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성미영 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장

성미영 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 회장장 ⓒ홍수형 기자
성미영 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장 ⓒ홍수형 기자

“경력 단절 막으려면 리더십 멘토링 시스템 구축·기술 재교육 필요”

성미영 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장은 과학 기술 분야의 현안으로 여성 공학 기술 인재 양성을 꼽았다. 성 회장은 국가 미래를 위해 과학기술 분야 인재 양성은 꼭 필요한 현안이지만, 코로나19 이후로 여성이 설 자리가 더 적어졌다고 진단했다. 이는 비단 여성만이 해결책을 제시할 것이 아니라 남성의 육아휴직 등으로 남녀 모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를 만나 그간 소회와 현안을 들어봤다.

-1년 동안 협회장 맡으신 소회는.

“지난 1년 동안 32건의 행사를 했다. ‘세상을 바꾸는 엔지니어(줄임말 세바여) 양성과 가치증대’를 슬로건으로 정신없이 달려왔다. 본업이 교수다 보니 강의에 집중하고 이외에 협회로 출근했다. 끝없는 봉사의 시간이었지만 교육생이 멋지게 취업할 때 큰 보람도 느낄 수 있었다. 참으로 열심히 달려온 1년이다. 남은 1년도 계속 달릴 예정이다. 저는 ‘섬김의 리더십’, ‘부드러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항상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야 모든 구성원이 조직 발전의 동력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소임을 다했는지는 임기 마칠 때 판단하겠다.“

-10대 회장 임기 동안 이루고 싶은 목표는.

“남은 1년 동안 협회 회원 수도 더 늘리고 활동 범위도 더 넓혀 협회의 영향력을 더 강화하겠다. 협회가 전국의 여성 공학인의 꿈을 이루고 행복해질 수 있게 인도하는 ‘희망의 등불’ 로 만드는 것이 임기 동안 목표다. 꼭 이루고 싶은 목표는 재직자의 경력 단절을 예방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실천 방안은 협회의 아카데미 과정이다. 재직자를 위한 ‘디지털 역량 강화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할 예정이다.“

-과학기술 분야의 가장 큰 현안은.

“여성 공학 기술 인재 양성이다. 한국이 10대 강국이 될 수 있던 동력은 교육열의 결정체인 인재, 바로 사람이다. 인재 양성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이공계 진학을 촉진하고 확대하는 일이다. 유치원부터, 초중고교, 대학, 산업현장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인 디지털 역량 강화 교육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한 정책 개발도 필요하다.”

-협회에서 경력단절여성 재취업 교육, 채용박람회, 창업지원 등을 진행하는 걸로 안다.

“지난해 10월 25일, ‘산업현장 여성R&D인력 채용박람회’를 개최했다. 처음으로 오프라인으로 개최했다. 당시 참여기업 모집에 어려움이 많았다. 협회 부회장이자 포스코에 재직 중인 김희 상무의 지원으로 포스코가 참여했다. 특강을 맡은 배순민 KT 소장의 도움으로 KT가 참여했다. 삼성전자 인사팀 나기홍 부사장에게 직접 전화했다. 현장 참여가 결정되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유수 기업 참여가 늘었다. 그다음은 채용 대상자 확보였다. 고민 끝에 카이스트와 인천대학교에 협조를 구했다. 그 결과 채용상담실적 338건, 10명 이상 채용됐다. 경력단절 여성 엔지니어 재취업 교육사업이 가장 어렵다. 그 핵심성과지표(KPI)가 채용 연계 실적이고 4대 보험으로 증명해야 한다. 교육생 모집도 어렵지만 교육생을 채용 연계하는 일은 더 어렵다. 대부분의 여성단체가 국내외 인적 네트워킹 강화 중심의 사업을 수행한다. 협회의 핵심 사업은 경력 복귀 여성 엔지니어를 위한 재취업 교육과 취업 지원, 채용박람회다. 국가사업 중 가장 어려운 영역이 취업 지원이다. 경력 복귀 희망자 한 명을 취업시키는 데 엄청난 시간과 노력의 투자가 필요하다.”

지난해 10월 25일 진행된 ‘2022 산업현장 여성 R&D 인력 채용박람회’ 모습. ⓒ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
지난해 10월 25일 진행된 ‘2022 산업현장 여성 R&D 인력 채용박람회’ 모습. ⓒ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

-산업현장의 여성 공학 기술인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무엇인지.

“가장 큰 애로사항은 경력 단절의 위협이다. 일반적 여성인력은 노동시장 이탈 후 복귀하는 M-curve를 보이나, 이공계 여성인력은 복귀율이 저조한 L-curve(초기여성경력단절시 돌아오지 않고 줄어드는 형태)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협회에서 지난해 수행한 수요조사 결과 중 경력 복귀 희망자들이 취업이 어려운 이유로 일자리 부족과 업무 지식‧역량 부족을 들었다. 이공계 재취업이 어려운 이유는 산업현장의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성 공학 기술인의 애로사항을 타개할 방법은 무엇인지.

“경력 단절을 막기 위해서는 ‘정신적 재무장’과 ‘기술적 재무장’이 필요하다. 정신적 재무장을 하는 데 공감과 용기를 들 수 있다. 이를 위해 선배 리더들이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돕는 리더십 멘토링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급변하는 기술변화에 대응하려면 기술 재교육이 필요하다. 기술적 재무장에 있어서 지금과 같은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에는 디지털 역량 강화교육이 필수다. 당장 업무에 Chat GPT 등의 AI 기술을 이용해야 한다. AI 도구 등 신기술을 활용하는 방법을 학습해야 한다. 경력 단절 방지를 위해서는 남성을 위한 제도도 필요하다. 육아휴직 의무 제도나 거점 어린이집 제도 등이 대안이다.”

-이공계 여학생이 많지만 관련 분야에 취업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자연과학 분야와 공학 분야를 구분해서 따져 볼 필요가 있다. 통계 자료로 볼 때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여학생 수는 2004년 대비 2022년에는 여학생 비율이 약 2배 늘었다. 공학 분야 여학생 총수는 12만 8358명이다. 자연과학 분야는 11만 1648명으로 오히려 더 많다. 비율로 보면 공학 분야 여학생 비율 20.9%는 자연과학 분야 여학생 비율 43.1%의 반쯤 된다. 그러나 실제로 산업현장에서 활동하는 여성 엔지니어의 비율은 10%에 불과하다. 자연과학 분야 산업현장의 여성 활동 비율은 20% 남짓이다. 이는 취업의 문이 여성에게 유난히 좁음을 보여주는 현실이다. 젠더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려면 여성 채용을 기피하는 편견을 없애야 한다. 아울러 이공계 여성 인재의 풀을 대폭 늘려야 한다. 유치원에서부터 여자아이들이 공학과 과학에 흥미를 갖도록 교육해야 한다.“

성미영 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 회장장 ⓒ홍수형 기자
성미영 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장 ⓒ홍수형 기자

성미영 회장은 프랑스 리옹 국립응용과학원(INSA Lyon)에서 컴퓨터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선임연구원, 인천대학교 인재개발원장, 교무처장, 정보기술대학장, 한국정보과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인천대학교 정보기술대학 컴퓨터공학부 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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