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실속 평등' 첫단추 꿰다
'침실속 평등' 첫단추 꿰다
  • 여성신문
  • 승인 2005.05.12 16:29
  • 수정 2005-05-12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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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강제추행 첫 유죄 판결 의미
70년 판례 깨고 가부장적 부부관계 쐐기

여성계, 부부강간 법제화 움직임 급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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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 대한 성추행을 유죄로 선고한 첫 판결이 나와 사회적 파장이 예상됨과 동시에 부부강간 법제화 움직임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 재판부(최완주 부장판사, 박연주·김갑석 판사)는 2002년 9월 아내를 강제추행하고 상해를 입힌 혐의(강제추행치상)로 불구속 기소된 A씨에 대해 징역 2년6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술이 취한 상태에서 부인 B씨를 1시간 30분 가량 방에 가두고 흉기로 위협, 강제로 성관계를 가져 성기 주변에 상해를 입힌 혐의다. 부인 B씨는 이에 앞서 고등·대검찰청에 남편 A씨를 강간죄로 항고했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기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B씨측은 A씨가 항소할 경우 A씨의 강간 혐의에 대해 헌법 소원을 제기할 예정이었으나 A씨가 항소를 포기, 이번 판결은 아내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인정하고 부부 간 성추행을 유죄로 선고한 첫 판례로 남게 됐다.



▲ “부부강간에도 준용”



이번 판결은 아내강간에 준하는 아내 성추행을 유죄로 선고함으로써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와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결혼한 부부가 배우자의 성 관계 요구에 응할 의무는 있지만 그렇다고 성적 자기결정권까지 포기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며 배우자가 원치 않는 성 관계를 강제할 수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 사적인 영역으로 치부되던 부부 간 강간 문제가 더 이상 용인될 수 없다는 데 쐐기를 박았다.



재판부는 또 “이번 판결은 부부 사이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폭넓게 인정한 것이기 때문에 강간에도 준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70년 대법원은 남편이 강간죄로 기소된 사건에 대해 '결혼 상태가 유지되는 부부 간에는 강간이 성립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 아내강간·물리적 폭력과'동전의 양면'



비단 이번 판결이 아니더라도 부부강간, 특히 여성이 피해자인 아내강간의 심각성은 몇몇 여성단체들을 중심으로 심도있게 논의돼 왔다. 특히 아내강간은 여성에 대한 폭력의 연장선상에 놓인다는 점에서 그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2002년 한국여성의전화연합이 실시한 '폭력 가정 내 성학대 실태 조사'에 따르면 폭력 가정 내에서 일어나는 여러 학대 중 아내강간 사례는 5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여성의전화연합이 올 상반기 전국 지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남성이 물리적 폭력을 행한 후에 강압적으로 성폭력을 행하는 경우가 11.4%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한국여성의전화연합 한우섭 공동대표는 “아내강간은 대부분 부부사이의 폭력이 심각한 경우에 발생하는 범죄다. 화목하게 잘 살거나 폭력의 문제가 없는데 일어나는 단순한 부부 간의 성적 자기결정권의 문제만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 “법개정 시급하다”



한국여성의전화연합,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등 여성 단체들은 “진작 나왔어야 하는 판결”이라며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 인권을 존중하는 이번 판결에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은 “'내 아내는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가부장적인 사고에 쐐기를 박는 귀중한 첫 걸음”이라며 “강간죄가 기소되지 않은 점은 아쉽지만 일단 강제추행에서 인정이 된 만큼 이번 판결을 기화로 강간죄, 더 나아가 부부 간의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인식이 사회에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환영의 뜻을 표했다.



부부강간 법제화 불지펴



현재 부부강간 법제화를 둘러싸고 여성단체들을 중심으로 관련 법 개정 논의가 활발하다. 이는 현행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의 '가정폭력'에 성적폭력, 강간을 포함시키는 방안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친족' 에 배우자를 포함시키는 방안.



기혼여성 성적결정권 존중 사회적 공감대



일각에선 이번 사건의 가해자가 일반 형법상 강제추행치상죄로 처벌된 만큼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아내강간 처벌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형사법의 성편향'의 저자 조국 교수(서울대 법대)는 “이번 판결이 70년 대법원 판례 이후 학계의 통설을 바꾸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가정폭력특별법으로 아내강간, 강제추행이 처벌되지 않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결혼하면 포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가정폭력특별법 안에 강간을 포함시키는 내용의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임인숙 기자isim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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