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부터 주주총회 시작
‘남초’ 분야인 철강, 건설 등 업종은 과도하다는 목소리도
리더스인덱스 박주근 대표 “여성 사내이사 수는 적어”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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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부터 주주총회의 막이 오른 가운데, 기업마다 ‘여성 사외이사’ 선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여성 사외이사 신규 선임으로 이사회 내 다양성 확보를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오는 15일부터 삼성전자와 삼성SDI를 시작으로 17일 기아, 21일 LG디스플레이, 23일 현대자동차, 30일 SK이노베이션 등 이달 말까지 주총이 진행된다.

최근 기업 내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이사회’에서는 여성 이사 선임에 안간힘이다. 지난해 8월 ‘여성이사 할당제’가 시행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기계적으로 ‘여성’ 사외이사를 모시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불거진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따르면, ‘여성이사 할당제’는 자산 총액 2조원 넘는 상장 기업의 경우 이사회 전원을 특정 성별로만 구성할 수 없게 한다. 과거에는 권고에 그쳤던 조항이 ‘특정 성의 이사로 구성하지 아니하여야 한다’로 개정돼 강제됐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

지난 1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지난달 말 기준 500대 기업 중 상장사 269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이사회에 여성 임원을 선임한 기업은 151개(56.1%)로 1년 전보다 49곳 늘었다.

지난 2019년 말 조사대상 258개 기업 중 42곳(16.3%)에서 2020년 말 260곳 중 63곳(24.2%), 2021년 말 267곳 중 102곳(38.2%)으로 확대됐다.

자산 규모 2조원이 넘는 기업 수는 143곳이다.

여성 임원 수도 늘고 있다. 2019년 말 500대기업 이사회 임원 1710명 중 여성은 51명(3.0%)이었지만, 2020년 말에는 1739명 중 78명(4.5%), 2021년 말에는 1795명 중 124명(6.9%)으로 늘어났다. 이번 조사에서는 1811명 중 181명(10.0%)으로 확대됐다.

법률 개정 이전인 2019년 말에는 여성 임원을 선임하지 않은 기업이 258개 기업 중 216개(83.7%)에 달했었다.

그러나 자산총액이 2조원을 넘겨 법 규제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올 2월 기준 이사회에 여성 임원을 단 한 명도 선임하지 않은 기업이 16곳이다.

HMM, 두산에너빌리티, 아시아나항공, 케이씨씨, HDC현대산업개발, 한국항공우주, 메리츠증권, 두산밥캣, 현대두산인프라코어, 에스디바이오센서, 넥센타이어, 한진, KG스틸, 코오롱글로벌, 대한해운, 삼양사 등이다.

삼성SDI는 오는 15일 있을 주주총회에서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를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한다.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는 현재 환경부 중앙정책위원회 위원도 맡고 있고, 문재인 정부 시절 탄소중립위원회 민간위원직도 맡아 삼성SDI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꼭 필요한 인재로 꼽힌다.

SK그룹의 계열사도 여성 사외이사 선임에 열을 올리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김주연 전 P&G 한국, 일본지역 부회장과 이복희 롬엔드하스전자재료씨엠피코리아 대표이사를 신규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SKC도 주총에 채은미 전 페덱스코리아 사장의 사외이사 신규 선임 안건을 제출했다.

이번 주총에서 SK이노베이션과 SKC의 사외이사 선임안이 통과되면 두 회사는 사외이사 내 여성 비율이 50%다.

지난달 최태원 SK 회장이 임원의 여성 비율에 대해 “다양성 측면에서 더욱 고민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각 계열사가 여성 사외이사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이사회 전원이 남성으로 구성됐던 두산에너빌리티와 HDC현대산업개발, 두산밥캣, 현대두산인프라코어 등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여성 사외이사 신규 선임에 나선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은형 국민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를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오는 24일 주총에서 최진희 고려대학교 경영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한다.

다양성 확보 차원에서 여성 사외 이사를 선임하는 건 긍정적으로 보지만, 여성이 많지 않은 일명 ‘남초’ 분야인 철강, 건설 등 업종에 대해 자본시장법 개정안 준수를 강제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실제로 KCC, KG스틸 등은 이번 주주총회에서도 여성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제출하지 않았다.

통신 3사에서도 여성 이사가 화두다.

LG유플러스는 오는 17일 서울 용산 사옥에서 제27회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LG유플러스는 사내 최초의 여성 전무 여명희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사내이사로 선임할 전망이다. 여 전무는 지난해 12월 CFO로 선임됐다.

이외에도 윤성수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와 엄윤미 도서문화재단 씨앗 등기이사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하는 건이 안건이다. 이들 임기는 3년이다.

SK텔레콤은 이달 28일 서울 중구 을지로 T타워에서 제39회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SK텔레콤은 오혜연 카이스트 인공지능 연구원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건을 안건으로 올렸다. 오 원장은 AI 분야 전문가로 지난 정부에서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민간위원을 맡았다.

이번 주총에서는 김용학 연세대 명예교수와 김준모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부교수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하는 건도 도마 위에 오른다. 이사 임기는 모두 3년이다.

KT는 이달 31일에 제41회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주총에서의 최대 현안은 윤경림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 선임이다. 윤 후보자는 지난 7일 KT 이사회 면접을 거쳐 대표 후보자로 선정됐다. 최종 선임 여부는 주총에서 확정된다.

서창석 KT 네트워크부문장, 송경민 KT SAT 대표를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건도 안건에 포함됐다.

사외이사 임기가 끝나는 강충구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여은정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표현명 전 KT렌탈 대표의 재선임 건도 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 박주근 대표는 “자본시장법 통과 이후, 이사회 내 성별 다양성을 확보 지배 구조 개선을 통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여성 사외이사 선임은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한편에서는 전문성이나 독립성을 고려하지 않고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사외이사는 늘어났지만, 사내이사는 여전히 여성의 수가 적다”고 밝혔다.

이번 주총이 끝나면 여성 사외이사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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