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는 주1회 이하로 하되 소주잔 기준으로 1회 음주 시 남자 5잔, 여자 2.5잔을 넘지 않아야 건강에 미치는 폐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what is the generic for bystolic bystolic coupon 2013 bystolic coupon 2013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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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이 없으니까 마음 한구석이 무너져 내린 것 같아.”

결국 우려했던 말이 나오고 말았다. 큰아이에 이어 작은 아이까지 취업한 지 한 달쯤이다. 직장이 서울이라 어쩔 수 없이 서울 변두리에 작은 월세방을 구해 독립을 했기에 이제 집에는 늙은 부부만 남았다. 매일매일 아이들 수다로 떠들썩하던 집이 갑자기 신도 없는 성당처럼 조용해진 것이다.

그렇잖아도 둘째까지 떠난 후 아내가 허전해하면 어쩌나 싶어 나름 신경을 쓰던 터였다. 때마침 봄도 초입이라 틈만 나면 함께 가까운 곳에 여행도 다니고 저녁 식사 후엔 산책을 나서기도 한다. 그날도 토요일인지라 둘이서 마을 인근 호숫가를 한 바퀴 돌던 참이었다. 경기 북부는 아직 매화꽃도 피지 않았지만 목련 꽃눈에서, 바람에 배어있는 따뜻한 온기에서 이미 봄이 와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봄이면 주말 텃밭 문도 열고 산들로 꽃 구경 다니다 보면 어느 정도 마음 둘 곳이 생기려니 생각했건만 아내가 기어이 속내를 드러내고 만 것이다.

사실 난 아내와 생각이 다르다. 학교를 졸업했으면 당연히 독립을 해야 하지 않는가. 다행히 그 어렵다던 취업까지 성공했으니 이제 정말 정말 어른이다. 직장이 집과 가깝든 멀든 스스로 삶을 꾸릴 때가 되었다는 뜻이다. 제 아빠도 열일곱 살부터 머나먼 타향에서 혼자 벌어먹지 않았던가. 도리어 나로서는 아이들 독립이 반갑기만 하다. 돌보아야 할 손이 크게 줄었으니, 맘 편히 앉아 글 빚도 갚고 비로소 아내와 둘이 오붓한 삶을 즐길 수 있으니 왜 아니겠는가. 그런데도 아내는 여전히 품 안의 자식들을 끌어안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집에 올 때마다 싫다고 거부해도 뭐든 챙겨주려 하는 것도 그래서이리라.

“집에 가서 술 한잔 하고 싶어.”

술을 별로 즐기지 않는 아내이건만 이번 주에 한 명도 집에 오지 않자 꽤나 서운한 모양이다. 아무리 아니래도 나 역시 조금은 섭섭해지는 마음을 어쩔 수 없다. 이렇게 신경을 쓰고 있건만 여전히 채우지 못하는 공간이 남아 있다니.

나는 집에 오자마자 술국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아내와의 한잔은 나도 마다하지 않는 바다. 마침 사다 놓은 양짓살이 있기에 마늘과 함께 볶다가 나박나박 썬 무와 고춧가루를 추가해 좀 더 볶은 다음 멸치 육수를 넣고 30분 정도 끓여준다. 콩나물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 때문에 슈퍼에 다녀오기도 그렇다. 난 대신 텃밭에서 캐온 냉이를 한 줌에 대파 한 줌을 넣고 마지막으로 국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했다. 종종 한 솥 끓여 소분 냉동해두는 메뉴이지만 급할 때는 이렇게 한 끼 먹거리로 내놓기도 한다.

나물과 멸치볶음 등, 밑반찬을 꺼내 저녁상을 차리는데 안방에서 키득거리며 아내가 누군가와 통화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마도 딸아이일 것이다. 퇴근하면서 저렇게 안부 전화를 하곤 하는데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통화 시간이 대개 그렇게 짧지만은 않다.

한참 후 아내가 통화를 마치고 나오더니 물끄러미 밥상을 내려다본다.

“이런 건 왜 지금 한대요? 애들 올 때 하지. 윤빈이 공휴일에 내려온다니까 그때 먹어요. 애가 좋아하는 거잖아. 술이야 멸치볶음이면 되지.”

이럴 땐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르겠다. 술 한잔하고 싶다기에 술국을 끓였을 뿐이건만.

게다가……애들 오면 그때 뭐든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주면 되지 않는가 말이다. 

조영학/ 번역가, 『상차리는 남자! 상남자!』 저자
조영학/ 번역가, 『상차리는 남자! 상남자!』 저자
조영학/ 번역가, 『상차리는 남자! 상남자!』 저자
조영학/ 번역가, 『상차리는 남자! 상남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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