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서남부 말뫼 지역의 한 시장이 주민들로 가득찬 모습. ⓒ뉴시스·여성신문
스웨덴 서남부 말뫼 지역의 한 시장이 주민들로 가득찬 모습. ⓒ뉴시스·여성신문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기준금리도 함께 오르는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스웨덴도 예외가 아니다. 1년 전 0% 대였던 기준금리가 현재 3%까지 올랐고, 부동산 대출 유동금리는 1.5%대에서 3.7%까지 뛰었다. 3억 대출 기준으로 한 달에 65만원 가량 이상 늘어 가정 재정 상황이 급격히 악화된 원인이다.

설상가상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서 전기 값도 덩달아 올라 1년 전에 비해 1킬로와트(kW)당 1500원이나 비싸졌다. 전기세는 한 달에 2000kW를 쓰는 가정은 매달 1600크로네(20만원)에서 4600크로네(50만원) 치솟아 추가 은행 지출 비용과 함께 110만원 이상 더 지출되는 셈이다.

이 뿐이 아니다. 장바구니 경제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스웨덴 통계청의 자료에 의하면 작년 3월에 비해 물가가 11.7%가 올라 저소득층은 직격탄을 맞았다. 더 큰 문제는 실업자나 한 부모 가정이 사는 임대주택의 임대료가 평균 4.5% 상승해 빠듯한 경제는 한계상황에 이른 점이다.

스웨덴 교회, 구세군, 적십자와 에릭스 옐프 등 자선단체의 급식을 타 가거나, 끼니를 건너뛰는 상황까지 생겨나고 있다. 식품판매에서도 변화가 일고 있다. 인스턴트식품 판매량이 급격히 늘고 있고, 라면 판매가 갑자기 늘었다. 음식비를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간편식과 라면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이다. 채소와 과일 값이 갑자기 폭등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이유식을 구입하던 가정은 부모가 직접 만들어 먹이는 열풍이 불기 시작했고, 주말 펍에서 마시던 맥주는 병맥주를 사와서 집에서 마시고, 주말마다 아이들에게 외식으로 사 주던 햄버거나 피자는 부모들이 직접 만들어 주는 풍토가 새로 생겼을 정도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정부는 결국 국민지원금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전기값이 갑자기 올라 제때에 내지 못하는 연금생활자, 실업자, 저소득층 등에 지불유예를 신속하게 진행했지만, 단기적 조치 밖에 되지 못하기 때문에 에너지세 환불을 시작한 것이다. 전기값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에 1년 총사용 전기량에 킬로와트 당 0.5 크로네(6원) 혹은 0.75(9원)씩 환급해 주는 조치를 단행했다. 작년 11월까지 지급하겠다는 약속은 지키지 못했지만 3월 중으로 신속하게 집행되어 저소득층은 어느 정도 급한 불은 끈 셈이다. 하지만 정부에 대한 불신은 이미 최고조에 달했다. 예테보리 대학 미디어 연구소가 조사한 2023년 신뢰조사에 따르면 정부신뢰는 1년 전에 비해 50%에서 34%로 곤두박질쳤다.

무게는 줄이고 값은 올리는 기만상술도 등장했다. 스웨덴 최대 유통 마켓인 ICA Maxi 체인점에서 185g 참치캔을 170g으로 줄이고도 300원을 인상해 소비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작아진 야채 묶음, 포장용지 제품 등 얄팍한 상술을 통한 간접적 인상으로 1년 매출이 3000억이나 증가해 좌파 정당은 프랑스와 노르웨이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이익 상한제를 도입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우파 정부는 시장질서를 깨뜨릴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국민신뢰조사에서 ICA 체인점은 신뢰도가 11%가 낮아져 국민의 실망과 불만이 얼마나 큰지 확인할 수 있다.

개인 아파트와 단독주택을 보유한 가정은 늘어난 대출금리의 부담이 늘어 외식과 생활비를 줄이거나, 여행이나 문화 등 여가활동을 위해 저축해 놓았던 비상자금을 사용하고 있다. 저소득층 지역에서는 이미 청소년들이 다니던 체육관 및 스포츠클럽에서 해약이 봇물을 잇고 있다고 한다. 소외가정 청소년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던 태권도 도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헬스, 요가, 실내골프 등 회사들도 파산이 속출하고 있다. 2차 대전 이후 최대 사회적 위기라고 입을 모은다.

소비 위축은 또 다른 위기를 낳을 것이 분명하다. 이 비상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갈 수 있을까? 복지국가 스웨덴도 일시적 충격파는 피해갈 수 없을 것 같다.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여성신문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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