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순의 양성평등정책 속으로]
부천시, 2016년부터 민관협치로
‘워킹맘 가사지원서비스’ 시작
삶의 질 높아져 이용자 만족도 높고
가사노동의 사회화로 일자리 창출

역량 강화를 위한 직무교육에 참여한 가사관리사들. ⓒ부천시여성회관
역량 강화를 위한 직무교육에 참여한 가사관리사들. ⓒ부천시여성회관

부천시의 ‘워킹맘 가사지원 서비스’는 2016년 부천시, 부천여성청소년재단과 가사관리사 협력기관인 부천YWCA 돌봄과살림 협동조합, 부천여성인력개발센터, ㈜우렁각시 매직케어, 희망나눔사회적협동조합 등 6개 기관이 참여하는 시범사업으로 시작됐다. 부천여성청소년재단 정책기획실이 이 사업을 총괄하여 부천시를 비롯한 기관·단체·자활센터와의 민·관 협력 기반을 구축하였고 부천시여성회관이 사업을 본격화하여 운영하고 있다.

행정에서 수행하기에는 복잡하고 어려운 이 사업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부천여성청소년재단이 실시한 ‘워킹맘 실태조사’ 결과 가사지원에 대한 요구가 가장 높게 나왔다. 당시 부천시 출산율이 전국 192위, 경기도 31개 시·군에서 꼴찌로 나온 것도 특단의 정책이 나오게 된 배경이었다.

2023년 기준 ‘워킹맘 가사지원서비스’는 중위소득 120% 이하의 부천시 거주 맞벌이 또는 일하는 한부모 가정이 신청할 수 있다. 첫째 기준으로 자녀가 만 12세 이하여야 되고, 미취학 자녀가 있으면 첫째 자녀 연령과 상관없이 신청가능하다. 자부담 이용료는 중위소득 75% 이하는 월 2만 5천원, 120% 이하는 월 3만원이다. 주 1회 12개월까지 이용 가능하다. 가사 관리사의 시간당 활동비는 1만4000원으로 총 예산 1억5000만원이 전액 활동비로 집행된다.

가사지원서비스 이용자 만족도 89%

가사지원서비스 사업을 수행하는 부천시여성회관은 매년 이용자 및 가사 관리사를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다. 이용자의 만족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2022년 만족도 조사 결과 응답자의 74.6%가 ‘매우 만족’, 14.3%가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매우 만족’의 이유로는 “삶의 질이 달라졌어요”, “가격 저렴하고, 서비스 질도 괜찮고, 무엇보다 부천시가 연결해주니 관리사님에 대한 신뢰가 있어요”, “퇴근 후 아이들에게 더 집중할 수 있고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맞벌이에 집안일까지 너무 힘들었는데 가사서비스로 행복지수까지 높아졌네요”, “일 끝나고 집에 오면 가사관리사님이 정리해준 덕분에 한주 힘이 납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등이다. 가장 많은 요구는 이용 서비스 기간을 늘려달라는 것이다. 특히 다자녀 경우 기간 연장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민원이 많다.

가사관리사의 활동 만족도는 이용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업무에 비해 급여가 적다”, “가사관리사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에 기분이 나쁘다”라는 의견들이 일부 있었다. 부천시여성회관 사업 담당자인 이은정씨는 “가사관리사 인식 및 처우개선을 위해 민간시장 평균단가 등을 반영하여 활동비를 인상하고 있고 이용자가정을 대상으로 가사서비스 인식개선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사회적으로 가사서비스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지속적인 관심과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천시여성회관은 가사지원서비스 운영 및 민원 해결을 위해 각 기관의 실무자들과 매월 협력회의를 개최한다. 

