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논단]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실패했다”는 저출산정책 프레임 유감
[여성논단]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실패했다”는 저출산정책 프레임 유감
  •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승인 2023.03.09 08:05
  • 수정 2023-03-08 20: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주 북구청 여성친화저출생팀 공무원들이 지역별 합계출산율 도표를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광주 북구청 여성친화저출생팀 공무원들이 지역별 합계출산율 도표를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보통 선거에서 지고나면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 책임이 본인들에게 있으며 더 좋은 정책을 만들어 내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을 수십 번 넘게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저출산 정책에 대해서는 정부가 피부에 와 닿는 대책을 선제적으로 제시하지 못해 왔다는 성찰 보다는, 지난 10-20년 동안 수십조, 수백조를 쏟아 부었는데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부정적 평가들만 난무하다. 저출산 정책에 엄청난 예산을 투입했는데 실패했다는 프레임은, 마치 정부는 할 만큼 했고 문제는 외부 누군가에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민심을 얻기 위해 무슨 일이든 가리지 않고 머슴처럼, 일꾼처럼 일하겠다고 읍소하는 것과는 달리, 저출산 문제에 대해서는 몸을 낮추어 젊은 세대와 여성들의 삶을 살피고, 저변까지 훑어 내려가 본질적인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은 매우 이상스럽다.

그렇다면 정말 저출산 정책만 성과를 내지 못했나? 지난 20년 넘게 치솟는 집값을 잡고 주거를 안정시키겠다던 부동산 정책은 성과를 냈는가? 20년 전에 비해, 10년 전에 비해 주택 구입이 나름 용이해졌다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강남-강북간, 수도권-지방간, 소득수준간 교육격차를 줄이겠다는 교육정책도 20년 전에 비해, 10년 전에 비해 나아졌다고 진단하는 전문가는 없다. 고졸-대졸이상, 중소기업-대기업, 정규직-비정규직, 남성-여성간 임금격차를 줄이려는 정책도 성과를 못 내기는 마찬가지다. 이외에도 바라던 결과를 내지 못한 정책들은 일일이 열거할 필요도 없이 많다. 예상할 수 있듯이 부동산 정책, 교육정책, 고용정책 등에 엄청난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었지만 ‘돈은 쏟아 부었지만 실패했다’는 말들은 하지 않는다. 다만 이런 정책들의 실패는 민심을 떠나게 한 요인으로 지적되면서 다른 방식의 대책을 고심하겠다는 뼈저린 반성들이 뒤를 잇는다. 왜 수많은 정책들 중에서 유독 저출산 정책만 예산 투입, 실패라는 프레임이 광범위하게 쓰이게 되었을까? 여기에는 마치 돈만 보태주면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는 게 아니냐는 구세대 정치인이나 관료들의 안이한 생각이 깔려 있는 듯하다. 직접 아이를 돌보아 길러내는 지난한 시간과 어려움을 실제로 경험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사회가 성실히 살아보려는 젊은 세대에게 아이를 낳아 기를 만하다는 믿음을 주지 못했기 때문에 저출산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 20년 동안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여 적지 않은 정책들이 만들어졌다.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일 자체를 포기해야 했던 여성이나, 어쩔 수 없이 몇 시간 홀로 방치되었던 아동들에게 보육시설 확충이나 초등돌봄 교실 확대는 좋은 정책적 출구가 되었다. 어린 자녀를 함께 돌보고 싶지만 여건상 어려웠던 남성들에게 육아휴직 할당이나 임금대체율 상향은 그들의 부모권을 보장해 주는 정책적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2014년 ‘아빠의 달’ 시행이후 남성육아휴직자수가 꾸준히 늘어나 2022년에는 전체 이용자의 28.9%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저출산 정책은, 여전히 미흡하고 부족하지만, 아이를 길러낼 만한 인프라와 일가족양립의 기반을 조성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저출산 정책은 실패를 한 것이 아니라 뒤늦었지만 아이를 돌보아 길러내는 사회적 토대를 만들어내고 있는 중이다.

자꾸 실패했다는 정책은 발을 들여 놓고 싶은 사람마저 돌아서게 한다. 저출산 정책은 이제 프레임을 바꾸어야 한다. 아직도 많이 미진한 사회환경을 바꾸어 ‘마침내’ 젊은 세대의 마음을 얻어내겠다는 겸허한 자세가 지금 절실히 요구된다.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의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