 두고 서로의 영도력을 칭찬하며 덕담을 나눴다. 

푸틴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다른 해외 정상들과는 5m 길이 테이블을 두고 이야기를 나눴던 것과 대조를 보였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 화요일 러시아 TV에 출연해 러시아와 중국 회담 성공은 미국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방 국가들의 반응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이것은 그들과 상관없는 일이며 미국인들과 상관없는 일"이라며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라고 덧붙였다.

안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러시아 국빈방문에 대해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지 불과 며칠 만에 중국 지도자가 러시아를 방문했다"고 말했다.

미국 외교관은 "중국은 크렘린에 책임을 물을 책임이 없다"며 "러시아를 외교적으로 엄호했다"고 밝혔다.

◆ 우크라이나 방문한 마지막 G7 정상 기시다

키이우를 기습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일본 총리실
키이우를 기습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일본 총리실

시진핑 주석이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키이우를 기습 방문했다. 기시다는 선진 7개국(G7) 정상 중 유일하게 우크라이나를 방문하지 않은 지도자였다.

로이터통신은 기시다 총리가 지난해 4백명이 숨진 부차를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부차는 러시아의 잔인함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기시아는 "1년 전 부차에서 무고한 민간인이 살해된 것을 보고 전 세계가 경악했다. 바로 이곳을 방문했을 때 잔학행위에 대해 정말 큰 분노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국민을 대신해 모든 희생자와 부상자에게 조의를 표한다. 일본은 평화를 되찾기 위해 최선을 다해 우크라이나를 돕겠다"라고 덧붙였다.

일본 NHK 방송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이날 키이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 살상 능력이 없는 장비 3000만 달러 상당을 제공하고, 에너지 분야 등에 4억 7000만 달러를 무상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이 기존에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겠다고 밝힌 71억 달러에 더해 5억 달러(약 6500억원)를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기시다 총리는 오는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 회의에 젤렌스키 대통령을 초청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G7 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하겠다고 답했다. 

기시다 총리는 “G7 정상회의 전에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일본의 흔들리지 않는 연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기시다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일본 총리가 예고없이 다른 나라를 방문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미국의 동맹인 일본은 쿠릴 열도를 둘러싸고 러시아와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일본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도쿄와 일본 대중의 우려를 더욱 심화시켰다.

로이터는 기시다가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연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 또 다른 냉전 현장 '한반도'

북한 조선중앙TV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지난 16일 평양 순안 국제국제비행장에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가 실시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발사 영상을 17일 공개했다. 이날 화성-17형 발사 현장에는 딸 김주애도 동행했다.  ⓒ조선 중앙TV 화면 갈무리
북한 조선중앙TV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지난 16일 평양 순안 국제국제비행장에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가 실시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발사 영상을 17일 공개했다. 이날 화성-17형 발사 현장에는 딸 김주애도 동행했다. ⓒ조선 중앙TV 화면 갈무리

북한은 지난 19일 탄도미사일을 동해로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800여km 비행 후 동해상에 떨어졌다. 

북한이 공개한 미사일 발사장면은 미사일이 격납고(사일로)에서 발사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미사일이 사일로에서 발사됐다면 이는 북한이 발사 방법과 발사대를 추가하는 것일 수 있다고 풀이했다.

북한은 22일 오전에도 함경남도 흥남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을 여러 발 발사했다. 한미 정보당국은 이번 미사일이 '북한판 토마호크'라 불리는 KN-27의 개량형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이날 발사한 미사일이 4발이라고 국회에서 밝혔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한국군과 미군의 대규모 연합훈련에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13일부터 23일까지 '자유의 방패'(FS. Freedom Shield)훈련을 실시했다. 훈련은 11일 동안 매일 24시간 단절없이 진행됐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훈련기간에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랜서 전략폭격기가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엘스워스 공군기지에서 출발해 한반도에 전개했다. 대공포가 미치지 못하는 18km 상공에서 재래식 폭격만으로도 평양 전역을 초토화할 수 있어 위력을 갖춘 B-1B가 한반도에 진입하기 25분 전에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했다.
 
◆ 유엔 안보리 '남북한 대리전'

미국의 B-1B 전략폭격기가 한반도에 전개한 가운데 한미 공군이 연합훈련을 벌이고 있다. ⓒ국방부 제공
한미 공군이 미국의 B-1B 전략폭격기가 한반도에 전개한 가운데 연합훈련을 벌이고 있다. ⓒ국방부 제공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다음날인 20일(현지시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남북한의 대리전이 펼쳐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 러시아는 월요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북한의 수십 차례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무기 개발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놓고 논쟁을 벌였다