부천시 ‘워킹맘 가사지원 서비스’ 이용자의 만족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2022년 만족도 조사 결과 응답자의 74.6%가 ‘매우 만족’, 14.3%가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부천시여성회관
부천시 ‘워킹맘 가사지원 서비스’ 이용자의 만족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2022년 만족도 조사 결과 응답자의 74.6%가 ‘매우 만족’, 14.3%가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부천시여성회관

가사관리사 존중 위한 에티켓 제작·배포

가사관리사에 대한 신뢰와 존중이 이루어지도록 이용자 에티켓, 신청과 이용 방법, 제공서비스의 범위 등을 안내하는 ‘워킹맘가사지원서비스 이용자매뉴얼’을 제작하여 배포하고 있다. 가사관리사는 체계적인 교육 과정을 이수하고 ‘일하는 여성’을 위한 ‘일하는 여성’인 만큼 공식적인 직업 호칭으로 ‘가사관리사’ 혹은 ‘관리사’로 부르도록 한다. 가사관리의 정책 편입은 무급 가사노동이 화폐가치로 인정되고, 서비스 이용자와 노동자 간에 대등한 파트너십을 갖게 된다는 의미가 있다.

부천시여성회관에서는 이용자 모집과 선정을 진행하고 가사관리사 관리와 배정은 희망나눔사회적협동조합과 부천YWCA 돌봄과살림 협동조합이 맡고 있다. 2016년부터 가사관리사로 일해온 부천YWCA 돌봄과살림 협동조합 임영란 이사장은 “민간 시장의 서비스는 가구 평수에 따라 활동비가 책정되는 반면 워킹맘 가사지원서비스는 시간당 활동비로 책정이 된다. 가구 평수가 큰 경우 노동 강도가 높아 힘들기도 하지만 민간 시장에 비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고 말했고 “협동조합에 속해있어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고객과도 대등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어 좋다”고도 강조했다.

임 이사장은 “어린아이를 둔 맞벌이 가정은 일하고 아이돌보느라 바쁜 탓에 집을 치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깨끗해진 집을 보고 감사하다고 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일반 가정은 기간의 제한이 없기 때문에 한번 서비스를 시작하면 수년 동안 계속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워킹맘 가사지원서비스는 12개월까지 지원되어 종료하여야 한다. 워킹맘 가사지원서비스의 지원기간이 제한된다는 점에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조용익 부천시장
조용익 부천시장

 

경기도·복지부·서울시로 확산 중

부천시는 2019년부터 경기도의 일·생활균형 지역 특성화사업에 선정되어 가사지원서비스 이용대상을 확대했다. 경기도 지원사업인 ‘워라밸 가사지원서비스’는 50인 미만의 중소규모 사업장의 재직자로 중위소득 150% 이하도 이용할 수 있다. 첫째 자녀 기준 18세 이하로 범위가 확대되었으며 이용요금은 월 6만원이고, 이용 기간은 최대 6개월이다. 2023년 기준 도비 30%를 포함해 총 예산은 약 1억원에 달한다.

부천시의 여성친화도시 대표사업으로 자리잡은 ‘워킹맘 가사지원서비스’는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경기도 성남, 양주, 시흥이 도비 보조사업으로 맞벌이와 일하는 한부모 가사지원서비스 등이 시행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22년 7월부터 서울, 울산, 강원 동해시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서울시는 2023년 6월부터 임산부, 맞벌이, 2명 이상의 다자녀 가정을 대상으로 가사 서비스를 지원할 예정이다.

부천시는 한국가사노동자협회와 연계해 신규 가사관리사 양성교육을 진행하여 가사관리사 전문성 강화를 지원하고 가사노동자법 개정 운동에 앞장서는 한편, 국제 가사노동자의 날 행사를 개최하여 가사노동에 대한 인식개선 캠페인에도 열심이다. 조용익 부천시장은 “가사지원서비스는 맞벌이 가정의 생활안정을 지원하고, 중장년 여성의 일자리까지 제공하는 일석이조의 사업”이라며 “앞으로도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가정환경이 마련되어 여성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행복한 부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서정순 전 서대문구청 협치조정관 ⓒ홍수형 기자
서정순 전 서대문구청 협치조정관 ⓒ홍수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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