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종 후 직장·가정에서 압박받아
법원 "돌아가면 박해받을 것 명백"

ⓒ뉴시스·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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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이란인을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1심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단독 송각엽 부장판사는 이란인 A씨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낸 난민불인정결정취소 소송에서 지난달 10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이란에서 다니던 교회도 정부의 탄압으로 문을 닫게 된 점, 이란에서의 안정적 직장과 유산 상속을 포기하고 입국한 점 등을 고려하면 이란에 돌아갈 경우 박해를 받을 것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배우자와 함께 태국에서 지내면 된다는 정부 측 주장에 대해서는 "태국 결혼비자 발급에 필요한 돈은 원고의 경제능력에 비춰 과한 금액으로 보이고, 이란에 가서 계속 여권을 갱신하기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가 이란에서 혼인신고를 하려면 그의 기독교 신념에 반하는 행위를 강요받을 것"이라며 "이는 사생활 자유의 침해이자 인간 존엄성의 침해"이므로 A씨의 난민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A씨는 17세때 기독교인이 된 뒤 성인이 돼 은행에 취직한 후 기독교인 동료와 함께 성경공부를 하며 본격적인 신앙생활을 했다.

이후 그는 이슬람 종교의식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이 때문에 직장에서 경위서를 작성하고 이슬람 종교의식에 참석하라는 압박을 받았다. A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1993년 한국에 들어왔다.

A씨는 2007년 기독교인 태국 여성과 결혼식을 올렸다. 그러나 결혼과 동시에 무슬림으로 개종해야 하는 이란의 율법, 상당한 소득수준을 입증해야 하는 태국의 결혼비자 요건으로 인해 배우자와 10년 이상 떨어져 지냈다.

2018년 부친 사망으로 이란에 방문한 A씨는 외국인 아내와의 결혼·유산·개종 문제로 형제자매들과 갈등을 겪었다. 형제자매들로부터 신고 당한 A씨는 경찰에 의해 구금되기까지 했다. 그는 2019년 박해를 피해 한국에 입국했다.

법원은 A씨를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송 부장판사는 이란 내에서 벌어지는 기독교인에 대한 차별을 조목조목 언급했다. 미국 국무부 자료 등에 따르면 기독교로 개종한 이란인들은 비밀리에 종교활동을 하고 있고, 발각될 시 '배교죄'로 처벌의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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