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호지 사이로 뿌연 달빛 너른 마당에서 즐기는 전통놀이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들어본 적이 언제던가.

장작불 지피던 아궁이와 가마솥의 온기를 기억하는가.

생활에 불편하다는 이유로 사라지고 있는 한옥.

그러나 최근 들어 한옥을 찾아 하룻밤 머물며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번잡한 도시를 떠나 여유와 우리 것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는 기회.

이번 가을에는 고래등 같은 아흔아홉 칸 집에서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보자.

안동과 전주 중심으로 한옥체험 프로그램 발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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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에게 한옥 하면 떠오르는 인상은 불편함. 그러나 요즘 한옥은 최대한 옛 모습을 지키면서도 화장실이나 잠자리를 개조해 머무르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현재 안동과 전주를 중심으로 한옥체험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안동에서 1시간을 더 들어간 '안동지례예술촌'은 휴대폰도 터지지 않을 만큼 말 그대로 '깡촌'이다. 그러나 새벽이면 임하호 가득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밤에는 별빛이 가득 쏟아지는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곳. 한옥숙박의 원조이기도 한 이곳은 1664년에 지어진 건물로 시인 구상, 소설가 이문열, 수필가 유안진 등 문인과 예술인들이 머물던 곳이기도 하다. 예약은 인터넷으로만 받는데 온돌방이 17개로 숙박료는 방 규모에 따라 2만~5만원이며 식비는 5000~3만원. 문의 054-822-2590, www.chirye.com.

수애 류진걸이 1939년 지은 민가 '수애당'은 조선 말기의 건축 양식을 볼 수 있는 한옥으로 특히 문살 모양이 독특하다. 규모가 비교적 소박하고 안동시내와 가까우면서도 조용한 것이 장점인데 시부모가 지키던 곳을 며느리가 이어받으면서 전통문화체험장으로 일반에 공개했다. 온돌방이 11개로 4만~9만원. 5000원에 아침상을 차려준다. 문의 054-822-6661, www.suaed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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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이 유명 한옥별로 나누어져 있다면 전주는 한 걸음에 다양한 한옥체험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풍남동, 교동에 걸친 한옥마을은 사방 500여미터 밖에 안 된다. 대표적인 한옥이 '한옥생활체험'과 '양사재'인데 두 곳 모두 투숙객에게 자전거를 무료로 빌려주므로 가족이 함께 가벼운 발걸음으로 한옥마을을 돌아보기에 좋다. '한옥생활체험관'은 조선시대 양반집을 연상케 하는 곳으로 안채와 사랑채 그리고 행랑채와 안마당, 사랑마당이 있는 전통한옥. 방마다 전통가구가 있어 한국 가구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숙박 요금은 2인 기준으로 6만~10만원. 숙박 요금에 아침 식사가 포함되는데 찌개, 김치, 생선 등을 기본으로 하고 다섯가지 반찬을 더 내놓는 오첩반상을 방짜유기에 담아 내온다. 문의 063-287-6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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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saehwagwan.com. '양사재'도 한옥체험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유명한 곳. 이성계가 왜구를 무찌르고 돌아가는 길에 들러 전주 이씨 집안사람들과 승리를 자축했다는 오목대 바로 아래에 있는데, 주인이 직접 따서 볶은 차맛이 일품이다. 4인 가족 6만5000원이며 가정식 아침식사와 전통차를 제공한다. 문의 063-282-4959, www.jeonjutou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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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일반에 개방된 청송의 '송소고택'은 영조시대 만석꾼이었던 송소 심호택의 집으로 내부만 1700평, 뜰까지 포함하면 약 3000평의 99칸 고택이다. 민가로는 최대 규모. 사랑채와 안채는 □자 구조로 이뤄져 있으며 행랑채, 별채, 후원, 솟을대문 등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 방마다 담으로 나누어진 마당이 9개나 있어 다른 숙박객의 방해를 받지 않는 것이 특징. 방 가격은 4만~9만원 선이고 안채와 따로 분리된 별채는 18만원으로 가족단위로 머물 수 있다. 아침식사는 5000원. 문의 054-873-0234, www.songso.co.kr

