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여성·아동 인권 유린 국가 차원의 해법 절실하다
탈북 여성·아동 인권 유린 국가 차원의 해법 절실하다
  • 여성신문
  • 승인 2005.05.12 16:29
  • 수정 2005-05-12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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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옥한성대 사회학과 교수





“비행기에서 내리자 왈칵 복받치는 심정이 되지 않겠어요. 내가 왜 여기에 오게 되었는가, 누구 때문에 고향산천을 버리게 되었는가, 하고요”



최근 한국에 들어온 여성 북한이탈주민(탈북자로 줄임)은 몇 번의 인신매매에 지쳤고, 중국 공안을 피해 다니느라 지쳤다고 했다. 중국에서 떠돌던 몇 년 동안 인텔리의 풍모도 사라지고 나이보다 더 늙어 보이는 40대 중년 여성이 되어 한국 땅을 밟았다.



얼마 전에 하나원에서 만난 한 탈북 여성은 화려한 성장(盛裝)에 이미 서울말을 적당히 구사하고 있었다. 사연인 즉, 하나원에 들어오기 이전에 이미 조선족신분증으로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었던 것이다. 탈북 여성들이 북한을 떠나 한국에 들어오기까지의 긴 여정에서 겪은 고통은 아직 우리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최근 들어 탈북자에게서 발견되는 가장 두드러진 변화 중 하나는 여성의 수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2002년 이후 탈북 여성의 수가 남성의 배가 되었다. 그러한 현상은 지난 7월 말 대량 입국한 탈북자들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468명 가운데 여성이 70%, 남녀 어린이가 20%를 차지했다.



이렇게 탈북 여성이 급증한 이유는 무엇일까. 남성보다 적응에 더 유리하다고 하여 탈북 중개업자들에 의해 여성이 일차적으로 선별되는 것도 중요한 이유이다. 그 외 북한의 사정과도 직결돼 있다. 직장에 매여 일감이 없어도 출퇴근부에 도장을 찍어야 했던 남성들에 비해 1990년대 중후반 북한 여성들은 사실상 '해고 0순위' 상태에서 '가정으로!' 돌아가야 했다. 북한 여성들은 생계를 위해 장마당으로, 중국 동북 3성으로 떠났다. 그 수가 수만 명에 이르고, 그 가운데 여성이 과반수에 달하고 있다.



해외 탈북자들은 불법 체류자의 신분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어떤 여성은 인신매매단에 묶여 술집이나 노래방과 유흥업소에 팔리거나 한족, 조선족 노총각, 홀아비 등에게 팔리는 일도 적지 않다. 행여 가족이 함께 중국에 온 경우라도 공안의 눈에 띄기 쉬운 남성들보다 여성들이 가짜 조선족 호구를 구입하여 닥치는 대로 일을 하러 다니곤 한다. 아이들은 학교는커녕 집안에 감금되기가 일쑤이고, 그나마 부모가 없는 아이들은 국제 꽃제비가 되기도 한다. 많은 여성과 아이들이 성폭력과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그들은 중국이나 제3국을 떠도는 가운데 처음 북한을 떠날 때보다 더욱 큰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게 된다.



머지않아 국내 탈북자가 1만~2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이들의 국내 수용도 시급하지만 더욱 절박한 문제는 수만 명에 달하는 재외 탈북자들의 인권이다. 우리 정부의 조용한 외교만으론 이 문제를 풀기는 어려울 듯하다. 그들의 전부를 당장 국내에 수용하기 어렵다면 귀향을 원하는 탈북자들이 안전하게 고향에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길을 외교적으로 푸는 것이 상책이다. 대책으로는 중국 당국과의 협상을 통해 일시적이나마 체류권을 부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해외 탈북자들의 운명을 탈북 중개업자나 국내외 탈북자 관련 NGO들에만 맡겨두기보다는 탈북자와 관련된 종합적인 기관을 모색하여 국내외 탈북자 문제를 관장하는 길도 모색해야 한다.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떠돌고 있는 탈북자들, 특히 여성과 청소년들을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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