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세시풍속들 여성은 하늘 열고 자연 깨워

사회학자인 뒤르케임의 축제에 대한 정의를 보면, 축제란 공동체의 'communion'(신과 인간의 교류)으로 보면서 신과 인류의 교류를 통한 집단의 재통합(집단동일화)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는 신이란 공동체의 집합력이며 공동체는 신에 대한 숭배를 통해 자기 자신을 숭배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축제의 상징적인 의미나 사회적인 역할은 그 지역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세계관, 사회적 주체성, 역사적 연속성 그리고 이데올로기를 나타내는 가치들과 밀접하게 관련을 맺고 있다고 한다. 개인은 축제라는 비일상성을 통해서 평소 막연하게 느끼고 있는 소속집단의 정체성을 획득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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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향토문화연구원 주최로 8월 22일 서울 선유도공원에서 열린 '칠석제'. 밸런타인 데이의 한국판으로 여성이 제관이었던 고대 축제를 현재로 부활시킨다는 것이 기획 의도다.

<이기태 기자 lee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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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0월 3일 개천절에 열린 첫 대한민국 여성축제에 모여든 여성들이 환호하고 있다.

축제는 그 지역 공동체의 가치관을 보여주고 있기에 축제 속에서 나타나는 여성의 역할과 기능을 살펴봄으로써 각각의 공동체가 여성에 대해 어떠한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축제를 통하여 여성들은 공동체 속에서 어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어떠한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는 것일까. 여성은 과거 대지의 신으로서 힘과 영향력을 행사하는 존재로 종종 상징됐다.

대표적 사례로 이건욱 국립민속박물관 연구원의 러시아 세시 풍속 안에서 나타나는 남성과 여성의 성적 상징과 기능 연구를 들 수 있다. 여기에서 여성들은 다양한 풍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러시아인들은 '성모수태 고지제'(3월25일)를 땅의 지기가 깨어나고 왕성해지는 때라고 믿었는데, 이날 이전은 땅이 '임신'상태이기 때문에 해가 되는 행위, 즉 농사와 심지어 땅에서 뛰는 행위조차 큰 죄악으로 간주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날 저녁엔 젊은 여자들과 아주머니들이 모여 모닥불을 지핀다. 젊은 여자들은 모닥불을 건너뛰는 행위를 반복해서 하고(봄을 맞이하여 몸을 정화하는 의식), 나이든 아주머니들은 미리 준비해온 곡물을 물에 뿌리며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이하는 노래를 부른다. 기우제에서도 여성들이 참여하는데, 이는 물에 대한 관념 자체가 여성성이기 때문에 여성이 여성을 불러오는 풍습의 일종이며, 하늘을 남성으로 보고 여성으로 하여금 남(하늘)의 문을 열어 새 생명을 잉태시킬 정액(비)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전적으로 여성들의 놀이인 그네타기도 있는데, 봄에 그네를 타고 높이 올라감으로써 잠들어 있는 자연을 일으켜 세워 높은 세상으로 이끈다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최선경 객원기자(줌마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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