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정책 예산연구에서 성형수술, 원불교 정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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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나온 여성학 논문들은 생협, 종교 활동, 환경운동 등에서 주부의 정체성을 정치적으로 읽어내고 있다.

여성학과가 개설된 대학에서 나온 가을학기 석·박사 논문들은 주부, 직장인, 종교인으로서의 여성의 정체성과 정치학에 관한 논문에서부터 중년여성의 성형을 둘러싼 한국 사회의 외모주의 시선에 대한 비판적 논의들로 풍성하다.

이화여대 여성학대학원에선 3편의 박사논문이 나왔다. 우선 차인순씨는 '예산을 중심으로 본 지방자치단체 여성정책에 관한 연구'를 통해 여성정책 예산의 범주가 협소해 현재의 예산제도로는 여성정책이 제대로 집계되지도 않고 평가도 어렵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김종미씨는 생쓰레기 퇴비화운동, 북한산관통도로반대운동, 초안산지키기운동 등의 생태가치 추구 운동과 같은 지역 여성운동 참여를 통해 '중산층 주부의 여성주의 정치학과 사회자본 창출에 관한 연구 : 서울 소재 M여성단체 D지회 사례를 중심으로'를 냈다.

김정란씨의 '일본군 '위안부'운동의 전개와 문제인식에 대한 연구: 정대협의 활동을 중심으로'는 여성이 주도한 여성운동에서조차도 '민족'이라는 거대 개념에 주목하여 여성의 개인적 경험이 주변화되는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한국의 민족주의가 사회적 약자의 구체적인 경험과 목소리를 비가시화하는 억압적인 이념으로 존재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대 여성학과 석사논문에서 장신자씨는 '원불교 정녀(한자)제도에 대한 여성주의적 접근'을 통해 '정녀제도'의 고착을 비판한다. 정녀제도가, 원불교가 교조인 소태산에 의해 다양한 성평등적 교리와 실천적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교무들이 초기에 가졌던 해방적 독신의 의미를 살리지 못하게 하면서 섹슈얼리티의 통제 장치로 기능한다는 것이다.

이현희씨는 '여성주의 정치학으로서 생협운동의 가능성에 관한 연구 -한살림과 민우회 생협의 활동여성들을 중심으로'에서 여성들의 생협활동을 여성주의 정치학으로 바라볼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생태여성주의 관점으로 연구하고 있다.

최현진씨는 '성형수술자의 경험을 통해 본 중년 여성의 나이듦(aging)에 관한 연구'를 통해 10대와 20대의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외모와 여성적 가치가 차별, 서열화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여성들의 몸과 삶의 다양한 방식이 인정되지 못하는 현실의 '외모주의'에 대해 비판했다.

이승연씨는 '여성직장인의 조직 내 정체성 형성과정에 관한 연구 -중소기업 직장인의 경험을 중심으로'에서 여성직장인은 직장 내에서 직무중심이기보다는 관계중심적이고 사적인 존재로, 그리고 성별적인 여성의 존재로 폄하되지만, 자신의 회사에 대한 직무 책임감을 고객과의 관계성을 확장함으로써 업종에 대한 책임감으로 발전시켜 대안적 관계로서의 리더십을 확장한다고 평가했다.

한양대 여성학 협동과정의 석사논문으로 정진희씨의 '소비에트 초기 가족정책과 여성해방'에선 남녀 간의 차별을 제도화한 법률철폐와 가사노동과 육아의 사회화 그리고 낙태의 합법화, 사생아 차별폐지, 동성애의 합법화 등이 여성의 전진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조중헌씨는 '한국사회 남성의 동성 간 관계와 성별위계구조의 연관성에 관한 연구 - 20대 남성의 동성 친구관계를 중심으로'를 통해 지배적 남성성의 영향 하에서 남성들이 맺게 되는 동성 간 관계와 그 안에서의 여성의 위치를 살펴봄으로써 사적 관계의 영역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남성 지배적 사회 구조가 형성되는가를 알아보고 있다.

숙명여대 석사논문으론 이선민씨가 '젠더 관점에서 여성 포털 사이트 분석'을 통해 일반여성들이 많이 접근하는 뷰티넷, 미즈넷, 우먼 플러스 등 여성일반 포털사이트 23개를 대상으로 콘텐츠의 제공 내용을 젠더 관점에서 분석했다. 김분덕씨가 '도시 중산층 중년여성의 여가 생활과 삶의 만족에 관한 연구'로 대전지역 백화점 문화센터에 자신의 여가 생활을 활용할 수 있는 40~55세 도시 중산층 전업주부들이 선택하는 여가 생활이 그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했다.

계명대 석사논문으론 임현희씨가 자신의 지역 방송사 작가 경험을 토대로 '특수고용직의 여성화 사례연구'를 냈다. 논문은 비정규직 중 특수고용직으로 불리는 구성작가직이 여성차별적으로 성별 분리된 노동시장과 이를 이용하는 자본가라는 열악한 환경에서 자신의 입지를 세우기 위해 어떻게 타협하고 적응하고 있는지를 관찰했다. 이재인씨의 '탈식민지 페미니즘의 저항주체 형성에 대한 연구-여성 이주노동자의 경험을 중심으로'는 필리핀, 몽골, 중국의 여성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으로 이주해 와서 사회적인 주변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하나의 여성 집단 주체로서 어떠한 젠더적 주체성을 형성하는가 하는 것을 탈식민지 페미니즘적인 맥락에서 연구했다.

정명희 객원기자 ANTIGONE21@HANMail.netANTIGONE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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