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성평등법 추진해 선거 시 여·남 후보 동수 제안
아일랜드, 여성에 대한 구식 표현 헌법에서 삭제 추진
프랑스에선 성차별 반대시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연설
EU 공식 성명 발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뉴시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뉴시스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전세계 각지에서 여성 인권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움직임이 나왔다.

우선 유럽에서는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직접적인 조치가 행해진다. 스페인은 상장기업 경영진의 최소 40%를 여성으로 구성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성평등법’을 추진한다. 지난 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페드로 산체스(Pedro Sanchez) 스페인 총리가 정치, 기업 및 기타 공적 영역에서 여성과 남성의 평등한 대표성을 요구하는 '성평등법'(The Equal Representation Law)을 발표했다.

‘성평등법’은 선거인 명부, 대기업 이사회 및 전문직 협회 이사회 등에 성평등 조치를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치 영역에서는 선거 기간 동안 정당에 남성과 여성 후보자를 동수로 제안하도록 요구한다. 현재 스페인 내각에서 여성은 의회의 44%, 상원의 39%를 차지하고 있다. 기업의 경우, 직원이 250명 이상이고 연간 매출이 5000만 유로(5,300만 달러)인 상장 기업 경영진의 40%를 여성으로 구성해야 한다.

아일랜드는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헌법에 명시된 여성에 대한 오래된 표현들을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41조 2항 ‘가정에서의 생활을 통해 여성은 공동선을 달성하지 못한 국가를 지원한다’는 등의 내용이 있었는데, 이를 삭제하겠다는 것이다. 레오 버라드카르 총리는 성명을 통해 “성평등을 지키고 ‘가정의 여성’이라는 구시대적인 표현을 삭제하기 위해 헌법을 개정하기 위한 국민투표를 정부가 실시할 계획임을 발표하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는 대규모 연금개혁반대시위에 여권 신장을 외치는 이들이 참석했다. 프랑스 성차별 반대 단체 ‘레 데고미제’ 회원들이 세계 여성의 날을 이틀 앞둔 6일(현지시간) 연금개혁 반대 시위에서 구호를 빌려 “레즈비언과 트랜스젠더 차별을 조기 은퇴시키자”라고 쓴 현수막을 들고 참석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1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는 6일(현지시간) 유엔 여성지위위원회 개회식에서 "여성의 권리는 전 세계적으로 학대받고, 위협받으며, 침해당하고 있으며, 양성 평등은 현재의 궤도대로라면 300년 뒤에도 달성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시스·여성신문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1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는 6일(현지시간) 유엔 여성지위위원회 개회식에서 "여성의 권리는 전 세계적으로 학대받고, 위협받으며, 침해당하고 있으며, 양성 평등은 현재의 궤도대로라면 300년 뒤에도 달성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시스·여성신문

국제기구에서는 여성인권을 강조하는 연설과 성명이 나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6일(현지시각) 유엔총회 연설에서,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여성지위위원회가 주도하는 2주 일정의 토론을 개시하며 여성의 권리 신장이 점점 후퇴해 성평등이 실현되려면 300년은 걸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세계 곳곳에서 여성의 권리가 유린당하고 위협을 받고 침해되고 있다”면서 임산부 사망, 학교에서 쫓겨나는 소녀, 직장에 갈 수 없는 양육자, 조혼 강요 등의 사례를 나열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수 세기에 걸친 가부장적 인습, 차별, 해로운 관습이 과학과 기술 영역에서 거대한 성차별을 낳았다”며 여성 노벨상 수상자가 전체의 3%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차별 없는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숙려기술을 향상시키며 디지털 성차별을 해소할 투자를 늘리는 등 집단행동에 나서달라고 각국 정부, 시민사회, 기업에 촉구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마지막으로 “가부장제가 반격하고 있지만 우리도 마찬가지로 반격하고 있다”며 “유엔은 세계 모든 곳에 있는 여성과 소녀들과 연대한다”고 강조했다.

EU는 7일 성명을 내고 “우리는 매일 그들의 권리를 위한 모멘텀을 구축하기 위해 모든 여성들과 함께 단결한다”며 “우리는 그들의 인생 목표를 추구하는 여성들을 격려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과 소녀들에 대한 자라나는 압박과 그들의 인권에 대한 공격은 놀랍다”면서 “해야 할 일이 더 있다. 진정으로 동등한 권리는 여전히 멀다. 성평등은 EU와 세계에서 우리 모두가 평등을 증진하고 방어하는 날에만 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UN 사무총장의 연설과 EU의 성명에도 불구하고 945년부터 유엔 등 33개 국제기구를 거쳐간 리더 중 여성의 비율은 1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33개 중 여성 지도자를 단 한 번도 배출한 적이 없는 곳도 13개에 달한다.

단체를 거쳐간 리더는 총 382명이었으며, 이중 335명이 남성이었고 오로지 47명만이 여성이었다. 13개 기구에는 여성이 전혀 거쳐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 중에는 유엔, 세계은행 등이 포함돼 있었다 ⓒGWL
단체를 거쳐간 리더는 총 382명이었으며, 이중 335명이 남성이었고 오로지 47명만이 여성이었다. 13개 기구에는 여성이 전혀 거쳐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 중에는 유엔, 세계은행 등이 포함돼 있었다 ⓒGWL

양성평등 관련 비정부기구인 'GWL 변화와 포용을 위한 목소리'(GWL)는 6일(현지시간) 33개 국제기구 리더의 성비 조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발간했다. GWL은 전 세계 여성 지도자 62명이 구성한 단체다. 이번 보고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45년부터 33개 주요 국제기구를 거쳐간 리더를 전수조사한 결과다.

단체를 거쳐간 리더는 총 382명이었으며, 이중 335명이 남성이었고 오로지 47명만이 여성이었다. 13개 기구에는 여성이 전혀 거쳐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 중에는 유엔, 세계은행 등이 포함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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