안보리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의 발사를 발표한데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북한은 2006년부터 미사일과 핵 프로그램으로 유엔의 제재를 받아왔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과 한국의 합동 군사 훈련이 북한을 자극했다고 주장했고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더 많은 제재로부터 보호함으로써 북한을 대담하게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회의에서 "국제사회가 이 문제에 대해 행동하는 것을 방해하는 분열에 대해 깊은 우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안나 에브스티니바 러시아 유엔 차석대사는 미국과 한국의 군사활동에 대해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정 슈앙 중국 유엔 차석대사는 방어훈련에 의문을 제기하며 두 나라가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 미국 대사는 "정례화된 훈련이다. 순수하게 방어적인 훈련"이라고 북한의 공식 이름인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DPRK)을 사용하며 "미국은 북한에 적대적 의도가 없다"고  반박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와 함께 거부권을 갖고 있는 어시아와 중국은 더 많은 제재가 상황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머스 그린필드 대사는  유엔 제재 해제가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보상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북한이 필요한 인도적 지원을 북한 주민들로부터 빼앗고 있다고 비난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과 영국이 오커스(AUKUS) 안보동맹을 맺은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을 지원하기로 한데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미국과 영국은 그들의 우려를 일축하고 AUKUS가 핵무기확산금지조약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제임스 카리우키 영국 대사는 "북한의 불법적인 핵과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은 여러 안보리 결의에 위반된 것이다. AUKUS와 비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

◆ 21세기 냉전, 북반구에서 남반구까지 

[발리=AP/뉴시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발리=AP/뉴시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CNN은 시진핑 주석의 러시아 방문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궁지에 몰린 러시아와 아시아 밖으로 영역을 확장하려하는 중국의 입장에서 서로 중요한 순간에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시진핑의 방문은 국제사법재판소가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전쟁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한 뒤 이뤄졌다. CNN은 미국에 대한 적대감이 딱 맞아 떨어진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때부터 미국과 경제전쟁을 벌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 패권을 놓고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국제형사재판소가 체포영장을 발부한 폭력적인 러시아 지도자에게 은신처를 제공했다고 비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크라이나가 서방, 미국의 대리전을 벌이고 있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중국, 러시아와 미국이 대리전을 벌이고 있다. 서방은 미국을 옹호하면서 반 중국, 반 러시아 전선에 합류하고 있다.

CNN은 중국과 러시아가 진정으로 미국의 외교 정책 전문가들이 오랫동안 두려워해 온 반미 연합 전선을 구축했는지는 의심스러워 보인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현재 심각한 외교 정책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많은 전문가들이 경고하고 있는 중국과의 냉전과 우크라이나에서의 20세기 형태의 대리전에도 대비하고 있다. CNN은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는 함께 우크라이나와 다른 곳에서 미국의 목표를 좌절시킬 수 있는 더 많은 능력을 갖고 있다고 경고했다.

CNN은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훨씬 더 넓은 세계 무대에서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세계적 영향력이 약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에게 유용한 동맹국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아프리카에서도 국익을 저울질하며 싸우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와 서방이 총과 금, 사회관계망(SNS)을 놓고 신냉전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아프리카 대륙의 중앙에 있는 광활한 사막국가 차드가 러시아 확장 노력의 표적이 되고 있다.

미국은 최근 차드 대통령에게 러시아 용병들이 차드 대통령과 3명의 고위 보좌관들을 살해할 음모를 꾸미고 있으며 러시아는 인접한 중앙아프리카 공화국에 집결하고 있는 차드 반군을 지원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차드의 내각 장관들과 대통령의 이복형제를 포함한 차드 집권 엘리트 내부의 동조자들에게 구애하고 있다.

차드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벌이는 냉전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전에 벌였던 형태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전략은 아프리카에서 프랑스의 입지를 높여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프랑스는 최근 말리와 중앙 아프리카 공화국과 같은 이전 식민지를 러시아에게 넘겨줬다. 러시아는 아프리카 중부와 서부에서 더 많은 프랑스의 영역을 차지하려 하고 있으며 미국은 이에 대응하고 있다.

미국의 뉴스위크는 또 다른 형태의 냉전을 경고했다.

지금 제2의 냉전에 접근하고 있다면 힘보다는 외교와 경제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또다른 형태의 냉전시대를 전망했다.

뉴스위크는 중국이 세계 170개 나라에 대사관을 두고 있으며 영어와 프랑스어 뿐만아니라 더 많은 지역의 언어를 구사하는 잘 훈련된 외교관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지난 6주 동안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평화협정을 중개해 양측의 국교를 정상화시켰다. 

중남미의 온두라스는 대만과의 82년 관계를 단절하고 중국과 수교하기로 했다. 중국 정부는 온두라스 중부에 수력발전 댐을 건설하는 계획에 3억 달러(3천900억 원) 규모의 차관을 제공했다. 건설은 중국수전(Sinohydro)이 맡았다.

뉴스위크는 지금 새로운 냉전 체제를 맞았거나 서릿발 같은 힘의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면 중국은 소프트 파워로 미래를 개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위크는 미국의 동맹들은 외교와 경제개발측면에서 경쟁력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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