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북구청 여성친화저출생팀 공무원들이 지역별 합계출산율 도표를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광주 북구청 여성친화저출생팀 공무원들이 지역별 합계출산율 도표를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해마다 3월이면 입학식들이 열린다. 그런데 이번 3월에는 전국 6200여 초등학교 가운데 131곳에서 입학식이 열리지 않았다. 신입생이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125개 초등학교에서는 신입생이 단 한 명뿐이었다고 한다.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게 하는 광경들이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전에는 대기를 하며 기다려야 했던 어린이집들도 운영이 되지 않아 문을 닫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 저출산에 대한 우려가 커져서일까. 길을 가다가도 임산부나 유모차를 보는 빈도가 이전보다 줄어든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실제로 30세가 넘어서도 결혼 의사를 갖고 있지 않거나, 결혼을 했지만 출산을 미루는 경우들을 주변에서 쉽게 접하게 된다. 그동안 말로만 저출산, 저출산 해왔는데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합계출산율 0.78명의 시대

이미 통계 수치가 말해주고 있다. 얼마전 통계청이 발표한 합계출산율 0.78명이라는 수치는 충격적이다. 두 사람이 만나 결혼을 해도 여성 한 명이 평생 한 명의 아이도 낳지 않는다는 얘기가 되니 인구는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수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최하위 기록으로, 2020년 OECD 평균 합계출산율 1.59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최근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2022년 청년 삶 실태조사’ 결과를 봐도 이러한 극단적 저출산 현상이 심화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이 조사에서 미혼 청년의 75.3%가 결혼계획이 있고, 이 가운데 출산 의향은 63.3%가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의 지속적인 감소를 피할 길이 없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본격화 되고 있는 저출산과 고령화가 동시에 나타날 때 사회적 재앙이 닥쳐온다. 젊은 세대가 고령 세대를 부양하는 짐을 지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와 같은 빠르고 극단적 저출산과 고령화는 장차 국가의 소멸까지 걱정해야 할 심각한 징후들임에 분명하다.

정부가 2006년부터 16년간 저출산 대책에 무려 280조 원 가까운 예산을 투입했다고 하는데, 그 돈으로 대체 무엇을 한 것이냐는 지적들이 나온다. 돈은 많이 썼는데 실효성이 없는 반짝 대책들이었다는 얘기가 된다. 우리 사회가 아이를 낳고 키우기가 유난히도 힘들기에 예산을 쏟아 부어도 백약이 무효가 되었던 것이다. 당장 올해부터 0~1세 2년의 기간 동안 월 35~70만원의 부모급여를 지급하지만, 한시적인 현금지원을 한다고 해서 얼마나 출산으로 연결될지 역시 불확실하다.

‘저출산’만이라도 여야 협치하라

이제 장기적인 시야 속에서 근본적인 문제들을 생각해야 할 때이다. 여성에게 출산은 자기 인생에 대한 선택의 문제이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도 내 인생이 행복할 수 있을까. 그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하니 나만이라도, 아니면 부부 둘만이라도 행복하게 살자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이다. 저출산의 책임을 은연중에 여성들에게 돌린다고 해서, 혹은 몇 차례의 현금성 지원을 약속한다고 해서 아이를 낳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지는 않는다. 아이를 낳고 키워도 나의 인생이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사회적 신뢰가 조성될 때 여성의 자발적 출산이 가능해진다. 특히 경력단절 문제의 해결부터 시작해서 일자리·교육·의료·연금·주택 등 각 분야의 정책이 연계되어야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의 마련이 가능하다.

그래서 대통령 직속으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만들어졌지만,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그랬고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존재감이 미미한 기구로 남아있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때 나경원 전 의원의 당대표 출마 여부로 떠들썩하면서 비로소 위원회가 알려진 정도이다. 합계출산율 0.78명의 충격이 알려지고 나서야 윤석열 대통령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과감하고 확실한 저출산 대책을 마련하라”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지시하는 등 직접 위원회를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저출산의 문제가 국가적 위기에 관한 문제임을 직시한다면 이제부터라도 그렇게 할 일이다. 여야 간의 극한 대결로 지새우는 정치권도, 저출산 문제나 연금개혁 같이 우리의 미래 운명과 직결된 의제들에 대해서는 초당적 논의를 해나가야 할 책임이 있다. 저출산 대책만이라도 여야가 협치의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사진=홍수형 기자
유창선 시사평론가 사진=홍수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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