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 여성 살해 범죄 공소시효 폐지
집권당 “페미사이드는 모든 권리에 반하는 범죄”

2021년 엘살바도르 수도 산살바도르에서 여성살해에 대한 정부의 조치를 요구하는 시위가 열려 참가 여성들이 살해 희생자들을 상징하며 바닥에 누워 시위하고 있다. ⓒ뉴시스
2021년 엘살바도르 수도 산살바도르에서 여성살해에 대한 정부의 조치를 요구하는 시위가 열려 참가 여성들이 살해 희생자들을 상징하며 바닥에 누워 시위하고 있다. ⓒ뉴시스

범죄와의 전쟁이 한창인 엘살바도르가 여성 대상 살해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했다.

디아리오엘살바도르와 레포르마 등 중남미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엘살바도르 의회는 22일(현지시간) 여성 대상 살해를 일컫는 ‘페미사이드(femicide)'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기존 15년에서 아예 없애는 내용이 담긴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여야 초당적 협력으로 전체 의원 84명 중 76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엘살바도르에서는 2월 7일부터 11일까지 단 5일 동안 5명의 여성들이 살해당하는 등 페미사이드 사건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 집권당인 '새로운 생각'의 마르셀라 피네다 의원은 "2018년에만 225명의 여성이 살해당했다"며 범죄를 소탕하지 못한 전 정부를 비판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며 기존 15년이었던 여성 살해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는 없어졌다. 검찰은 관련 혐의에 대해 언제든지 기소할 수 있다.

‘새로운 생각’ 알렉시아 리바스 의원은 “이번 개정안으로 페미사이드를 저지른 이들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정의의 심판대에 서야 할 것”이라며 “페미사이드는 국내·외 법에서 확립된 모든 권리와 보장에 근본적으로 반하는 범죄”라고 밝혔다.

엘살바도르와 마찬가지로 멕시코와 페루, 브라질(피해자가 미성년자인 경우) 등 다른 중남미 국가에서도 페미사이드 범죄 공소시효를 폐지했다. 다만 일부 주는 개별 법률로 공소시효를 남겨뒀다.

엘살바도르에서는 여성에 대한 성폭행·살인 등 페미사이드 범죄를 일반 살인보다 무겁게 처벌하여 최소 징역 20년형에서 35년형이 선고된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1년 가까이 갱단 소탕 작전을 펼치며 강도 높은 치안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수감자가 늘면서 교도소 수용시설이 부족해지자 지난달 여의도 절반 크기 부지에 교도소를 준공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