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위주 '미완성 법' 손볼 곳 많아”나눔사랑의 리더십

-김현선 새움터 대표

기지촌 상담·구조활동 15년 베테랑...생생한 현장소리 법제정 반영 구슬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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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이 돋아나는 자리'란 뜻의 새움터는 기지촌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자활을 돕는 단체로 96년 설립됐다. 대표를 맡고 있는 김현선(37)씨가 기지촌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 90년부터다. 김 대표는 기지촌 여성들의 자립 공동체였던 '두레방'에서 자원봉사를 하면서 만난 '언니'라 불리는 성매매 여성들이 자신의 인생관을 크게 바꿔놓았다고 전했다.

“'언니'들과 대화하면서 제가 대학 교육까지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개인적인 능력 때문이 아니라 어떤 가정에서 태어나 자랐는지에 달려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받았던 사랑과 관심을 그렇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싶었습니다”

김 대표는 대학 졸업 뒤 기지촌 현장활동가의 삶을 선택해 15년간 상담가로 일하고 있다. “성매매의 본질은 폭력”이라고 강하게 말하는 그는 9월 23일부터 시행되는 성매매 관련 법안을 만드는 데 기여한 일등공신이다. 하지만 그는 이 말을 전적으로 부인했다.

“성매매 관련법은 이름 없이 죽어간 수많은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군산 대명동과 개복동 사건으로 숨진 여성들의 유가족들도 더 이상 자신들의 딸과 같은 희생자가 나오지 않기 위해 법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며 힘을 보탰습니다”

김 대표는 법 조항에 현장의 실태를 반영할 수 있도록 수많은 성매매 피해 여성들과 상담했으며 그 내용들을 정리해 법 제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매개체 역할을 했다. 국회에서 몇 차례의 수정 작업을 거치면서 애초의 법안 내용은 크게 바뀌었다. 김 대표는 일단 법이 제정됨으로써 포주들에 대한 처벌이 강화된 점은 큰 성과이긴 하지만 “판사출신 남성 의원들이 고쳐놓은 법안 내용들은 전면적으로 손을 봐야 할 정도”라며 긴 한숨을 쉬었다. 그는 성매매 피해 여성들은 성매매 관련 사건에서 약자이며 피해자임을 강조했다.

우리 사회에서 성매매 피해 여성의 인권 문제는 오랫 동안 터부시돼왔다. 한국교회여성연합회는 지난 70년부터 기생관광과 정신대 문제를 제기,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 대표는 “정신대 문제는 외국군대가 주둔해 있는 기지촌에서의 성매매 문제와 연결이 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식민지 시대 문제, 혹은 반일문제로 국한돼 효율적으로 운동이 연결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정신대 문제 운동은 전쟁, 외국군대 주둔으로 인한 여성에 대한 성적 착취로 보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민족문제라는 시각에 의해 기지촌 여성문제와 연결되지 못하고 단절된 점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기지촌 여성 돕기 운동의 성과로 많은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최근 몇 년 새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뒤 경찰의 의식도 많이 변하고 있다는 것도 기존과 달라진 점이다.

김 대표는 “대다수 여성들이 성매매를 하게 되는 이유는 빈곤 때문”이라며 “사회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매매 관련 7개 단체와 올해 초 '성매매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를 만들었다. 전국연대는 앞으로 법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문제점을 신고받고 제대로 집행될 수 있도록 감시할 계획이다.

“마이너리티 정신이 사회오염 정화"마이너리티 정신의 리더십

-김윤옥 전 한국교회여성연합회 회장

음지 속 '기생관광'문제 첫 이슈화...성교육만이 성매매 악순환 돌파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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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는 박정희 정권의 폭압 하에 묻혀있던 고통의 목소리들이 산적해 있었다. 원폭피해자 문제, 노동자 문제, 여성에 대한 성적인권유린인 기생관광 문제 등이다. 그러나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사회 피지배층의 인권문제 해결의 시작은 그 문제를 올바로 바라보고 시정하고자 노력하는 마이너리티들에 의해 주도된다. 언제나 마이너리티가 깨끗한 물을 흘러나가게 한다”

반성매매운동의 대선배 김윤옥 전 한국교회여성연합회 회장의 운동철학이다.

반성매매운동의 역사는 70년대 박정희 군사독재 시절, 외화벌이로 국가에 의해 장려됐지만 사회에선 외면당한 '기생관광'과 이에 대한 반대운동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기생관광 반대운동의 신호탄은 73년 7월 서울 수유리 '크리스찬 아카데미'에서 '제1회 한일교회협의회'. 이어서 한국교회여성연합회와 일본NCC 여성위원회가 공동으로 성명을 내고 조사에 착수, 자료집을 내고 시위를 하는 등 국제연대 투쟁의 양상으로 이어졌다. 당시 김 전 회장은 교회여성연합회 총무로 재직하면서 기생관광 문제를 제기하고 성명서를 작성하였다.

