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아버지'의 연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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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전직 경찰인 아버지와 소매치기 딸의 갈등과 치유과정을 담고 있는 영화이다. IMF 위기 때 소설 '아버지'가 있었다면 제2의 IMF, 아니 그보다 더 힘들다는 지금 '가족'이 있다.

소매치기 패거리인 정은(수애)은 돈을 받기로 하고 두목인 창원을 대신해 교도소에 들어간다. 출소 후 전직 경찰인 아버지(주현)와 정은은 매사에 대립하기만 하고 새출발하려는 정은에게 훔친 돈을 내놓으라는 창원의 위협이 시시각각 다가온다. 한편 정은은 동생을 통해 아버지가 백혈병을 앓고 있음을 알게 되고, 의사인 아버지의 친구는 그녀에게 아버지가 한쪽 눈이 멀게 된 경위를 말해준다. 정은은 아버지에게 자신의 인생에 간섭 말라고 화를 냈던 자신을 후회하면서 그 동안 표현하지 못했던 그녀의 진심을 밝힌다. 하지만 창원의 위협은 아버지와 어린 남동생에게까지 이어지고 결국 그녀는 창원을 죽일 결심을 하게 된다.

'가족'이 현 경제 상황을 바탕으로 다분히 상업적인 의도를 가지고 제작되었지만, 관객을 울리려고 만든 신파조의 영화들에서 한발 물러나 있다는 점은 이 영화의 미덕이다. 감독의 절제된 연출은 아버지와 딸의 갈등, 조직폭력배 그리고 백혈병 등 이미 익숙한 통속적인 소재로 인해 자칫 어디서 본 듯한 영화가 될 뻔한 영화에 차별성을 부여한다. 관객을 더 울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사실만 보여주고 바로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면서 이야기는 빠르게 전개된다.

'가족'이 공감을 얻는 요소는 관객들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가족에 대한 경험에서 비롯한다. 아버지에게 모진 소리를 하는 딸의 모습에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에게 상처 주는 말을 서슴없이 던지는 우리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한편 '가족'은 아버지와 딸이라는 소재를 사용하지만 부녀지간의 특수성을 다루기보다는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으로만 피상적으로 상황을 바라보고 있다.

아직까지 부녀지간에 초점을 맞춘 영화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좀 더 아버지와 딸이 갈등하는 요소를 세심하고 심도 있게 잡아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김유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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