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김종욱 해양경찰청장
거제어민의 아들에서 해경 수장으로
구조 역량 강화와 해양주권 수호 집중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 부여” 강조

 

해경 창설 최초 순경 출신 해경 수장에 오른 김종욱 해양경찰청장 ⓒ홍수형 기자
해경 창설 최초 순경 출신 해경 수장에 오른 김종욱 해양경찰청장 ⓒ홍수형 기자

 

‘기본 임무에 충실한 해양경찰’ ‘현장에 강한 해양경찰’. 김종욱(55) 해양경찰청장은 지난 1월 취임식에서 직원들에게 이같이 당부했다. “공직자로서의 본분을 지키면서 국민이 부여한 사명과 임무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고도 했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으로 지휘부가 해체된 해경의 새 수장에 오른 리더로서의 당부이자 순경부터 치안총감에 오를 때까지 30년 넘게 해경에 몸담은 선배의 조언처럼 느껴졌다.

경남 거제 출신인 김 청장은 거제제일고와 초당대 경찰행정학과를 나와 1989년 순경으로 임용돼 올해 해경청장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치안감 보직인 서해지방청장에서 경찰 계급 2위인 치안정감을 거치지 않고 가장 높은 치안총감(청장)에 올랐다. 1987년 해경 전투경찰 시절부터 최고 계급에 도달한 현재까지 약 35년간 해경에 몸담으며 해경 역사의 절반을 함께 했다. 공직 생활 중 함정·안전·수사 등 다양한 보직을 거쳤고, 본청 수사과장, 인사담당관, 경비과장, 감사담당관을 거쳐 동해해경청장, 장비기술국장, 수사국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풍부한 현장 경험으로 업무 이해도가 높고 합리적인 일 처리로 조직 내·외부에서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다는 평이다.

해경은 해양안전과 경비, 오염방제에 제4군의 역할을 맡는다. 전체 해경을 이끄는 김 청장은 숨 가쁜 일정 속에서 ‘다도’를 하며 숨을 고른다. 이날도 인터뷰 뒤 청장실로 옮겨 직접 우려낸 황차를 찻잔에 따르며 기자들에게 권했다. ‘풀림의 차’라는 황차를 한 모금 마시자 떫지 않고 부드러운 맛이 입안에 감돌았다. 답답한 속도 풀리는 듯 했다. 그는 결제를 받으러 온 직원들에게도 차를 우려 주며 “결제판은 내려놓고 얘기하자”고 한단다. 업무보고를 넘어 터놓고 소통하자는 취지다. 취임사에서 강조한 “소통과 화합”을 김 청장은 찻잔을 나누며 실천하고 있었다.

-최초 순경 출신 청장으로 70여일을 보낸 소회는.

“해양경찰 70년 역사에서 최초 순경 출신 청장이라는 의미는 개인적으로 영광임과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게 합니다. 최초라는 타이틀은 좋은 선례가 돼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지요. 무엇보다 기본 임무에 충실한 해양경찰을 만들겠습니다. 모든 국민이 안전한 바다를 누릴 수 있도록 본연의 임무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임무를 완수하는 강인한 해양경찰, 사고 발생 시 완벽한 임무수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심도 있는 교육과 실전형 훈련으로 대응역량을 강화하겠습니다. 소통과 화합하는 조직을 만들겠습니다. 불필요한 관행은 과감히 개선해 나가겠습니다.

-해양 전투경찰 시절까지 더하면 약 35년간 해경에 몸담고 계십니다. 해경과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는지요.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그물로 정치망 조업을 하는 어민이셨어요. 삼촌도 해금강에서 유람선을 운영하셨고 외갓집도 굴 양식을 했고요. 자연스럽게 바다에서 일생을 보내고 1987년 10월 해경 전경에도 입대했지요. 합격한 뒤 통영과 인천에서 근무했습니다. 해기사 자격증도 있고 해경 전경 출신이어서 순경 특채로 뽑힐 수 있었고, 순경부터 경정까지 한 번도 떨어지지 않고 모두 시험으로 승진했어요. 근무지를 옮겨 다니느라 지금은 20대 중반인 쌍둥이 딸이 초등학교 때만 5번이나 전학을 해야 했어요. 지금도 딸들에게 항상 미안하지요. 강하게 키우고 싶어 딸들에게 허락도 받지 않고 해병대캠프에 보내기도 했어요. 그만큼 당당한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아빠의 마음 이었지요.” 

