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즐리대 학생회, 논바이너리·트랜스남성 입학 허용 여부 학내 투표
학생회, “이미 학내 트랜스젠더 남학생 존재, 투표는 현실 반영해달란 것뿐”
웰즐리대, 2015년부터 ‘트랜스여성’ 입학은 허용하고 있어
총장 “웰즐리는 여성 교육 위해 설립된 여자 대학”
투표 구속력 없어 교칙 유지될 듯, 학교 구성원 반발 거세
미국 마운트 홀리오크 여대, 모든 성소수자에 문호 개방하기도

2017년 8월 30일 웰즐리 대학에 합격한 니노츠카 러브가 학교 기숙사 문을 열고 들어가고 있는 모습. 니노츠카를 포함한 두 명의 트랜스젠더 여성은 2015년 웰즐리 대학이 트랜스젠더를 허용하기로 결정한 이후 처음으로 입학한 것으로 추정된다. ⓒ뉴시스
2017년 8월 30일 웰즐리 대학에 합격한 니노츠카 러브가 학교 기숙사 문을 열고 들어가고 있는 모습. 니노츠카를 포함한 두 명의 트랜스젠더 여성은 2015년 웰즐리 대학이 트랜스젠더를 허용하기로 결정한 이후 처음으로 입학한 것으로 추정된다. ⓒ뉴시스

국내외를 막론하고 여자 대학이 트랜스젠더 입학 문제와 씨름하고 있다. 이번에는 미국 명문 여대 중 하나인 매사추세츠주 웰즐리대에서 모든 성소수자에 대한 입학 허용 여부를 두고 학내 찬반 논쟁이 격화됐다.

뉴욕타임스는 14일(현지시간)부터 웰즐리대 총학생회가 논바이너리(여성·남성 이분법적으로 구별되지 않는 성 정체성을 가진 사람)와 트랜스젠더 지원자에게 입학을 허용하기 위한 학내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015년 웰즐리대는 트랜스여성 등 ‘지속적으로 여성 정체성을 가진 모든 학생’의 입학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논바이너리나 트랜스남성에게는 입학을 허용하지 않았다.

총학생회는 웰즐리대가 항상 성차별에 직면한 ‘소외된 성별’에 안전한 피난처였으며, 트랜스젠더가 공격받고 있는 현상황에서 논바이너리와 모든 트랜스젠더가 웰즐리 대학에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학생회장 알렉산드라 브룩스는 입학 후 성전환을 해 남성이 된 트랜스젠더 학생이 이미 학교에 다니고 있다며, 이번 투표는 “존재하는 현실을 문서에 작성해달라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폴라 존슨 총장은 이번 투표가 구속력이 없으며, 결과가 어떻든 교칙을 바꾸진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총장은 최근 학내 구성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웰즐리는 “(자신을) 일관되게 여성으로 식별하는 모든 시스, 트랜스 및 논바이너리 학생을 인정하는 여자 대학”이라고 설명했다.

총장의 이같은 입장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반발은 거세다. 학생들은 관리 건물에서 지속적인 농성을 이어가고 있고, 학생신문편집위원회는 학보에 “우리는 (총장의 의견에) 반대하며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수백명의 교수진, 교직원, 졸업생은 공개서명에서 대학이 “창립의 정신보다는 문자에 집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총장의 입장을 지지하는 이들도 있다. 총장을 비롯한 반대 측은 논바이너리와 트랜스남성의 입학을 허용하면 웰즐리대가 사실상 남녀공학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1960년대 중반 미국 전역에서 300여개에 달했던 여대는 현재 약 30개 정도만 남아있는데, 이같은 흐름이 이어지면 ‘여자 대학’의 창립 의미가 퇴색된다는 것이다. 미국 버지니아의 스위트 브라이어 여자 대학 역시 현재 웰즐리대처럼 트랜스여성의 입학만을 허가하고 있다.

한편, 매사추세츠주의 마운트 홀리오크 여자 대학은 2014년 모든 트랜스 및 논바이너리 학생을 위해 문호를 개방했다. 반대측의 신랄한 비난이 이어졌지만, 재학생들의 정책 변화에 대한 지지는 뜨거웠다고 한다. 매사추세츠 대학교 애머스트 캠퍼스의 스톤월 센터 소장인 제니 베민은 “여자 대학이 트랜스젠더 남성을 포함한 트랜스젠더 학생들의 피난처라는 평판을 받고 있다”며, “학교에는 매우 진보적인 학생회와 트랜스젠더 학생들을 더 환영할 수 있는 많은 수의 레즈비언 및 양성애자 학생들이 있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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