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恨)'에 대한 역설적 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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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공포는 학습의 결과라는 견해가 있다. 같은 대상, 이미지에 대한 공포심이 각 시기, 문화권마다 독특하게 공유된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선 특히 여자 귀신이 많은데, 전문가들은 인간 사회가 규정한 정상성과 이것에서 이탈한 비정상성의 영역이 충돌, 대립할 때 공포와 '괴물성'이 유발된다고 지적한다. 다시 말해 그 사회가 규정한 비정상적인 존재가 가장 극렬한 공포를 일으키는 것이다. 이는 그 사회의 타자를 괴물로 등장시키는 공포 영화를 통해 극렬히 드러나기도 한다. 공포 영화의 타자는 사회, 문화마다 다양하게 변한다. 또 그 대부분이 '여성'의 그로테스크함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공포 영화가 전성을 이루던 1970~80년대 한국 영화계에선 '하녀'라는 집단의 여성들과 무속을 소재로 한 공포영화가 눈에 띈다. 이는 정절 이데올로기가 강조되는 전통 사회에서 여성들이 겪는 억압, 동시에 '죽음'으로써만이 그에 저항할 수 있는 여성들의 상황을 그로테스크하게 바라보는 남성들의 시선에 기인한다. 여성들의 역설적 저항이 '한(恨)'으로 승화돼 귀신이란 존재가 되고 이것이 현대로 이어져 공포 영화의 주요 소재가 된 것.

김기영 감독의 '하녀'(1960), '화녀'(71), '충녀'(72), '화녀'(82), '육식동물'(84)에 이어 임권택 감독의 '몽녀'(68), '엄마의 한'(70), '얼굴없는 여자손님'(70), '목없는 여살인마'(85)와 '젓소부인 바람났네'의 감독인 김인수 감독의 데뷔작인 '악령'(74)을 비롯해 '원한의 공동묘지' '월녀의 한' '흡혈귀 야녀' '미녀 공동묘지' 등이 1980년대 초에 만들어진 공포영화들이다.

김기영 감독의 '하녀' 시리즈는 산업화의 기치를 올리던 1960~70년대 한국 사회의 타자들이다. 이들은 중산층 가족을 유지하되 가부장적인 '정상'가족에 편입될 수 없는 여성들로서 남자를 유혹하고 가족질서를 위협했다는 이유로 처벌되는 여성들이다.

또 공동묘지 근처의 '처녀귀신' 시리즈는 산업화가 붐을 이룬 1970~80년대의 타자 중 하나인 '동양' '전근대성' '여성성'을 상징한다. 이들은 예고도 없이 불쑥 나타나 근대성을 상징하는 인간, 남성들의 질서를 교란하는 역할을 하는데, 기존 질서를 위협한다는 점에서 위험한 존재들이다. 또 '결혼하지 않은' 여성들이라는 점에서 가부장적인 가족 질서를 위협하는 존재들이기도 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김소영 교수는 이에대해 “한국호러 영화에 등장하는 괴물들, 즉 타자들은 근대화 프로젝트 속에 억압된 전근대적 요소들, 그리고 가부장적 서사의 구성을 위해 억압된 여성의 섹슈얼리티가 기형적 형태로 등장한 것”이라고 해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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