김종욱 해양경찰청장이 13일 동해 최북단 저도어장을 찾아 고속단정을 타고 해상치안현장을 점검했다. ⓒ해경
김종욱 해양경찰청장이 지난 3월 13일 동해 최북단 저도어장을 찾아 고속단정을 타고 해상치안현장을 점검했다. ⓒ해경

-해경에서 여성직원 비율이 11.3%이고, 여성경찰직은 10% 정도입니다. 조직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강화하기 위해 앞으로 추진할 정책은.

“2000년대 이전엔 경비함정 해상근무 등 특수한 근무환경을 이유로 해경은 남성의 전유물이었어요. 지난 20여년간 여성 비율을 꾸준히 높이고 있습니다.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는 운영으로 능력 있는 인재를 선발하려고 노력합니다. 지속적인 해양경찰 업무분석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해경으로서 임무를 수행하는 데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려고 합니다. 해경 양성평등정책위원회를 운영하고 전문가 의견을 통해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정책을 꾸준히 발굴하고 있습니다.”

-바다에서의 재난과 재해로 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을 강조하셨다. 해경의 구조 역량을 더 강화하기 위한 방안은.

“국민 누구라도 안전한 바다를 온전하게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해경은 평온한 바다뿐만 아니라 어떠한 악천후 속에서도 국민의 생명을 구할 수 있도록 구조 역량을 높이고 있습니다. 먼저 수색구조 인프라를 고도화 하고 있음. 치안・안전수요가 높은 해역은 경비함정을 신규 배치하고, 노후 함정・항공기는 신형으로 대체하고 있습니다.

구조대원 개인 역량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구조대원들이 안심하고 현장구조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개인 안전장비, 최신 수중수색 장비를 보급하고, 개인별 능력에 맞춘 교육·훈련 및 인명피해가 많이 발생하는 전복선박 구조 등 특수교육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구조 상황 이후에 지속적인 의료지원을 위해 구급체계도 개선 중입니다. 소방·지역 보건소와 의료기관 등과 이송, 응급구호소 운영체계 등을 확립할 계획입니다.”

-해경은 현장근무 비중이 높고 전국단위의 발령으로 인해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가 쉽지 않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전국단위 발령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2017년 지방청별 채용제도를 도입해 개선했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직원이 희망지에서 근무하고 있어요. 최근 육아휴직이나 모성보호시간을 활용하는 직원들도 늘고 있어요. 아직 여성 직원들의 현장근무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에요. 여경이 거의 없던 시기에 도입된 중형함에는 화장실 등의 생활시설이 마련돼 있지 않기도 합니다. 그래서 대형함 중심으로 마련돼 있는 여성 경찰 생활시설을 중형함과 파출소까지 대폭 확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현장 부서에 근무하는 여성 경찰 비율도 계속 증가할 것입니다.”

-각 분야에서 드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데, 해경의 드론 운용 계획은.

“해경은 2028년까지 1500톤급 이상 모든 대형함정 32척과 경찰서 20곳에 총 144대의 드론을 배치할 예정입니다. 조종인력 선발에는 성별 구분이 없어요. 현재 드론 조종인력 353명 중 35명이 여성들입니다. 2021년 해경 최초로 특별 채용한 드론운용 경찰관 2명 중 1명도 여성경찰관이에요. 무인비행장치에 대한 관심과 전문성만 있다면 충분히 중용될 것입니다.”

-청장님께서는 첫 순경 출신 청장으로 내부에서도 인사제도 혁신에 대한 관심이 큽니다.

“이미 공직 내외를 막론하고 성과중심 인사로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해경도 성과 중심 인사문화를 정립하기 위해 입직경로나 연공서열에 얽매이지 않는 공정한 인사제도를 구축하고 있어요. 승진소요 최저연수와 경력평정 반영비율을 축소했고 경무관 이상의 입직경로도 다양화하고 있고요. 무엇보다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를 부여하고 묵묵하게 헌신하는 직원들이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은.

“국민의 눈높이와 관점에서 생각하고, 목소리에 귀 기울여 국민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겠다. 해양경찰이라는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오로지 국민만을 바라보며 국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안전한 바다를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