독일 유학시절에도 김 전회장은 “독일 개신교 여성연합회에 여성위원회 위원으로 한국의 기생관광 사례를 슬라이드로 보여주었을 때 독일 여성들이 독일 남자들도 태국으로 그런 관광을 많이 간다며 자기들도 '태국 성매매방지운동'을 시작했었다고 말했다”며 기생관광이 한국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님을, 제3세계 여성들이 직면할 수 있는 인권문제임을 실감했다고 한다.

교회여성연합회 주도의 기생관광 반대운동은 이후 88년 '제주도 기생관광 국제 세미나' 개최, 2000년 '윤락행위방지법'개정운동, 한국정신대대책협의회(정대협) 발족으로 본격화된 정신대(일본군위안부)운동으로 이어졌다. 이 연장선상에서 김 전회장은 99년 제23회 교회여성연합회 회장으로, 2001년 정대협 공동대표로 활동하게 된다.

기생관광반대운동을 통해 여성인권문제를 사회적으로 담론화하기 위한 중점 활동은 바로 현장 실태조사였다.

운동 초기 여성교회연합회 총무였던 김 전 회장은 삼청동 삼청각의 기생들과 호텔에서 성매매를 하고 나오는 여성들을 붙잡고 인터뷰를 감행했다.

“당시 모두 가난에 몰려 동생학비, 생활비를 위해 성을 팔게 된 여성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 여성들이 번 화대 역시 30%만 그들에게 돌아가는 성과 경제적 착취 속에 있었다”

결국 과거나 현재나 성매매는 자본주의, 가부장제의 성상품화, 남성중심의 성문화가 만들어낸 여성인권의 이중적 착취고리라는 것. 이에 대해 김 전회장은 성교육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자본주의적 상업주의와 여성차별적 인식에서 비롯된 성에 대한 문제적 관념들은 '성은 인간관계 속에 신뢰관계를 형성하면서 지속하는 것'이라는 성교육을 통해 시정될 수 있다”

“골 깊은 편견의 벽이 최대 걸림돌”소신과 뚝심의 리더십

-이강실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목사·여성운동가로 전북지역 활동...법 전문가 모임 등 입법청원 팔걷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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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목사인 이강실(46) 한국여성단체연합(여성연합) 공동대표는 전북지역에서 성매매 관련법 제정 움직임을 이끌어왔다. 이 대표 역시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성매매 관련법은 2000년, 2002년 군산 대명동과 개복동에서 죽어간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희생으로 만들어졌다”며 말문을 열었다.

2001년부터 성매매 관련법의 입법 청원운동을 벌여온 이강실 대표는 20여 회 법 전문가 모임을 열며 성매매 알선 처벌법과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을 연구했다.

이 대표는 “비참하게 죽어가는 여성들이 없어져야 한다는 마음으로 2001년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입법청원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지만 당시엔 법 제정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했다”고 말했다. 입법운동이 맥이 빠져있을 때 2002년 1월 군산의 대표적인 유흥가인 개복동에서 화재가 발생해 14명의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숨지는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이로 인해 주춤했던 성매매 관련 입법청원 운동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사건 현장을 방문한 여성 국회의원들에게 법 제정의 필요성을 알리며 동의를 얻어내 함께 법을 만들 수 있었다. 8월부터 이 대표는 전국 경찰서를 돌며 성매매 관련법의 제정 취지와 내용을 알리는 강의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검찰 교육은 현재 전무한 상태며 검사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성매매 관련법 제정운동을 하면서 이 대표가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 가운데 하나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온 성매매를 과연 없앨 수 있을까'란 것이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그렇다면 살인이나 강도 같은 범죄도 근절할 수 있기 때문에 법으로 규제를 하고 처벌을 하나?”라고 되물었다. 그는 또한 “성매매를 필요악”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남성의 성욕이 강하다는 객관적인 근거는 없다”며 “남자들 스스로 자신의 성욕을 억제하지 못할 정도로 동물적이며 무능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말”이라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97년부터 전북 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를 맡고 있으며 남편 한상렬 목사와 함께 목회활동도 하고 있다. “하나님은 약자를 통해 역사하신다”란 말은 이 대표의 소신이다. 소신대로 살고자 하는 이 대표의 향후 활동이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기대해 본다.

“탈성매매 여성들 새 삶에 주력'언니'의 포용 리더십

-이옥정 막달레나의 집 대표

85년 첫 성매매여성 쉼터 건립... 폭력 등 인권유린 해결 '큰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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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를 했던 여성들은 사실 어쩔 수 없이 현장에 다시 돌아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그런 그들이 밉기도 했다. 그러나 가부장제 사회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의 여지가 너무나 협소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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