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유명 아동문학 작가 로알드 달 작품 편집해 재출간
"체중, 폭력, 성차별, 인종 관련 표현 삭제, 다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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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와 초콜릿 공장’ ‘마틸다’ 등으로 유명한 영국 아동문학작가 로알드 달(1916∼1990) 작품이 차별이나 폭력적인 언어를 수정해 재출간됐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체중, 정신건강, 폭력, 성차별, 인종과 관련된 언어가 삭제되고 다시 쓰여졌다"고 보도했다.

영국 출판사 ‘퍼핀’ ‘로알드 달 스토리컴퍼니’는 2020년부터 전문가들과 그의 작품을 대대적으로 검토해 신체, 정신건강, 젠더, 인종 등과 관련된 수백 가지 표현을 수정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 새 편집판에는 캐릭터 오거스터스 그루프에게 '뚱뚱한(fat)'이라는 단어 대신 '거대한(Enormous)'이라는 표현이 사용됐다. 또 소인족 움파룸파는 '작은 남자들(small men)'는 '작은 사람들(small people)'으로 바뀌었다. 

또 다른 대표작인 ‘마틸다’의 캐릭터 트런치불 선생님을 표현하는 ‘가장 강력한 여성(most formidable female)'은 생물학적 여성을 뜻하는 ‘female(피메일)' 대신 트렌스젠더 등을 포함하는 'woman(우먼)'으로 수정됐다. 

앞서 영국 케임브리지 사전은 지난해 12월 ‘우먼(woman)’의 첫 번째 뜻으로 “여자 성인 인간”이라고 정의했다. 두 번째 뜻으로 “출생 때는 다른 성을 갖고 태어났더라도, 스스로 여성으로 정의하고 여성으로서의 삶을 사는 사람”이라는 설명을 추가했다.  

이는 성인 남성을 뜻하는 ‘맨’(man)의 정의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케임브리지 사전은 맨의 두 번째 뜻에도 “출생 때 다른 성을 갖고 태어났더라도 스스로를 남성으로 정의하고 남성으로서의 삶을 사는 사람”이라는 설명을 달았다. 

또한 책 속 주인공 마틸다는 남성 작가 러디어스 키플링 소설을 즐겨 읽는 것으로 묘사됐지만 여성 작가 제인 오스틴 책을 읽는 것으로 수정됐다.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 주인공 미스터 폭스의 아들은 딸로 바뀌었다.

문제적 표현은 아예 삭제됐다. ‘더 트위츠(멍청씨 부부 이야기)’에서 인신공격적으로 들릴 수 있는 ‘이중 턱’ ‘미친’이란 표현은 없어졌다. 인종차별을 떠올린다는 색상이라며 ‘검은’ ‘하얀’도 사라졌다.

출판사는 '퍼핀'의 수정본을 인용해 "이 책은 수년 전에 쓰였고, 그래서 우리는 오늘날에도 모든 사람들이 계속해서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언어를 검토한다"고 말했다. 

로알드 달은 최근 반유대주의와 여성 혐오, 인종차별 비난을 받았다. 2020년 미국 할리우드 영화 ‘더 위치스’에서 마녀 역을 맡은 앤 해서웨이가 손가락이 없는 것으로 나오자 장애인 비하 논란이 일었다. 유족은 반유대주의 성향이 담긴 작가의 글에 사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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