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제20회 미지상] 성평등 공로상 수상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

여성신문이 개최한 ‘제20회 미래를 이끌어갈 여성지도자상’ 시상식이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가운데 김은주 한국 여성 정치연구소 소장이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여성신문이 개최한 ‘제20회 미래를 이끌어갈 여성지도자상’ 시상식이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가운데 김은주 한국 여성 정치연구소 소장이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이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20회 미래를 이끌어갈 여성지도자상’(미지상) 시상식에서 성평등 공로상을 받았다.

김 소장은 이날 시상식에서 “참 엄혹한 시절이지만 저는 지금 이 시기가 전환의 시기라고 생각한다”며 “여성 다양성을 두려움 없이 인정하고, 당당하게 존중할 수 있는 모습을 우리가 먼저 보여야 할 숙제가 떨어진 시점이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30년은 여성이라는 이름만으로 함께할 수 있었다면 앞으로 다가올 30년은 여성 다양성을 우리가 과감하게 인정하고 존중하는 문화와 제도를 만들어 나가는 길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30년 넘게 연구와 교육, 연대활동을 통해 여성의 정치 참여와 대표성 확대를 위해 힘 써왔다. 이주여성의 정치세력화, 탈북여성의 시민의식 함양, 청년여성의 정치참여확대를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추진하고 있으며 남녀동수(parity)이론의 공론화에 앞장섰다.

다음은 수상소감 전문이다.

◉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

오랜만에 김효선 여성신문사 대표님께서 전화하셨습니다. 올해 미지상 수상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시기에 속으로 ‘시상식에 가야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미지상을 제정한 지 20년이 돼서 원로에게 주는 성평등 공로상을 제정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속으로 ‘나한테 선정위원을 하라고 하시나 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저에게 그 성평등 공로상을 주신다고 하셔서 제가 제일 먼저 말씀드린 것이 ‘제가 원로인가요?’였습니다. 일단 너무 당황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여성 운동은 100년을 해도 어떤 성취가 있을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성취가 없는 그 일들을 하게 하고 지탱해주고 도움이 되게 하는 것이 여성신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성신문은 우리에게 이런 상을 주는데 여성신문은 누가 상을 주지 그 생각을 조금 해봤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지난 30여 년 동안 여성 운동을 함께 해왔던 여성신문에, 그리고 그것을 묵묵히 이끌어 왔던 우리 김효선 대표님을 비롯한 전직 사장님, 함께 일하시는 여성신문 관계자 여러분들께도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2007년 제가 처음 한국여성정치연구소의 소장을 맡았을 때 제가 세웠던 목표가 세 가지가 있습니다. 앞선 선배님은 저희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이사장님으로 계신 손봉숙 소장님이십니다. 손 소장님께서 한국 여성에 대해서 여성 정치 세력화 운동을 하셨다면 한국 여성 중 소수 여성이라고 할 수 있는 탈북 여성이나 청년 여성 목소리를 키우고 그들의 정치 참여를 독려하는 것이 저의 소임이구나 생각했습니다. 저는 지난 15년 가까이 그 세 가지 목표를 중심으로 운동했습니다. 이자스민 전 의원도 저희 프로그램과 함께하면서 이주 여성 국회의원이 됐습니다. 그뿐 아니라 탈북 여성과 함께하는 민주시민교육을 하면서 많은 탈북 여성이 정치 과정에 관심을 두게 됐습니다. 시민·사회단체에서도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청년 여성의 정치 참여는 한국여성정치연구소가 시작하면서부터 관심을 가졌던 분야이고 그걸 제가 이어오다가 특별한 경험이 생겼습니다. 제가 2020년에 여성의당 창당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여성의당 창당은 저에게 있어서 인식의 전환점을 가져오는 내지는 혼돈을 야기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김은실 교수님께서 이대를 가니 욕망이 들끓는 학생들이 있었다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2020년 여성의당을 만들면서 분노와 공포 속에 휩싸인 20대 청년 여성들을 만났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여성 운동을 30년 간 해왔는데 반성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는 감정을 느꼈습니다. 여성 운동을 30년씩 했으면 지금은 뭐라도 좋아져야 하는데 30년 만에 만난 우리 청년 여성들은 30년 전의 저보다 더 분노하고 더 아파하고 더 힘들어하는 모습을 확인하게 됐습니다.

여성의당은 세대를 초월한 모든 여성이 모이는 정당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당 활동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한 그룹은 20대 청년 여성들이었습니다. 여성의당이라는 정당을 통해 디지털 성폭력이 얼마나 만연해있고 그것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가를 적어도 2020년 총선 과정에는 모든 국민께 알리겠다는 목표 하에 열심히 뛰었습니다. 그 결과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된 법들이 마련됐다고 생각합니다.

아까 김은실 교수님 말씀처럼 참 엄혹한 시절입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 이 시기가 전환의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여성 다양성을 두려움 없이 인정하고, 당당하게 존중할 수 있는 모습을 우리가 먼저 보여야 할 숙제가 떨어진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난 30년은 여성이라는 이름만으로 함께할 수 있었다면 앞으로 다가올 30년은 여성 다양성을 우리가 과감하게 인정하고, 존중하는 문화와 제도를 만들어 나가는 길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늘 여기까지 함께해 준 저의 많은 선후배님들께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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