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여성우선주차장 논쟁의 14년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여성우선주차장 논쟁의 14년
  • 김민주 기자
  • 승인 2023.03.03 15:45
  • 수정 2023-03-03 1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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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만들어진 이후 논란 시달려
역차별 논란·편견 강화 비판
서울시 동대문구에 설치된 ‘여성우선주차장‘의 모습. ⓒ뉴시스
서울시 동대문구에 설치된 ‘여성우선주차장‘의 모습. ⓒ뉴시스

서울시 내에 여성우선주차장이 사라진다. 2009년 만들어진 이후 14년 만이다. 여성우선주차장의 역사는 논쟁의 역사와 다름없을 만큼, 14년간 뜨거운 감자였다.

2월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서울특별시 주차장 설치 및 관리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마련해 시의회에 제출했다. 조례안에는 기존의 ‘여성우선주차장’을 ‘가족배려주차장’으로 확대 개편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임산부, 고령, 영유아 동반자 등 교통약자까지 이용자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여성우선주차장은 지난 2009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여성이 행복한 도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작한 제도다. 30대 이상인 주차 구역에 전체 주차 대수의 10% 이상씩 만들어졌다. 당시 주차장에서 여성 대상으로 벌어지는 강력 범죄를 막기 위한 취지였다.

서울시가 시의회에 발의한 ‘가족배려주차장‘. 서울시는 여성만 이용 가능했던 기존의 ‘여성우선주차장‘을 없애고 노약자, 임산부, 유아동반자까지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서울시가 시의회에 발의한 ‘가족배려주차장‘. 서울시는 여성만 이용 가능했던 기존의 ‘여성우선주차장‘을 없애고 노약자, 임산부, 유아동반자까지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역차별 논란… 범죄 예방 효과 실효성 있나

그러나 논란이 항상 뒤따랐다. 역차별 논란이 가장 큰 지분을 차지했다. 여성우선주차장의 마련으로 범죄 예방이 가능하다는 통계가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설치는 합리적이지 않다는 판단도 나왔다. 오히려 여성우선주차장으로 여성 운전자가 범죄의 타겟이 되기 쉬워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실제로 2015년 9월 충청남도 아산의 한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피의자 김일곤은 30대 여성 운전자를 차량째 납치해 살해했다.

이에 대한 반박도 존재한다. 범죄 예방 효과를 조사한 통계는 없지만 여성 대상 강력범죄가 주차장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통계는 실존한다. 2020년 경찰범죄통계에 따르면 전체 1,587,866건의 범죄 중 1.8%인 27,839건이 주차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 중 강력범죄는 233건이었으며, 이 중 성범죄는 168건이었으므로 주차장이 많은 이들에게 위험한 장소 중 하나이며 특히 여성들에게 위험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8년 올라왔던 ‘여성 전용주차칸을 폐지하고 교통약자 주차칸으로 바꿔주세요’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사진=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2018년 올라왔던 ‘여성 전용주차칸을 폐지하고 교통약자 주차칸으로 바꿔주세요’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사진=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여성이 운전을 못한다’는 편견 강화

여성우선주차장이 ‘여성이 운전에 미숙하다’는 편견을 강화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2018년 올라왔던 ‘여성 전용주차칸을 폐지하고 교통약자 주차칸으로 바꿔주세요’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은 “모든 여성이 운전에 미숙한 ‘교통약자’라는 편견을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 통계상으로도 여성이 운전에 미숙하다는 게 편견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통계에 따르면 2021년 가해 운전자 성별은 전체 20만3130건 중 남성이 15만3975건으로 75.8%를 차지했다. 여성은 4만6216건으로 22.8%, 기타·불명이 2939건으로 1.4%였다. 운전자 중에 남성이 많다는 것을 고려해도 여성의 사고 비율은 높지 않다. 자동차 주인 대비 가해자 운전 비율은 오히려 남성이 조금 높다. 2021년 말 기준 국토교통부에 등록된 자동차 누적 대수는 남성이 1571만3271대(73.8%)로, 여성은 557만2185대(26.1%)였다.

청주시의 여성친화도시 업무를 담당하며 청주시 여성친화주차장 가이드라인을 구축했던 곽현주 성평등 정책 전문가는 여성우선 주차장이 처음 의도와는 달리 갈등만을 일으키는 공간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안전과 배려를 위한 여성우선주차장이 여성이 보호받아야한다는 인식, 여성은 운전을 못한다는 편견을 확산시키고, 돌봄의 주체가 여성이라는 전통적인 성역할을 공고히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이어 “성평등한 공간은 남성만이 가진 공간의 일부만을 할당받아 그 안에서 안전을 꿈꾸는 공간이 아닌, 활기차게 거리를 행보할 수 있는 그런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공간이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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