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리티·LGU+·SK이노 등
기업들 여성 사외이사 선임 분주
‘특정 성별 독점 금지’ 자본시장법 영향
“여성 사내이사 수도 늘어나야”

ⓒ이은정 디자이너
ⓒ이은정 디자이너

지난달 말 기준 500대 기업 중 상장사 269개 기업 중 이사회에 여성 임원을 선임한 기업은 151개로 1년 전보다 49곳 늘었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의 조사 결과로, 이번 주주총회 시즌이 끝나면 여성 사외이사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 기업에 여성 사외이사가 크게 늘고 있다. 지난 15일 막이 오른 올해 주주총회 시즌의 ‘여성 사외이사’ 선임은 주요 화두다. 남성만으로 구성된 이사회에 변화를 시도하는 두산에너빌리티, 여성 최초 사내이사를 선임한 LG유플러스 등 다양성 확대를 위해 안간힘이다.

기업 내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이사회를 특정 성별이 독식하지 못하도록 한 자본시장법이 여성 사외이사 확대의 결정적 변수였다. 다양성이 경쟁력이라는 기업 내 인식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올해 주총 시즌의 막이 올랐다. 삼성전자와 삼성SDI를 시작으로 17일 기아, 21일 LG디스플레이, 23일 현대자동차, 30일 SK이노베이션 등 3월말까지 이어진다.

먼저 삼성SDI는 지난 15일 주주총회에서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SK 12개 주요 상장사들은 이사회를 열어 총 12명의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다. 이 가운데 7명이 여성이다. 이로써 올해 SK그룹 12개 상장사 이사회의 여성이사는 총 19명으로, 여성이사 비율이 지난해 대비 7%포인트 높아진 21%가 될 전망이다.

계열사별로 살펴보면 SK는 인수‧합병(M&A) 전문가인 박현주 법무법인 세종 선임 외국변호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고, SK이노베이션은 김주연 전 P&G 한국·일본지역 부회장과 이복희 롬엔드하스전자재료씨엠피코리아 대표이사를 추천했다.

또 SK하이닉스가 김정원 전 한국 씨티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 부행장, SK네트웍스가 채수일 전 보스턴컨설팅그룹 아시아태평양 금융부문 총괄대표, SKC가 채은미 전 페덱스코리아 사장과 김정인 하이퍼라운지 대표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지난달 최태원 SK 회장이 여성 임원 비율에 대해 “다양성 측면에서 더욱 고민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각 계열사가 여성 사외이사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사회 전원이 남성으로 구성됐던 두산에너빌리티와 HDC현대산업개발, 두산밥캣, 현대두산인프라코어 등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여성 사외이사 신규 선임에 나선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은형 국민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를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최진희 고려대학교 경영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한다.

LG유플러스에서는 최초 여성 사내이사가 탄생했다. LG유플러스는 17일 주총에서 여명희 최고재무책임자(CFO)‧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를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SK텔레콤은 28일 주총에 오혜연 카이스트 인공지능 연구원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건을 안건으로 올렸다.

KT는 여은정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를 재선임할 예정이다. 

종근당은 이미엽 신약사업개발담당를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창사 82년 만에 첫 여성 사내이사다. 

KB금융지주는 여정성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조화준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 서비스코리아 상근감사가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중임 권선주 전 기업은행장까지 전체 사외이사 7명 중 3명(42.8%)이 여성이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 박주근 대표는 “여성 사외이사 선임은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전문성이나 독립성을 고려하지 않고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사외이사는 늘어났지만, 사내이사는 여전히 여성의 수가 적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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