다채로운 전통문화 만끽

한옥에서 멋스러운 하룻밤을 보내는 걸로 우리 전통문화를 안다고 말하는 건 큰 오산이다. 이들 한옥숙소에서는 숙박뿐 아니라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한옥체험의 의미를 더하고 있다. 먼저 지례예술촌에서는 설과 추석을 제외하고도 1년에 10차례의 제사를 지내는데 제례의식과 음식, 복식, 사당 등 유교문화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안동지역의 전통제례를 볼 수 있도록 일반인들의 제사 참관을 허용하고 있다. 또 수애당에서는 아궁이에 직접 군불을 지피고 고구마와 감자 등을 구워 먹을 수 있으며 짚신 만들기, 화전 만들기, 디딜방아 밟기, 맷돌 갈기 등의 체험을 할 수 있다. 매일 오후 8시엔 한지공예접시만들기 체험교실도 열린다.

전주의 한옥체험생활관도 각종 체험프로그램과 공연 등 즐길거리가 많이 준비돼 있다. 뜰에서 굴렁쇠나 투호놀이를 할 수 있고, 먹을 갈아 두루마리 한지에 붓글씨를 쓰기도 한다. 또한 매주 토요일 오후 8시에 전통과 현대를 접목시킨 공연과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후 3시에 해설이 있는 전통민속놀이체험이 펼쳐진다. 한옥생활체험관 옆에 있는 전통술박물관에서 매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술 시연회와 무료 시음회도 참가할 만하다. 양사재에서는 이곳에서 하룻밤을 머물면서 전주향교와 학인당, 경기전, 풍납문, 술 박물관, 공예품전시관, 줄포 김상만 가옥, 고창 김성수 가옥 등을 둘러보는 '전북지역 1박2일 한옥체험프로그램'을 상설운영하고 있다. 참가비는 1인당 4만5000원.

송소고택도 민속놀이 다섯가지를 묶어 투숙객이 함께 게임을 즐기는 '민속놀이 5종 경기'를 만들었다. 제기차기, 새총으로 징을 맞추는 새총쏘기, 화살을 원통에 넣는 투호놀이, 일곱개의 조각으로 퍼즐을 맞추는 전통 두뇌개발놀이인 칠교놀이, 굴렁쇠 등으로 이뤄져 있는데 참가 가족별로 합계점수를 내서 순위에 오르면 푸짐한 향토기념품을 준다.

남산과 북촌, 서울 도심에서 맛보는 한옥체험

정상 숙박이 어렵다면 서울 도심 속 한옥체험에 나서는 것도 좋다. 순정효황후 윤씨 친가, 부마도위 박영효 가옥 등 서울의 팔대가로 불리던 사대부집으로부터 일반평민의 집에 이르기까지 전통한옥 다섯 채를 옮겨놓은 남산골 한옥마을은 단순히 옛 건축물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 외에 디딜방아 밟기, 새끼 꼬기, 두부 만들기, 맷돌 돌려보기, 그네타기, 널뛰기 등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 재미를 더한다. 매년 추석 무렵에는 어린이 송편 만들기, 민속주 판매, 추석상차림강좌 등도 열린다. 문의 02-2266-6937

한나절 한옥체험 코스로는 서울 북촌한옥마을도 적당하다.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자리한 북촌한옥마을은 재건축 바람 속에서도 920동 남짓의 한옥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서울의 600살 나이를 읽을 수 있는 곳. 북촌 명소 대부분은 골목길에 들어앉아 있어 깊은 맛을 보려면 발품을 팔아야 한다. 다도교육장으로 유명한 '반야로'와 이바지음식 만들기, 떡메 치기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전통문화연구소', 천연염색과 전통 매듭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하늘물빛', 오원 장승업의 집터에 자리 잡은 '작은 차 박물관'과 '오죽공방' '각궁공방' '궁중음식연구원'이 둘러볼 만하다. 문의 서울시 북촌문화센터 02-3707-8388

조득진 객원기자

chodj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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