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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미강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상임운영위원장

최근 한·중·일의 역사가 요동치고 있다. 역사문제가 한·중·일 외교에 문제가 될 만큼 전면전의 형태로 우리 앞에 드러나고 있다. 2001년 일본의 중학교 역사교과서 왜곡 사건이 한·일관계를 냉각시키더니, 지난해부터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문제로 인해 한국과 북한 그리고 중국의 관계가 복잡미묘해지고 있다. 이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사이에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놓고 영토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이 정도면 한·중·일을 둘러싼 역사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작년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문제가 드러났을 때 우리의 관심은 온통 중국이 어떻게 고구려사를 왜곡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고구려사 왜곡이 현재 중국의 소수민족인 조선족 문제나 영토문제와 어떤 연결점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보다는, 북한 고구려고분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온통 관심이 집중되었다. 중국사회과학원의 '변강사지연구중심'이 동북공정이라는 국가적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있었지만, 정작 동북공정이 의도하는 간도문제 등 국경문제에는 별반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연일 들끓는 여론에 떠밀려 한국정부는 유례없이 신속하게 고구려사 연구를 중심으로 한 고구려연구재단을 민간차원에서 설립했다.

올해 3월 고구려연구재단이 창립될 당시 학계와 시민사회단체 간에는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고구려사로 촉발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궁극적인 방법이 무엇이냐는 문제였다. 한·중·일문제로 불거진 역사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동북아시아 전체를 시야에 넣을 것이냐, 아니면 당면과제인 고구려사문제를 중심으로 해결할 것인가가 문제의 초점이었다. 그것은 내년 2005년 일본의 교과서 검정으로 또 다시 일본의 역사왜곡이 가시화될 상황에서 우리의 문제인식과 전망을 세우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논쟁이었다.

이런 논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그리고 논쟁이 지속될수록 한·중·일간에 벌어지고 있는 역사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관심과 노력이 깊어진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문제는 한·중·일 역사갈등 문제를 바라보는 시야가 너무 근시안적이라는 데 있다. 일본 역사왜곡 문제가 불거질 때 그때만 문제가 심각한 것처럼 이야기하다가, 중국 역사왜곡 문제가 불거지면 중국문제가 전부인 양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중·일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역사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안 모색은 않은 채 현안에만 매달려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이게 어찌 하루 이틀에 해결될 일이랴. 또한 중국, 혹은 일본에만 해당되는 일인가.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역사갈등은 우리를 둘러싼 동북아시아의 정세와 직결되어 있다. 누가 역사를 과거사라고 말하는가. 과거사로만 이해한다면 그건 단단한 오해이다. 역사왜곡은 현재와 미래를 위한 기본적인 포석이라는 점에서 결코 과거사라고 평가할 수 없다. 이제부터라도 한·중·일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역사갈등을 해결하는 일이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직결되어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해두자. 그리고 전체를 바라보고 차근차근 대안을 만들어 보자. 한번 지나가는 태풍처럼 요란을 떨다가, 조금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하면서 뒤돌아서는 그런 천박한 역사인식을 벗어버리고 10년 앞을 내다보며 살자. 내년 2005년은 또 다시 일본의 역사왜곡이 전면에 나타날 것이다. 특히 해방 60주년, 을사조약 100주년, 한일협정 40주년 등 온갖 굴절된 한·일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2005년에 우리는 한·중·일을 둘러싼 역사갈등을 해결하고 역사적 화해를 모색하기 위한 동북아역사위원회를 설치해야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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