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4주년 3.1절 1585차 정기 수요시위 열려

제104주년 3.1절인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제1585차 정기 수요시위에서 이용수 할머니가 특별발언을 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제104주년 3.1절인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제1585차 정기 수요시위에 참가한 이용수 할머니의 모습. ⓒ박상혁 기자

제104주년 3.1절인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제1585차 정기 수요시위에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운동가인 이용수 할머니가 참석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위안부 문제를 유엔(UN) 고문방지위원회에 회부해 달라”고 호소했다.

전남, 경기, 중국 광저우 등지에서 역사 교사들이 뜻을 모아 기획한 이날 시위는 메타버스 ZEP와 현장에서 동시 진행돼 온라인으로도 140여명의 학생과 시민이 함께했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오늘은 3.1항쟁 104주년이다. 오늘 이 자리에는 이용수 할머니가 와계신다. 피해생존자와 함께하는 수요시위에 여성들의 역사를 환기하려고 한다”며 “나라가 없어서, 가난한 집에 태어나서, 단지 여자라서 강제 동원되어 노동착취, 성착취의 피해자가 된 여성들을 기억합니다. 무참한 폭력에 시달리다 지옥 같은 생을 스스로 마감하거나 이국땅에 버려진 여성들을 기억합니다”고 주간보고 발언을 시작했다.

시위대 뒤편에서는 “소녀상 철거, 윤미향 구속, 정의연 해체”를 외치는 반대 집회가 이어졌다.

이에 이나영 이사장은 “극단적 우익 인사들, 혐오팔이로 밥벌이하는 유튜버와 태극기 부대, 길거리 우파들을 기용해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획책하고 있습니다. 오늘 삼일절에도 일장기를 흔드는 무리가 우리 뒤에 있습니다”며, “선조들이 목숨 바쳐 지키고자 했던 민족자주, 평화통일, 민주주의의 역사와 정신을 되새기며, 여성·인권·평화의 길을 더 깊고 더 넓게 열어갈 것을 다짐합니다. 피해생존자들이 그토록 바랐던 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상, 폭력과 착취가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더 단단하게 연대하고 더 힘차게 싸울 것을 다짐합니다”고 결연한 의지를 전했다.

제1585차 수요시위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박상혁 기자
제1585차 수요시위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박상혁 기자

이어서 대구에서 이날 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올라온 이용수 여성인권운동가의 특별발언이 이어졌다. “추운 날씨에 너무너무 가슴 아파요. 더우나 추우나 그 맨땅에 추운데 더운데 앉아있던 고생 안 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라며 “(윤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 ‘(위안부 문제) 해결해야지요’ 약속했습니다. 복사하고 날인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너무너무 바쁘시더라고요. 오늘 제가 온 것은 대통령님한테 말씀드리려고 나왔습니다. 저는 대통령만은 의심 안 합니다. 믿습니다. 일이 많으셔서 못 하셨겠지. 그런데 대통령님이 (위안부 문제를) 내려놓겠다 하셨습니다. 우리 대통령님께서는 그걸 내려놓으시면 안 됩니다. 하나도 해결이 안 됐습니다”고 호소했다.

이어 “그 어린 나이에 가서 그냥 당하면 괜찮지요. 갖은 고문, 전기 고문, 칼로 고문당하면서도 죽으면 그냥 쓰레기 덮어두듯 했던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그건 모르고 ‘죄가 없다’ 거짓말, 거짓말로 나왔습니다. 7가지 원칙이 있는데도 3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해결하지 않는 일본이 너무 악랄해서, 저는 더 이상 할 게 없습니다. 일본서도 법으로 했고, 한국에서도 했고, 미국서도 해봤습니다. 대통령님, 꼭 (유엔) 고문방지협약으로 가도록 해주세요”라며 애타게 외쳤다.

이용수 할머니는 지난 2021년 말부터,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유엔 고문방지협약이 정의한 ‘고문‘에 해당한다며 위안부 문제의 유엔 고문방지위원회 회부를 주장해왔다. 앞서 유엔 고문방지위원회는 1990년대 보스니아 내전에서 세르비아 민병대가 보스니아 여성들을 성폭행한 것을 고문으로 인정한 바 있다. 

국제사법재판소는 당사국 모두가 동의해야 열리는 반면, 유엔 고문방지위원회를 통한 조정 절차는 한국 정부가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기 때문에 기대를 모았다. 당시 정부는 “신중히 검토해나가겠다“고 했으나, 1년여가 지나도록 별다른 진전은 없는 상태다.

오늘 발언을 통해 ‘피해자가 생존해 있을 때‘ 문제가 해결되기를 요구하는 이용수 할머니의 염원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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