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변호합니다]
돌고래 체험·벨루가 타기 운영한 수족관들
심한 스트레스 호소·폐사도 속출
동물학대 혐의로 고발했으나
검찰, 증거불충분 무혐의 처분
뒤늦게 법 개정...동물들 고통 줄어들까

경남 지역 돌고래 체험장인 ‘거제씨월드’ 수족관. ⓒ뉴시스·여성신문
경남 지역 돌고래 체험장인 ‘거제씨월드’ 수족관. ⓒ뉴시스·여성신문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동변)은 2020년 9월 수족관 두 곳을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동물원수족관법’) 위반으로 고발하는 데 대리인으로 참여했다. 한 수족관은 고발 당시 보유 돌고래의 반 가까이가 이미 사망한 상황이었다. 해당 수족관은 돌고래 라이딩 프로그램을 운영해 사회적으로 크게 지탄받기도 했다.

동변은 위 수족관에 대해 크게 불법적 사육관리 및 환경조성에 의한 학대 행위, 체험형 프로그램 운영을 통한 학대 행위가 있다고 봤다. 종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하루에 100~160km가량 이동하고 수심 500m 이하까지 잠수할 수 있는 돌고래에게 면적 240~525㎡, 깊이 6m에 불과한 수족관은 동물원수족관법 제6조의 적정한 서식 환경일 수 없었다.

동물원수족관법 제7조 제1호에서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보호법’) 제8조 각호의 학대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야생생물보호법 제2항 제1호에서는 야생동물을 포획·감금해 고통을 주거나 상처를 입히는 행위를 학대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동변은 동물원수족관법 제6조의 적정한 서식 환경이 아닌 공간에 보유 동물을 가두어 놓는 것을 ‘감금’으로 봤다. 그리고 돌고래들이 좁은 수족관 안에 갇혀 극심한 스트레스로 유리에 머리를 박거나 몸에 상처를 내는 점, 정형행동을 하는 점, 평균 수명 40년의 야생 큰돌고래들이 평균 2년, 5년을 살다가 폐사하고 있는 점을 근거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보았다.

또한 돌고래들이 열악한 수조에 감금돼 있다가 폐사한 것은 야생생물법 제8조 제1항 제3호 위반이라 봤다. 해당 조항에서는 그 밖에 제2항 각호의 학대 행위로 야생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학대로 규정하고 있는데, 감금해 고통을 주는 학대 행위로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라고 본 것이다. 만일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해당 수족관은 질병에 걸린 동물을 방치해 사망케 했으므로 동물원수족관법 제7조 제4호를 위반한 것이라 봤다. 해당 수족관의 돌고래들은 열악한 수족관 환경 속에서 이미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는데, 수족관 측에서는 돌고래 쇼, 돌고래 라이딩 프로그램 등을 무리하게 진행해 돌고래들의 질병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지속했다. 결국 이러한 방치행위로 돌고래들이 조기 폐사했다고 본 것이었다.

그리고 동물원수족관법 제7조 제3호에서는 광고·전시 등의 목적으로 때리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수족관 돌고래들은 돌고래 쇼, 라이딩 프로그램에 동원돼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질병에 취약해지고 있었고, 흰고래의 경우 숨구멍에서부터 주둥이까지 피부가 검게 변하는 ‘일광화상’을 입은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그러나 2022년 가을 검찰은 피의자들에 대해 증거가 불충분해 혐의가 없다는 결정을 했다. 동물원수족관법에 따른 요건을 갖춰 수족관을 운영했으므로 감금 행위에 해당하지 않고, 감금해 학대하고자 하는 의사나 돌고래 폐사에 관한 예견 가능성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것, 관할 관청 담당자 및 거제씨월드 측의 외부 수의사 진술 등을 인용해 체험 프로그램이 동물에게 상해를 입혔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것 등이 그 요지였다.

이 수족관을 고발한 단체들도, 이들을 대리한 동변에서도 이를 받아들이기는 참으로 어려웠다. 이 사건 고발 이후 그 수족관의 돌고래들은 2마리가 더 폐사했다. ‘돌고래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그 수족관의 서식 환경은 과연 적정했다고 볼 수 있었을까? 돌고래에게 적합하지 않은 규정에 맞추어 시설만 구비하면 돌고래들에게 감금과 학대는 없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일까? 돌고래들은 체험 프로그램으로 인해 수면 위에 머리를 자주 내놓는 바람에 일광화상을 입게 된 것인데, 체험 프로그램이 과연 상처의 원인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동변에서는 이러한 의문들을 포함한 여러 의문을 담아 위 결정에 대해 항고했다. 그러나 결국 검찰에서는 동변의 항고를 기각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2022년 12월13일 동물원수족관법이 전면 개정돼 오락을 목적으로 보유 동물에게 스트레스를 가하는 올라타기 등 행위(제15조 제4호), 폐사 위험이 있는 종 보유 등이 금지된다는 것이다(제15조 제2항). 동변을 비롯한 많은 동물권 단체들이 돌고래들의 고통을 알리는 캠페인, 고발 등의 활동을 지속한 것이 법 개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법이 시행되는 오는 12월14일부터는 수족관에서 돌고래 라이딩 체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면 동물원수족관법 제15조 제4호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셈이 된다. 또 관람 등 목적으로 노출 시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폐사 또는 질병 발생 위험이 있는 종을 보유해서는 안 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게 되는데, 향후 하위법령을 통해 고래류가 보유 금지 종으로 정해질 예정이기도 하다.

우리는 돌고래들의 고통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고 있다. 인간의 욕심이 만든 수조에 돌고래를 가두지 않았다면, 돌고래가 원치 않는 쇼나 프로그램을 만들지 않았다면 그 수족관 돌고래들이 수명의 반의반도 채우지 못한 채 빨리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스트레스로 정형행동을 하거나 일광화상을 입지도 않고 그저 깊은 바다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며 평범한 고래의 일상을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개정된 동물원수족관법이 제 역할을 다해 남아 있는 돌고래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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