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빌리시=AP/뉴시스] 7일(현지시각) 조지아 트빌리시 의회 건물 밖에 모인 시위대가 휴대폰 조명을 켠 채 시위하고 있다. 조지아 의회가 외국 지원을 받는 언론·비정부기구(NGO)를 통제하는 '외국 대리인법' 안을 1차 통과하자 시민들이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트빌리시=AP/뉴시스] 7일(현지시각) 조지아 트빌리시 의회 건물 밖에 모인 시위대가 휴대폰 조명을 켠 채 시위하고 있다. 조지아 의회가 외국 지원을 받는 언론·비정부기구(NGO)를 통제하는 '외국 대리인법' 안을 1차 통과하자 시민들이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옛 소련연방에서 독립한 유럽 국가 조지아 의회가 언론의 자유와 시민사회 활동을 침해할 수 있는 '외국 대리인(foreign agents)법' 추진을 강행해 국민적 저항에 부딪혔다.

CNN은 지난해 유럽연합(EU) 가입을 신청한 조지아가 우크라이나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고 우려했다. 

8일(현지시각) BBC, CNN 등에 따르면 조지아 시민 수천명이 이 법안에 반대하며 이틀째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대는 수도 트빌리시에서 경찰과 충돌했고, 경찰은 의회 밖 군중을 해산하기 위해 물대포와 최루가스를 동원했다.

처음 평화적이었던 시위는 경찰의 강경 대응에 점점 과격해졌다.

일부 시위대는 돌과 화염병을 던졌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에선 시위대가 의사당 입구 바리케이드를 부수는 것이 보인다. 바닥에 쓰러져 기침을 하는 시위대 모습도 목격됐다.

경찰 역시 장비가 손상되고 몇몇 경찰이 다쳤다. 

시위대는 이 법이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날 의회에 제출된 2개 법안은 외국대리인 등록과 투명성에 관한 것이다. 해외에서 20% 이상 자금을 받는 모든 단체에 등록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어길 경우 벌금 및 5년 이하 징역형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우려의 본질은 외국의 지원을 받는 독립 언론과 비정부기구(NGO)의 활동을 옥죌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대리인(요원)으로 스스로 등록해 엄격한 규제를 받도록 하기 때문이다.

조지아는 이것을 러시아의 외국대리인법과 같다고 지적하고 있다.

러시아와 조지아에서 '대리인'이란 용어는 '스파이'나 '배신자'란 의미를 갖고 있다. 즉 자국을 위하기보다는 외국 세력의 이익을 위하는 것처럼 부정적인 느낌을 준다. 

러시아는 지난 2012년 외국대리인법을 처음 시행한 뒤 점진적으로 강화해왔다. 지난해 12월엔 해외 자금 지원을 받는 개인 및 단체 뿐만 아니라 '지원을 받았고 (또는) 외국의 영향을 받는' 사람들까지 정의를 확대했으며, 법 해석 측면에서도 재정적인 것에서 더 나아가 조직적, 기술적 지원 등까지 범위를 넓혔다.

◆ CNN, "조지아, 우크라이나 상황과 비슷"

1991년 소련연방으로부터 독립한 조지아는 오랫동안 시민들의 친유럽 정서와 강력한 이웃인 러시아의 지정학적 목표 사이에서 균형 잡힌 역할을 해왔다.

CNN은 그루지야와 우크라이나의 상황이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유럽외교협의회(ECFR)는 보고서에서 2014년 조지아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교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가 2008년 조지아를 침공하지 않았다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조지아로 확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분쟁은 조지아의 분리된 두 지역인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에 집중됐다. 그들은 공식적으로 조지아의 일부이지만 대부분의 국가들이 인정하지 않는 분리된 정부를 가지고 있다.

압하지야와 남오세티야 모두 러시아의 지원을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도네츠크와 루한스크공화국이 러시아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ECFR은 2008년 조지아 침공은 며칠밖에 지속되지 않았지만 2014년과 지난해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주도했던 것과 같은 보복 야망에서 비롯된 점에서는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런 점에서 그루지야와 우크라이나에서의 러시아의 전쟁은 단일 제국주의 계획의 일부로 보인다"고 말했다.

CNN은 외국 대리인법 추진으로 조지아의 EU가입은 위기를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EU는 민주주의 인권, 법치 등 가치와 제도가 EU 기준에 부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EU는 지난해 6월 우크라이나와 몰도바에 EU 후보국 지위를 부여했지만, 조지아에 대해선 "우선순위 조건 충족시 부여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며 결정을 보류했다. 

BBC는 "조지아가 이 법을 통과시킬 경우 벨라루스, 타지키스탄, 아제르바이잔과 같은 비민주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옛소련 국가들의 목록에 합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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