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갑질119 1000명 설문조사
노무사 “외모 평가, 직장 내 괴롭힘 중 일부”

직장갑질119는 7일 2시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장 내 일상적인 외모갑질을 폭로했다. ⓒ여성신문
직장갑질119는 7일 서울 종로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장 내 일상적인 외모갑질을 폭로했다. ⓒ여성신문

여성 직장인 3명 중 1명이 직장 내에서 외모 지적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는 7일 2시 서울 종로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장 내 일상적인 ‘외모갑질’을 폭로했다.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해 10월 14일부터 21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성추행이나 성희롱을 제외한 일상적인 직장 내 젠더폭력”에서 가장 많은 응답이 나온 경험은 외모 지적(23.1%)이었다.

특히 여성 응답자는 36.3%나 외모지적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남성 직장인(13.2%)에 비해 여성 직장인이 일상적인 외모지적을 훨씬 많이 경험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외모 비하(여성 22.8%, 남성 17.0%), 외모 간섭(여성 24.4%, 남성 11.4%) 등 외모 통제에 관한 젠더폭력 경험 응답에서 여성 직장인이 남성 직장인에 비해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외모갑질을 증언한 피해자 진가영(가명) 씨는 “여성 직장인을 향한 3대 갑질이라고 불리는 성차별, 성희롱, 임신육아 불이익. 저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우리 OO이는 몸매도 좋고 얼굴도 예쁜데 왜 남자친구가 없을까?” “내가 몇 년만 젊었어도 너한테 대쉬 했을 텐데, 너랑 결혼했을 텐데”, “나랑 둘이 3차 술 마시러 가자” 등의 발언을 들으며, 제 자존감은 점점 바닥으로 떨어졌고, 회사를 가기 위해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이 지옥같을 정도로 마음이 많이 힘들어졌다”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에서도 기댈 사람 없이 외로웠지만 저처럼 성희롱 신고를 하고, 직장갑질119 같은 단체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구하는 등 강경한 대응을 한 사람이 처음이었다. 그래서인지 저에게 성희롱 발언을 했던 당사자들은 현재 다행스럽게도 퇴사를 했고, 저는 이전보다는 나은 환경에서 근무를 할 수 있게 됐다”면서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해 더 많은 여성분들이 조금이나마 용기를 내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1908년 미국 여성 노동자들의 운동을 통해 ‘전 세계 여성의 날’이 생겼듯, 우리도 좀 더 목소리를 낸다면 한국 사회에 뿌리깊게 존재하는 성차별적 사회 구조를 타파할 수 있는 날이 조금 더 빨리 다가오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직장갑질119는 7일 2시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장 내 일상적인 외모갑질을 폭로했다. ⓒ여성신문
직장갑질119는 7일 2시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장 내 일상적인 외모갑질을 폭로했다. ⓒ여성신문

직장 내 성희롱이 여성의 고용 안정성을 위협하는 재난이자 여성의 직장 잔류를 어렵게 하는 유리천장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강은희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직장갑질119로 사연을 보내준 여성 직장인들은 화장 제대로 해라, 머리 염색을 해라, 렌즈를 끼라, 살 좀 빼라, 머리 묶어라, 머리 풀어라, 옷 좀 다양하게 입어라, 옷을 캐쥬얼하게 입지 마라 등의 외모 지적을 경험했다고 이야기한다”고 밝혔다.

강 변호사는 “이들은 때로는 상사로부터 때로는 동료로부터 신체에 대한 간섭을 받는다. 외형에 대한 직접적인 간섭뿐만 아니라 성역할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바탕으로 한 표정관리를 해라, 원청 대표의 비위를 맞춰라, 밥을 지어라 등의 부당업무지시도 경험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누구도 여기 있는 직장인 비너스와 같은 여성이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여성의 외모와 행위를 통제하는 조직 문화는 이제는 없어져야 한다. 이제는 여성 또한 일터에서 그저 한 명의 동료로서 사람으로서 개개인의 이름으로서, 주체로서 존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한울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여성분과 노무사는 외모 평가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다며 “직장 내 괴롭힘은 일터에서 어떠한 우위든, 우위를 이용하여 다른 상대방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야기하거나 근로조건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의미한다. 성별이라는 우위를 이용하여 여성 노동자에게 행하는 외모지적/통제/강요는 그에게 정신적 고통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추가 노동을 요구하는 것으로 근로조건을 악화시키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김 노무사는 남성 중심의 조직문화를 만드는 회사에 외모 평가·지적·통제를 멈출 것, 고용노동부에 여성노동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똑바로 바라볼 것을 요구했다. 이어 함께 일하는 여성 동료들에게 낙인을 두려워하지 않고 시끄러워져 보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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