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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정

이롬라이프 부사장

'오프라이제이션'이란 말이 미국에 있다. '오프라 (윈프리)처럼 되는 것'. 오프라화되는 것이란 뜻이다. 남부의 보잘 것 없는 흑인으로 태어나 어린 나이에 친척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하고 조산을 한 데다 빈곤의 상징인 비만과 마약 등으로 인생 밑바닥을 살았던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의 삶의 대반전 혹은 완전한 삶의 개조를 가리켜 만들어진 말이다.

전세계 132개국에서 2000만의 고정 시청자를 갖고 있는 그의 토크쇼는 방송 이상의 것이다. 거침없이 불행했던 자신의 과거를 드러내는 그의 고백은, 순간적으로 출연자를 울리거나 무장해제시켜 버린다. 여기에서 연출이란 실시간 벌어지는 진실 게임 앞에 무력해진다.

거기서 멈추는 게 아니라 그의 쇼가 진행되는 동안 전파를 타고 전 미국 땅의 상처받고 절망에 빠진 사람들을 치료하고 따뜻하게 만드는 바이러스가 퍼진다. 이쯤 되면 오프라는 그와 어떤 식으로든 접속되기만 하면, 세계를 변화시키는 존재가 된다. 종교에 가까운 존재가 아닐까 싶다.

나도 한 번쯤은 그런 방송을 하고 싶었다. 시청자들에게 솔직하게 나를 보여주고 싶었다. 나의 그다지 행복하지 못한 유년시절과 상처를 드러내고, 화해하고 싶었고, 그래서 진짜 힘없고 소망 없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었다.

한동안 왜 우리는 그런 사람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우리 대중은 혹은 (방송 프로그램의) 콘텐츠 제작자들은 일그러진 한국의 오프라를 환영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에 미쳤다. 여성 진행자는 왠지 품격이 있어야 하고, 실력과 인격을 갖추어야 하고, 튀지 않으며 무난해야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설정에 끼워 맞추려 하니 '나'는 함량미달이고 개성을 드러내기엔 뱃심이 부족했던 것 같다. 어쩌면 나는 남들이 멍석 깔아주길 기다리다 아예 멍석을 다른 데다 스스로 깔아버린 셈이다.

아직까지 형식이 내용을 지배하는 우리 사회-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만-에서 진행자의 눈물과 진실한 자기고백을 푼수나 '모자란' 것으로 받아들이지나 않을까 싶다. 유독 '여성'이란 단어가 앞에 붙게 되면 실제보단 이미지를, 내용보단 틀에 끼워 보는 시각들…. 나도 '여성 부사장'이란 소리를 들을 때면 마치 해선 안될 일을 한 것처럼이나 민망해질 때가 있다. 수많은 아줌마 사장들과(우리 회사 가맹점주들은 독립사업자이다) 일하는 요즘, 우리가 여성이란 걸 뭐 그리 의식할 필요 없이 그저 '일'로서, '성과'로서 말하게 돼 참 편하고 좋다.

비즈니스와 세일즈 현장에서 내가 만난 많은 여성들은 오늘도 수많은 거절의 현실과 절박한 환경에서도 인생역전의 드라마를 쓰길 원한다.

그들이 비록 오프라처럼 대중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진 못해도, 흘리는 땀방울이 삶의 진실이 되고, 커리어가 되며, 그리하여 좀더 자유로워질 수 있으리란 기대와 소망이 그들을 꿈꾸게 하는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래서 현장은 방송보다 리얼하고 그래서 감동적이다. 나는 우리와 함께 일하는 많은 여성들이 가난의 구조를 벗어나길 원하며, 그들의 열정적이고 창의적인 에너지를 쏟아 부을 현장을 만들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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