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신: 더하고 나누며, 하나’ 개막
1970년대 활약한 정통 조각가
80대에도 전기톱 들고 왕성히 활동
대표작·최근작 총 70여 점 전시
5월7일까지 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

김윤신,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分一) 1994-507, 1994, 알가로보 나무, 86×72×35cm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김윤신,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分一) 1994-507, 1994, 알가로보 나무, 86×72×35cm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김윤신,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分一) 1984-84, 1984, 미상의 나무, 145×38×35cm, 개인 소장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김윤신,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分一) 1984-84, 1984, 미상의 나무, 145×38×35cm, 개인 소장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한국 1세대 여성 조각가, 남미의 나무들에 매혹돼 불현듯 아르헨티나로 떠났고, 80대에도 전기톱을 들며 활발하게 활동 중인 김윤신(88)이 오는 5월7일까지 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연다. ‘김윤신: 더하고 나누며, 하나’는 김 작가를 조명하는 첫 국·공립미술관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에선 석판화, 석조각, 목조각, 국내 최근작 등 총 7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또 풍부한 아카이브 자료를 통해 김윤신 작가의 생애와 한국 조각사에 대한 지식을 제공한다.

한국 1세대 여성 조각가, 80대에도 왕성하게 작업하는 김윤신 작가.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한국 1세대 여성 조각가, 80대에도 왕성하게 작업하는 김윤신 작가.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김윤신은 조각의 정통 문법을 구사하는 조각가로 불린다. 나무, 돌 등 자연 재료가 지닌 본래의 속성을 최대한 드러낸다. ‘나무의 생명과 영혼의 울림을 가장 잘 잡아내는 작가’로도 불린다. 자연과 우주에 대한 철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독창적인 조형감각을 보여주고, 디지털 시대에 희미해진 자연에 대한 감수성과 근원적 감각을 일깨운다는 평가다.

작가는 1970년부터 한국 조각계에서 의미 있는 활동을 펼쳤다. 1973년 제12회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참여했고, 1974년 선배 작가들과 함께 한국여류조각가회 설립을 주도했다. 1984년 아르헨티나로 이주해 여러 해외 전시에 참여하며 활발히 활동했다. 2008년에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김윤신 미술관’을 개관했다. 80대에도 왕성하게 활동 중인 ‘영원한 현역’이다.

이번 전시는 김윤신의 작업 세계를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分一)’의 작품 철학에 집중해 소개한다. 김윤신이 1970년대 후반부터 작품 제목으로 사용해온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分一)’은 나무를 베고 잘라 수많은 면이 생겨도 그것은 하나라는 깨달음, 시간과 유한성을 초월해 원초적 생명력과 결합하려는 사랑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김윤신, 예감, 1967, 판화지에 석판화, 63.3×45cm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김윤신, 예감, 1967, 판화지에 석판화, 63.3×45cm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1부 ‘예감’에서는 작가가 프랑스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 유학 시절(1964년~1969년) 제작한 석판화를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작가의 조형 세계를 예감할 수 있는 단서다. 이 시기 석판화에서는 태극 문양이 변형된 듯한 형태, 흑백의 대비를 통한 공간감, 서로 다른 방향으로 겹쳐진 선의 표현 등 이후 김윤신의 작업 세계를 관통하는 공통된 조형적 특성을 예감할 수 있다.

2부 ‘우주의 시간’에서는 작가의 석조각을 소개한다. 김윤신은 1988년~1991년까지는 멕시코 테칼리(Tecali) 마을에서 오닉스(Onyx) 조각을, 2001년~2002년까지는 브라질의 솔레다데(Soledade)에 머물며 준보석을 재료로 한 석조각을 탐구했다. 오닉스는 그 자체가 우주가 지나온 시간이 층층이 쌓여있는 지구의 축약본이었다. 작가는 자연스러운 돌의 표면과 인위적으로 재단해낸 안쪽 면의 대비를 통해 우주적 힘의 질서를 표현했다.

김윤신,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分一) 1989-203, 989, 오닉스, 55×58×27cm, 개인 소장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김윤신,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分一) 1989-203, 989, 오닉스, 55×58×27cm, 개인 소장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3부 ‘더하고 나누며, 하나’에서는 1970년대~2010년대까지 작가가 한평생 주력해온 목조각 작품 세계를 볼 수 있다. 4부 ‘노래하는 나무’에서는 2022년 이후 김윤신이 한국에 머물면서 제작한 목조각, 2013년 그린 대형 회화 한 점을 선보인다. 김윤신은 코로나 시기 유년 시절을 회상하며 내면의 목소리와 영혼의 소리에 귀 기울였고, 이를 목조각으로 표현했다.

김윤신, 내 영혼의 노래, 2013, 캔버스에 유채, 150×460cm,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김윤신, 내 영혼의 노래, 2013, 캔버스에 유채, 150×460cm,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김윤신, 8노래하는 나무, 2023, 알루미늄에 아크릴 채색, 120×123×90cm, 서울시립미술관 제작 지원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김윤신, 8노래하는 나무, 2023, 알루미늄에 아크릴 채색, 120×123×90cm, 서울시립미술관 제작 지원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남서울미술관 정원에서는 목조각을 브론즈와 알루미늄으로 캐스팅한 야외 조각 작품 2점을 만날 수 있다. 브론즈 조각 ‘대지의 생명력’은 주변 경관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채색 알루미늄 조각 ‘노래하는 나무’는 강렬한 색채로 관람객을 미술관으로 인도한다. 또 1950년대~2010년대까지 작가의 사진, 메모, 전시회 브로셔 등 아카이브 자료를 함께 전시해 작가의 생애와 작품세계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미술관 측은 이번 전시가 “현재 진행 중인 조각의 역사를 동시대와 공유하며, 한국 조각사의 여백을 보완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라고 말했다. 백지숙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지난 60여 년간 작가의 작업 변곡점들을 짚고 미래의 작업까지 기대하게 만드는 특별한 시간을 관객들에게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전시 연계프로그램도 마련됐다. 김윤신의 작품 세계를 한국 여성조각사의 맥락에서 살펴보고 김윤신의 작업이 동시대 미술계에 갖는 의미를 탐색하는 토크 프로그램이 운영될 예정이다. 또 작가가 아르헨티나에서 조각의 재료로 사용했던 목재 ‘팔로 산토’ 스틱을 활용해 함께 호흡하는 명상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전시는 예약 없이 관람할 수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전시도슨팅 앱을 통해 학예연구사의 음성 해설을 직접 들을 수 있다. 더 자세한 정보는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sema.seoul.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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