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원의 에코해빗]
일회용 컵 대신 주는 리유저블 컵
비싼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 될 가능성 커
하나를 오래 쓰는 게 친환경 습관

최근 카페에서 널리 쓰이는 다회용기(리유저블 컵). ⓒPixabay
최근 카페에서 널리 쓰이는 다회용기(리유저블 컵). ⓒPixabay

최근 한 디저트 카페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처음엔 엄청난 음료 양에, 다음엔 매장용인데도 새 리유저블 컵에 음료를 담아 주는 것에 놀랐다. 사용한 컵은 가지고 가서 재사용하라는 안내를 받긴 했는데, 손님이 필요 없어서 두고 가는 것은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모두 그대로 폐기 처분한다고 하니 결국 원치 않는 큰 리유저블 컵을 울며 겨자먹기로 들고나올 수밖에 없었다.

환경부에서 제시하는 ‘매장 내 제공 가능한 다회용 컵’은 해당 매장에서 컵을 수거, 세척 후 재사용하는 체계를 직접 갖추거나 대행을 통해 갖추고, 고객에게 제공한 컵을 회수하여 세척한 후 재사용하여야 다회용 컵으로 인정된다. 이 기준으로 보면 재사용하지 않고 폐기 처리하는 리유저블 컵은 매장 내 제공 가능한 다회용 컵에 해당하지 않는다.

알고 보니 이 카페는 음료를 사면 리유저블 컵을 공짜로 준다고 크게 화제가 되고 있는 유명 브랜드였다. 기업에서는 리유저블 컵의 재사용을 적극 권장하며 국내 프랜차이즈 최초 친환경 인증기업, ESG경영 실천기업 등으로 홍보하고 있었다.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품을 선택하는 방향은 확실히 환경적으로 의미가 있다. 물론 다회용품을 오래 쓸 경우 그렇다. 그렇다면 이런 리유저블 컵은 몇 번을 사용해야 '찐 환경템’이 되는 것일까?

캐나다의 환경보호·재활용 단체 ‘CIRAIG’는 “플라스틱 텀블러는 최소 50회 이상, 스테인리스 텀블러는 220회 이상 사용해야 의미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 브랜드의 리유저블 컵 구매 설명서에는 '제품 특성상 가급적 20회 이상의 사용을 권장한다'고 적혀 있기도 하다. 이렇게 따지면 리유저블 컵을 몇 번 쓰고 버릴 바에야 그냥 매번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게 탄소를 덜 배출하는 셈이다.

‘이 제품이 진짜 친환경인가’를 보려면 ‘제품의 생애주기’ 차원에서 살펴봐야 한다. 제품이 생산-유통-판매-사용-폐기되는 전 과정이 친환경적이어야 진짜 친환경이기 때문이다. 리유저블 컵이나 텀블러는 생산과 폐기하는 과정만 고려하면 일회용 컵보다 훨씬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에 따르면 리유저블 컵은 일회용 컵보다 약 3.5배의 탄소를 발생시킨다. 그래서 이 제품이 진짜 친환경이 되기 위해서는 하나를 최대한 오래 사용해서 탄소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것이다. 텀블러는 6개월 이상 쓰면 플라스틱 컵보다 11.9배, 2년 이상 쓰면 33.5배가량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

리유저블 컵 재사용을 적극 권장하는 회사의 취지가 무색하게 현실은 좀 달랐다. 카페에서 가지고 온 리유저블 컵을 다시 써 보니, 길이가 긴 탓에 가지고 다니기가 쉽지 않고, 세척이 어렵고, 긴 빨대가 없이는 들고 마시기 어려웠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많은 구매자들의 후기에서도 동일한 이유로 재사용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볼 수 있었다. 결국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또 다른 플라스틱 쓰레기를 양산한 모순, 곧 ‘그린워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친환경을 외치는 기업이라면 리유저블 컵을 무조건 제공할 것이 아니라 최대한 플라스틱을 쓰지 않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옳다. 분명히 매장 내에서는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소비자는 예쁜 쓰레기에 현혹되지 말고, 사용하지 않을 것은 단호하게 거절하고, 하나의 제품을 오래 사용하는 편을 선택해야 한다. 

최대한 적게 사고, 오래 쓰고, 덜 버리는 것이 가장 좋은 ‘에코 해빗’이다.

하지원 대표 ⓒ에코맘코리아
하지원 대표 ⓒ에코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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