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여성 월평균 임금 220만원
남성 339만원에 비해 119만원 낮아
저임금 상위 15대 직업에 여성 81.9% 몰려
300명 이상 사업장 여성 근속연수 4년 짧아
여전히 차별적인 고용 관행과 구조 남아있다고 보여
연구원, “기업 자율성 중시한 기존 공시정책 효과 없어
민간기업까지 적용해 국가 감사, 불이행시 규제 필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한국YWCA연합회 외 5단체가 '가사근로자 고용개선에 관한 법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한국YWCA연합회 외 5단체가 '가사근로자 고용개선에 관한 법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윤석열 정부는 ‘성별근로공시제’를 도입해 성별에 따른 임금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성별 격차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과연 이 제도를 통해 성별 임금격차가 해소될 수 있는지 일각에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은 통계청의 2022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자료를 분석해, 성별 임금격차 현상의 문제점과 윤석열 정부의 ‘성별근로공시제’를 포함한 임금 정보 공시 제도에 대한 비판과 시사점을 정리한 보고서 ‘성별 임금격차와 성평등 임금공시제’를 7일 발표했다.

2022년 기준, 임금노동자 중 여성의 월평균임금은 220만원으로 남성의 339만원에 비해 119만원 낮고, 남성 평균임금을 100으로 볼 때 여성의 임금 수준은 64.9에 그친다. 근속연수도 여성이 남성보다 2.11년이 짧다. 이는 여성의 비정규직과 단시간 노동 규모가 남성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라는 게 연구원의 설명이다.

여성이 많이 종사하고 있는 상위 15대 직업에 대한 성비와 그에 따른 월평균임금의 차이를 보여준다. ⓒ민주노동연구원
여성이 많이 종사하고 있는 상위 15대 직업에 대한 성비와 그에 따른 월평균임금의 차이를 보여주는 표. ⓒ민주노동연구원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는 불합리한 고용 구조 문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2022년 기준 저임금 여성 노동자가 많은 상위 15대 직업에 여성의 81.9%가 몰려있다. 여성 노동자 수가 많은 상위 15대 직업과, 저임금 여성 노동자 상위 15대 직업을 비교하면 △청소원 및 환경미화원 △돌봄 및 보건 서비스 종사자 △매장 판매 종사자 △음식 관련 단순 종사자 등 10개 직업이 겹친다. 저임금에 여성들이 더 많이 내몰려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들 직업은 모두 비정규직 규모가 크다는 특징이 있다.

여성이 가장 많이 종사하고 있는 주요 직업 4개의 사업장 규모별 성별임금격차와 근속연수 차이를 보여준다. ⓒ민주노동연구원
여성이 가장 많이 종사하고 있는 주요 직업 4개의 사업장 규모별 성별임금격차와 근속연수 차이를 보여주는 표. ⓒ민주노동연구원

사업장 규모별로 성별 임금격차를 살펴보면,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저임금 여성 노동 비율이 높고, 5인 미만 사업장의 여성은 모두 저임금 노동자에 속했다. 경영 관련 사무원의 경우,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고 여겨지는 300명 이상 규모 사업장에서도 여성의 근속연수가 남성보다 4.26년 더 짧아, 여성의 임신·출산과 관련해 여전히 차별적인 고용 관행과 구조가 남아있음을 시사했다. 제조 관련 종사자와 돌봄 및 보건 서비스직의 경우 여성이 남성보다 근속연수는 길지만, 성별 임금격차가 있고 여성의 임금이 낮게 나타난다. 여성 근로자의 현황은 한 마디로 ‘진퇴양난‘이다.

고용과 임금 등에 있어 이와 같은 성별 격차를 완화하고 교정하기 위한 대표적인 노력이 ‘성별 공시제도’다. 성별 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과 같이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투명한 정보공개를 기반으로 하는 성별 공시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윤 당선자의 ‘성별근로공시제’ 공약 설명.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겠다고 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20대 대통령 선거 국민의힘 정책공약집 캡처
윤 당선자의 ‘성별근로공시제’ 공약 설명.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겠다고 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20대 대통령 선거 국민의힘 정책공약집 캡처

윤 정부가 추진하는 ‘성별근로공시제’는 기존 공시 사항에 ’남녀 이직자 비율’, ’남녀 근로자 임금 비율’ 항목을 추가하는 것으로, 오는 4월 1일부터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공개될 예정이다. 민간기업을 제외한 공공기관에만 적용되고, 이후 기업이 자율적으로 성별 격차를 개선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정경윤 연구원은 “성차별적 고용 구조와 성별 임금격차가 심각한 민간기업을 제외하고 성별 격차 개선을 기업 사업주에게 맡긴다는 것은 사실상 성별 임금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의지가 없는 것과 같다”며, “이미 시행하고 있는 성별 근로 현황 공시와 관련한 제도들도 기업의 자율성을 중요시했지만, 격차 해소의 효과를 가진 제도가 없다. 여성과 남성의 임금차별을 통해 자본의 이익을 추구하는 상황에서 기업이 자율적으로 성별격차를 개선할 것이라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기업부터 공공기관까지 임금공시제를 의무적으로 이행하도록 하고, 기업들이 잘 운영하는지에 대한 국가 감사와 불이행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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